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견은 없다. 문재인 후보의 승리였다.
이변도 없었다.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
하지만 누가 봐도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은 ‘절반의 승리’였다.
“청년들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실현하리라.”
올해 27세, 새누리당 최연소 후보의 열정과 패기는 끝내 ‘대선주자’라는 높은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부산 사상지역 개표 결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6만1,268표를 얻어 54.69%를 기록했다. 상대 측인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는 4만9,596표(44.27%)을 얻었다. 약 10%p 차였다.
-
■ 패배했지만 당당한 손수조 “여러분 감사합니다”
분명한 패배였다. 하지만 손 후보는 그 누구보다 당당했다.
“맨땅에 헤딩했던 손수조를 이만큼 만든 것은 사상구민입니다.”
문재인 후보과 맞붙어 의외의 선전을 한 약관의 손수조 후보는 낙선의 눈물보다는 사상구민의 지지에 대한 감사의 말부터 전했다.
개표 결과, 패배가 확정되자 손 후보는 “저는 혼자 큰 것이 아니고 사상구민이 만들어 놓았는데 보답을 못해 드렸다. 사상구민에게 빚졌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계속 도전하겠다. 제가 좋아서 들어왔으니 계속하겠다. 특히 지금 품었던 저비용 정치 선거문화 혁명정신도 계속 지니고 가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의 의미에 대해 “많이 배웠다. 내가 이 나라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손바닥을 뒤집으며) 이랬던 선거문화를 바꾸는 데 힘이 많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자원봉사도 무급이다 보니 인력난도 있었고, 환경도 굉장히 열악했다. 그래도 격려해 준 주민들이 있었다. 그것을 잊지 않겠다. 앞으로 열릴 때까지 두드리겠다”고 강조다.
또한 문재인 후보에게 “당선을 축하드리고 우리 사상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예의를 갖추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 문재인, 朴風에 휩쓸렸는데도 한다는 말이…
승리를 거머쥔 문재인 후보는 어땠을까.
오후 9시45분 문재인 후보는 당선이 유력시 되자 지지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선거사무소로 들어섰다. 지지자들은 “문재인”을 연호했고 문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부산의 변화를 희망하는 민심이 선택하신 줄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를 찍지 않은 사상구 유권자들도 앞으로 내 국회의원 생활을 지켜보면서 ‘잘 뽑았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선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연말 대선의 승리, 정권교체와 새로운 정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 다만 내가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게 정권교체에 기여하는 길인지는 신중하게 고민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세력은 “이번 승리를 통해 문 후보가 날개를 달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4.11 총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혼신을 다해 주도한 ‘낙동강벨트’는 사실상 박풍(朴風)에 휩쓸려 무너졌다.
‘문성길(문재인-문성근-김정길) 트리오’가 호언장담했던 ‘야권의 승리’도 무색해졌다.
낙동강을 마주하고 있는 부산 북강서을(문성근), 사상(문재인)과 경남 김해갑(민홍철), 김해을(김경수), 양산(송인배) 전투에서는 문재인과 민홍철 단 두 명만 살아남았다.
사하을의 조경태 후보는 그동안 탄탄히 다진 지역기반을 토대로 큰 표 차이로 승리를 거두며 3선 고지에 올랐다. 낙동강벨트에 기댄 것이 아닌 ‘나홀로 승리’ 케이스다.
결국 낙동강벨트에 박근혜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문재인의 날개’는 강풍에 꺾인 것이다. -
■ 누리꾼 반응 “문재인 이긴 게 이긴 게 아니야”
이날 오후 6시 투표가 마감된 후 개표 방송이 시작되자 누리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겠다’던 손수조 후보가 ‘거물’ 문재인 후보를 바짝 추격하자 누리꾼들은 “평범한 20대 여성이 대선 후보와 맞짱을 뜬 그 정신이 새누리당 전체를 살렸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문 집사와 4년 후에 다시 붙으면 볼만하겠다” 등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응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누리꾼들은 앞서 총선 전에는 “저런 정치 신인을 내보내다니 내가 나가도 당선 되겠다”, “애들 데리고 장난하는 거냐”, “새누리당이 부산 사상을 포기했다” 등 부정적 의견을 보냈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 결과 발표 이후 ‘비난의 목소리’는 ‘응원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27세 여성 정치 신인 손수조 후보가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와 벌인 ‘한 판 승부’가 무엇보다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개표가 마무리된 후 “당락에 관계없이 이번 선거의 최고 ‘위너’는 손수조다”, “문재인은 사실상 진 거나 마찬가지”, “문재인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손녀뻘 되는 친구를 이기고 그렇게 좋을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