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 논의 당시 “합의? 20분도 안걸렸다”“안철수는 정치 하지 않아도 영향력 행사할 수 있어”
  • “더 이상 안철수 원장을 괴롭히고 (선거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8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후보 단일화를 이룬 과정을 소개했다.

    박 상임이사는 백두대간 종주 도중 서울시장 보선이 발생해 출마를 결심하고 그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는데 갑자기 안 원장의 ‘출마 고심’ 기사가 나와 굉장히 놀랐다고 했다.

    특히 “안철수 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고민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안 원장이) 너무 순수한 분이어서 그런 고민을 했는지 몰랐다. 미리 알았더라면 사전에 상의해서 다른 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안철수 원장이 양보하겠다고 하지 않았더라도 저는 출마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연합뉴스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연합뉴스

    박 상임이사는 당시 안 원장의 출마 고민 소식을 듣고 곧바로 이메일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메일의 내용은 ‘제가 놀랐다. 이렇게 가서 경쟁하는 관계가 되는 것인가. 그 점에 대해 서로 의논하고 싶다. 어떤 경우라도 서로 신뢰관계가 깨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바로 답신을 보내왔는데 박 상임이사는 “보통은 외국에 많이 계신데 답이 금방 와서 바로 (만남의) 일정을 잡는 얘기를 했고 그게 4~5일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 상임이사가 장문의 이메일 2통을 보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첫 메일이 4~5줄, 두번째 메일이 2~3줄에 불과했다는 것이 박 상임이사의 설명이다.

    박 상임이사는 지난 6일 안 원장과의 회동에서 후보단일화 합의를 도출할 때 2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 원장은 “정말 결심했느냐”며 출마의사를 확인하고 이후 몇 마디 오간 뒤 “제가 양보하겠습니다”라고 했다는 것.

    박 상임이사는 “87년 대선 때 양김(金)이 단일화에 실패해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들이 가슴이 아팠는데 두 분이 호형호제를 했는데 한 사람이 양보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박 상임이사는 안 원장의 양보가 “안 원장과 저의 삶의 궤적이 다 녹아있는 양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안 교수가 출마 고심 의사를 표명했다면 상당한 준비가 있고 주변에 논의 상대자가 있다는 이야기”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그렇게 단칼에 정리하는 것은 본인의 마음 속에 그런 생각이 있었고 저에게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시장직과 대권을 놓고 양자 간 역할분담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에 대해선 “그런 생각을 했다면 안 원장이나 저나 양보를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안 원장이 많은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분의 문제”라며 말을 아꼈지만 차세대 리더로서 안 원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안 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고민하는 리더 중 한 분이고, 우리 사회도 공직이든 아니든 그런 분을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 안 원장은 정치를 하지 않고도 정치적 발언을 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