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들먹인 정세균 의장 "제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 주장
  • ▲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6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뉴데일리DB
    ▲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6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뉴데일리DB

    국회법 제20조의2 제1항은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된 때에는 당선된 다음 날부터 그 직에 있는 동안은 당적을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장의 당적보유금지'를 천명한 것은 의장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공정하게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의 의무'로 해석돼 왔다.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선보인 개회사는 이런 의장의 중립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발언이었다.

    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민정수석이 그 직을 유지한 채 검찰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주장했다.

    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공수처 신설 문제와 사드 배치 문제를 정 의장이 나서 정파적으로 재단한 셈이다. 

    국회의장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내팽개친 채 야권의 주장을 완강히 대변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 ▲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6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뉴데일리DB

    더욱 가관인 것은 정 의장이 '국민'을 들먹였다는 점이다. 정 의장은 이날 문제의 발언을 하기에 앞서 "국회의장은 상석에 앉아 위엄을 지키는 Chairman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Speaker"라면서 "그런 취지에서 쓴 소리 좀 하겠다. 제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라 생각하고 들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의 강한 반발에 대해서도 "(나는) 정파의 입장이 아닌 국민의 뜻을 말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정 의장이 언급한 민감한 사안에 대한 국민적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는 점에서 도대체 어떤 국민을 말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쟁점에 따라, 특히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선 상당수 국민이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아산정책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를 통해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유·무선전화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6%가 사드 배치에 찬성을, 36.3%가 반대했다.

    정 의장이 과반이 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입법부 수장이 소수의 '국민'을 팔아 더불어민주당 혹은 시민단체의 대표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 정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나는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데 그럼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얘기냐.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정 의장의 발언에 반발해 국회를 보이콧하며 야당의 투쟁 본능을 모방한 여당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막장으로 전락한 책임은 입법부 수장인 정세균 의장에게 있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직을 대권 욕심을 채우는 상석(上席)쯤으로 여기며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할 생각이 아니라면, 중립의무 위반으로 인한 국회 파행에 대해 즉시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