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었다?" 김보름 반박 인터뷰로 빙상계 '진실공방' 과열
  • 김보름 선수가 지난해 2월 24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확정짓고, 관중석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다.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 김보름 선수가 지난해 2월 24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확정짓고, 관중석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다.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선배 선수인 노선영(30)을 따돌렸다는 비난을 받았던 김보름(26)이 오히려 "선배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다른 선수들도 김보름의 주장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져 이목이 쏠린다.

    "노선영이 욕설하며 선수들 훈련 방해해"


    <MBN뉴스>는 지난 13일 오후 "노선영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김보름의 주장을 뒷받침할 동료 선수들의 일부 진술이 확인됐다"며 "두 사람과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고 밝힌 이들은 노선영이 욕설하며 훈련을 방해했다는 자필 사실확인서를 써서 김보름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글에는 김보름이 주장했던 것처럼 코치가 정해준 구간기록에 못 들어오도록 압박하고, 폭언을 하는 등 노선영의 구체적인 언행들이 묘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보름은 "(노선영이) 저뿐만 아니라 다른 후배들한테도 그렇게 했었고, 아마 개인적인 기량을 더 낮추게 하려고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MBN뉴스>는 "다만 이들은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력 파문을 물타기 하려 한다는 주변의 의혹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훈련 중 노선영이 '천천히 타라'고 소리 질러"


    앞서 김보름은 11일 방송된 <채널A> '뉴스A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 겨울부터 올림픽이 있었던 작년 시즌까지 약 8년 동안 선수촌 내에서 노선영에게 계속 괴롭힘을 당했었다"며 "예를 들면 코치님이 '한 바퀴를 30초 랩타임으로 타라'라고 하시면 저는 딱 맞춰서 탔는데, 노선영은 욕설과 함께 '천천히 타라'고 소리를 질렀다. 숙소나 라커룸에서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노선영의 폭언이 이어졌다"고 주장해 초미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김보름은 "노선영은 경기 전날에도 후배들을 집합시켜 폭언을 하곤 했었다"며 "선수 간 견제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경기력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그건 견제가 아닌 피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저는 그런 괴롭힘으로 인해 기량이 좋아질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보름은 팀추월 경기 당시 노선영이 뒤로 처진 상황에서 고의로 계속 스피드를 냈다는 의혹에 대해 "보통 뒤에 있는 주자가 힘이 빠져 선두와 거리가 벌어질 경우 소리를 쳐서 알려주는 룰이 있는데, 다른 경기에서 항상 상황을 알려줬던 노선영이 평창올림픽에선 그러지 않았다"며 일부러 격차를 벌린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김보름은 당시 노선영이 마지막 주자로 나서게 됐던 것도 "올림픽보다 1년 전에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그런 전략을 구사했고, 삿포로 아시아경기에서도 같은 전략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며 "돌발적으로 들고 나온 전략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백철기 감독도 지난해 2월 이른바 '왕따 논란'을 해명하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노선영이 경기 전날 '빠른 선수들이 먼저 치고 나간 뒤 자신이 뒤에서 따라가는 게 더 좋은 기록을 낼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며 사전에 약속된 전략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노선영 "그게 괴롭힘 당한 건가? 어이 없다"

    지난해 노선영이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주도로 이승훈, 정재원, 김보름 3명은 태릉이 아닌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을 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김보름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보름은 "2017년 4차 월드럽이 끝나고 11월 15일부터 태릉선수촌에 합류해 합동 훈련을 했는데 당시 노선영이 태릉빙상장에서 열린 회장배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바람에 5일 동안 합동훈련이 불가능해졌고 훈련을 쉴 수 없었던 저는 그 기간 한국체대에서 훈련을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보름은 "이같은 얘기를 지금 이 시점에 하게 된 것은 올림픽이 끝난지 이제 1년이 지났고, 앞으로 선수 생활을 더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과 팬들에게 잘못 알려진 오해를 풀고 싶었다"며 "그래야만 훈련에 더 집중하고 운동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편 김보름이 자신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해 노선영은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이가 없다"며 "그게 괴롭힘을 당한 건가"라고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13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중요한 시기인 것 같지 않다"며 "아시겠지만 다른 일이 있다. 심석희가 그런 일을 겪고 있고, 그래서 지금은 아닌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