이승만, 박정희 찾지도 않던 문재인이 제일 먼저평생 야구 글러브도 안껴본 박근혜가 왜?
  •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모두 야구장으로 향했다. 정치와 야구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어서 야구장으로 갔을까?

    야구는 순간을 위해 모든 걸 투자하는 일이다. 한 경기, 한 타석, 투구 한 개. 그것을 위해 수천 번, 수만 번 반복 연습한다. 어느 순간에 그 연습이 결과로 나온다. 야구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결과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땀 흘려 노력하는 선수들이 분명 있다.

    비단 야구뿐 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그렇다. 그리고 우리들의 인생사도 그렇다.

    그런데 박근혜와 문재인은 야구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야구에 관심이 있다면 굳이 고양원더스의 감독을 맡고 있는 김성근을 찾아 갈 이유는 없다. 김성근보다 더 선배인 김응룡도 있는데 말이다.

    김성근은 선수들의 피땀을 진정 아는 그냥 평범한 야구인이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야구선수로 활약했고 28살에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30년 가까운 세월을 야구감독으로 일했다. 야구만 아는 그를 찾아간 두 후보의 속마음이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두 후보가 자신들보다 선배인 김성근을 만나 뭔가 훈계한 것 같지는 않다. 분명 뭔가를 배웠을 터인데...뭘 배웠는지는 당사자들만 알기에 스포츠 기자인 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김성근을 알려주는 것 뿐.   

    김성근 '고집'의 아이콘

    김성근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고집불통(固執不通)이다. 자기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티는 성미를 우리는 고집이라고 말하는데 김성근은 정말 고집이 센 사람이다. 오죽하면 감독직에서 12번이나 경질됐겠는가.

    형편과  경우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일을 처리하지도 못하는 '늙은이' 김성근의 더러운 성미를 배우려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찾아 나선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고집'이 뭔지 그의 야구가 여실히 드러나는 SK 와이번스를 먼저 살펴보자. 

    김성근은 지난 2007년 팀을 맡아 2011년 8월까지 감독직을 수행했다. SK의 최근 야구도 사실 이만수의 야구가 아니라 김성근의 야구다. 지난 4년간 팀을 재건한 김성근의 야구가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묻어나기 때문. 

    희한한 SK 야구

    '투수노름'이라고 표현할 만큼 투수가 중요한 야구. 하지만 SK에는 '에이스'도 '특급마무리'도 없다. 에이스 투수가 있어야 승리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고 강한 마무리가 있어야 승리를 지킬 수 있다는 상식에서 벗어난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10승을 넘긴 투수는 윤희상 한 명이 전부다.

    그렇다고 타격이 강한가? 아니다. SK에서 올시즌 타율 3할을 넘긴 타자는 없다. 희한한 것은 팀이 현재 2위를 달리고 있고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는 사실이다.

    김성근의 야구에는 에이스 투수와 3할 타자가 승리의 조건이 아니다. 오히려 수비와 주루플레이를 강조하는 원칙에 기반한 야구가 승리의 조건이다. 이런 그의 야구를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 틀린 말은 아니다. 프로는 팬들을 위해서 존재하는데 답답하고 꼼꼼한 야구가 보는 재미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야구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없다. 단지 같은 야구를 돈 받고 하는가 아니면 돈 주고 하는가에 차이가 있을 뿐. 야구의 본질은 프로와 아마추어간 경계에 상관관계가 없다. 

    야구는 에이스 투수, 특급마무리, 3할타자가 하는게 절대 아니다. 투수의 실투를 막아주는 수비와, 타점을 올릴 수 있도록 한 베이스라도 더 진루하는 대주자가 함께 할 때 승리가 가능하다. 팀원이 모두 톱니바퀴처럼 움직여 승리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야구다.

  • 김성근의 이유있는 '고집'

    김성근은 야구의 본질을 잘 안다. 김성근은 야구에 있어서는 베테랑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원칙과 소신을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는다. 그래서 고집불통이다. 

    프로야구는 팬들을 위해 존재하지만 승리가 없는 야구는 팬들도 외면한다. 마지막으로 그를 해고한 SK는 김성근을 경질하면서 "승리만을 위한 야구가 팬들에게 인기가 없다"며 "기업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경질 이유는 이해불가.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승리를 위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위해 야구를 해야 한단 말인가?

    말도 안돼는 논리로 늘 경질됐지만 그는 꾸준히 고집스러운 전력투구를 한다. 현재도 독립구단 고양원더스에서 후배들을 양성해 프로무대에 진출시키고 있다. 

    구단과의 마찰도 마다하지 않았고 팬들의 비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김성근에게는 경험을 통해 형성된 자신의 야구가 있기 때문이다.

    김성근은 희생번트를 많이 구사해 비난을 받은 적 있다. 야구 규칙에 번트를 대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없지만 팬들은 강공을 좋아한다. 하지만 팬들이 공격야구를 좋아 한다고 희생번트를 하지 않는다면 팀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선수 연봉은 누가 책임진다는 말인가?

    모든 프로구단들은 시즌이 끝나면 선수들과 연봉협상에서 지난해 성적을 기준으로 금액을 제시한다. 김성근은 팬들의 비난을 감내하면서 팀 성적을 냈고 선수들의 삶을 책임졌다. 그의 고집이 아름다운 이유다.  

  • 대선후보, 김성근에게 배울 건 '고집'

    대한민국은 건국부터 '고집불통'이었다. 

    공산주의가 전세계 트렌드였던 시절에 이승만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선택했고 많은 애국지도자들의 반대에도 고집을 부렸다.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를 위해 많은 민주투사들의 비난을 고집스럽게 감내했다.

    그 고집 덕분에 대한민국은 현재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우뚝 섰다. 고집불통의 지도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과연 두 호보가 김성근을 찾아가 '고집'의 소중함에 대해서 잘 알고 왔는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김성근을 찾아갔으니 80여일 남은 대선레이스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