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 왜 퍼줍니까. 쟤들(천안함 장병들)이 왜 죽었습니까. 이북놈들이 죽였어요"

    천안함 46용사 합동영결식이 열린 29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 안보공원. 자식을 잃은 한 어머니는 끝내 오열했다. 제단에 올라 유가족 헌화와 분향을 마친 어머니는 곧바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등 각당 대표들이 앉아있던 맨 앞열로 향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앞에 멈춰선 어머니는 "의원님 북한에 왜 퍼주십니까. 쟤들이 왜 죽었습니까"라고 성토하며 땅을 쳤다. 어머니는 "주면 무기만 만들어서…. 누구 좋은 일 하라고, 우리 국민 더 죽으라고 이거 주장합니까"라며 "정치만 잘하세요. 이북 주란 말 좀 그만 하세요. 피가 끓어요"라고 고함치며 쓰러졌다. 행사요원들의 만류로 부축받으면서도 어머니는 강 대표에게 "이북놈들이 죽였어"라면서 "그 소리(대북지원 주장) 절대 마세요"라고 외쳤다.

    다른 유가족들도 제단에 모셔진 장병들의 영정을 붙잡고 눈물을 토해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영결식에 참석했다. 해군장으로 개최된 영결식에는 이 대통령 이외에도 각 정당대표, 국무위원, 여야 의원 등이 자리했다.

    영결식장에 들어선 이 대통령은 먼저 유가족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손잡고 위로했다. 해군참모총장의 조사와 천안함에 함께 올랐던 김현래 중사의 추도사가 이어질 때 이 대통령은 꼿꼿한 자세로 재단을 응시했으며, 간혹 눈을 감고 입을 굳게 악문 모습도 보였다. 김 여사는 연신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아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등 몇몇 의원들도 "미안합니다. 그리고 또 미안합니다. 그대들을 천안함 속에 남겨둬서 미안합니다. 그대들과 함께 끝까지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전우의 추도사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고인에 대한 경례와 묵념 뒤 고 이창기 준위를 시작으로 46명의 천안함 희생장병 전원의 영정에 화랑무공훈장을 직접 추서했다. 또 이 대통령은 유가족 대표 다음으로 김 여사와 함께 영정에 헌화하고 분향했다. 이 대통령은 조총 발사와 군함들의 기적취명을 신호로 천안함 희생장병 영현들이 운구차 행렬을 따라 영결식장을 빠져 나갈 때까지 내내 자리를 지켰다.

    영현 운구 과정을 일어서서 지켜본 이 대통령 내외는 자리를 뜨는 유가족들에게 먼저 다가섰고, 유가족들은 이 대통령의 손을 붙잡고 마지막 슬픔을 토해냈다. 한 여성은 이 대통령에게 한겨 한참 눈물을 흘린 뒤 김 여사와도 끌어안고 흐느꼈다. 이 대통령 내외는 모든 유가족들이 빠져나갈 때까지 비통한 표정으로 한 명 한 명 손을 잡고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이번 영결식에서 희생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심정을 담아 직접 조사(弔詞)를 낭독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지만, 해군장으로 진행되는 장례절차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해 조사낭독은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장병 영결식 운구행렬은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이동해 현충문 앞에서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안장식이 거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