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46용사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낸 유가족들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부둥켜안고 마음껏 울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최전선 백령도를 찾았던 대통령이다.

    29일 경기 평택 제2함대 사령부에서 엄수된 천안함 희생장병 영결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행사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먼저 유가족 사이로 들어가 한명 한명 손을 잡고 등을 두드리며 함께 슬퍼하고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나흘만인 지난 3월 30일 소형보트에 몸을 맡긴 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승조원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백령도 인근 해상 광양함을 찾았다. 이어 지난 19일에는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승조원 46명을 한명 한명 호명하면서 "이제 편히 쉬길 바란다"고 명령했다. "대통령으로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혀낼 것이다. 그 결과에 대해 한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26일 오전에는 서울광장에 마련된 '천안함 46용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애도했다. 청와대 앞에는 "자랑스러운 천안함 46용사, 대한민국은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는 문구와 함께 46명 장병이름이 새겨진 애도 현수막이 걸렸다.

    천안함 희생장병 영결식을 앞두고도 이 대통령은 직접 조사(弔詞)를 낭독하고 싶다는 뜻을 참모진에 여러차례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당시 참모들에게 "천안함 희생장병들의 나라를 위한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이들을 보내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검토를 거쳤지만 해군장으로 진행되는 장례절차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해 조사 낭독은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영결식에서는 장의위원장인 김성찬 해군 참모총장이 조사를, 천안함 승조원 김현래 중사가 추도사를 각각 낭독했다.

    대신 이 대통령은 이날 46용사 전원에게 직접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무위원들이 참석해 함께 애도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2002년 7월 제2연평해전 전사자 합동영결식에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물론 이한동 국무총리, 김동신 국방장관, 이남신 합참의장 등도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현직 대통령이 분향소에 이어 영결식을 직접 찾아 훈장을 친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최근 관저에서 TV를 통해 천안함 희생 장병과 유가족들의 사연을 지켜보면서 거듭 안타까움을 표시했으며, 영결식을 앞두고 "유가족들을 직접 만나 위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참석하게 됐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김 여사는 제단에 모셔신 46용사의 영정을 바라보며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