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선진화포럼 /선진화포커스 제165호]

    8월15일은 [건국절](建國節)이다


    배 진 영  / 월간조선 기자



    1948년 건국이 이전의 민족사·독립운동사 부정하는 것 아님,
    과거 독립운동가들도 해방 이후 과제가 ‘건국’이라는 데 동의


    지난 8월15일은 광복절(光復節)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광복절을 [일제(日帝)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날]을 넘어서
    [대한민국을 건국(建國)한 날]이라고 평가한 부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은
    제68주년 광복절이자
    대한민국 정부 수립 65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조국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순국선열과
    건국을 위해 헌신하신 애국지사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65년 전 오늘은
    외세의 도전과 안팎의 혼란을 물리치고
    대한민국을 건국한 날이기도 하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우리가 지향하는 핵심가치로 헌법에 담아
    대한민국이 출범한 것이야말로
    오늘의 번영과 미래로 나아갈 수 있었던 첫 걸음이었다”
    강조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건국]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대통령이나 국민 모두,
    그 [당연한 일]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망각해 왔다.


    건국강령, 건국동맹, 건국준비위원회


    광복절을 대한민국의 [건국절](建國節)’로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권 시절부터였다.
    좌파(左派)정권의 역사뒤집기가 횡행하고,
    고교 한국현대사 교과서의 좌(左)편향이 논란이 되면서,
    [대한민국 역사 바로 세우기]의 관점에서 그런 주장이 나온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주장에는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의 건국이 올바른 선택이었으며,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는
    어디 내놔도 부끄러울 것이 없다는 자부심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자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라고 주장해온 좌파들이
    불에 덴 망아지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1948년 건국을 주장하는 것은
    일제 하 독립운동, 상해임시정부,
    그리고 그 이전의 5,000년 역사를 부인하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 유관단체들도 그런 주장에 힘을 보탰다.

    좌파의 딴지걸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좌파단체들은 최근
    유영익 교수가 국사편찬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유 교수가 이승만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재조명하면서 [건국절] 주장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유 교수를 [위헌적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명백히 잘못이다.
    일제의 패망(敗亡)이 가까워오면서
    일제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후 다음 단계는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는 것이라는 데 대해
    독립운동 진영 내에서는 합의가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증거가
    1941년 4월에 나온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대한민국건국강령]이다.

    이 [건국강령]은 중국 내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들의 좌우(左右)합작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던 좌파계 독립운동가 여운형도
    1944년 8월 <건국동맹>을 만들었다.
    그는 이듬해 8월 일제 패망 직전에
    총독부로부터 치안권을 이양 받은 후에는 <건국준비위원회>를 조직했다.

    오늘날까지도 좌파들은 이 <건국준비위원회>를 항상 높이 평가해왔다.

    심지어 <조선공산당>의 박헌영이
    1945년 9월 내놓은 <9월테제>에서도
    “건국의 이상을 진보적 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할 것”이라는 주장이 보인다.
    여기서 [진보적 민주주의]란 공산주의-사회주의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공산당도 앞으로의 과제가 [건국]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었던 셈이다.

    “1948년 건국을 주장하는 것은
    일제시대 독립운동-상해임시정부를 부인하는 것”이라는 논리대로라면,
    건국강령을 제정한 임정 요인들,
    여운형-박헌영도,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부정한 것이라는 말인가?


    [건국절] 부인은 대한민국 부인하는 것


    또 1948년 [건국]이 그 이전 민족사를 부인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억지다.
    단군은 고조선을,
    고주몽은 고구려를,
    박혁거세는 신라를,
    온조는 백제를 [건국]했다.
    왕건은 고려를,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했다.

    그리고 1948년 이승만[건국의 아버지]들은
    대한민국을 [건국]했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주장하는 것이
    어떻게 해서 그 이전 민족사에 대한 부정이란 말인가?

    우리보다 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에서도
    1949년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의 설립이 [건국]이었다는데는 이의가 없다.
    그렇다고 중국의 5,000년 역사가 부인되나?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

    물론 의미가 있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로 인해서
    일제로부터 독립한 후에는 [근대 공화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 점에서 3.1운동은
    대한민국을 잉태한 것이고,
    상해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이 태어나기 전 태아(胎兒)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기가 수태된 날을 기념하지 않는다.
    수태가 되어도
    유산(流産)할 수도, 사산(死産)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은 자기가 태어난 날을 기념한다.
    그게 생일이다.

    1948년 8월15일은
    일제시기와 해방 후 3년간의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태어난 날이다.
    대한민국의 당당한 생일이다.
    그래서 8월15일은 마땅히 [건국절]이어야 하는 것이다.

    1948년 [건국]을 부인하는 이들의 속내는 분명하다.
    그들은 내심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부인하고 싶은 것이다.

    ※ 선진화포커스는 본 포럼의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