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계파패권주의'라며 공격… 당내 조직 강세 두 사람, 공방 이어갈듯
  • ▲ 8·9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3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연설 도중 세월호 사고 실종자 9명의 사진을 품 속에서 꺼내보이고 있다. 이후 이주영 의원은 목이 메는 듯 연설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뉴시스 사진DB
    ▲ 8·9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3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연설 도중 세월호 사고 실종자 9명의 사진을 품 속에서 꺼내보이고 있다. 이후 이주영 의원은 목이 메는 듯 연설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뉴시스 사진DB

    범친박계 이주영 의원과 비박계 '혁신 단일후보' 정병국 의원이 사흘 만에 다시 친박패권주의와 비박 단일화 문제를 놓고 맞붙었다.

    서로가 '계파패권주의'라는 용어를 동원해 상대를 공격했지만 맥락이 달랐다. 이주영 의원은 정병국 의원이 단행한 '비박 단일화'를 계파끼리의 장벽을 치는 또 하나의 계파패권주의로 규정한 반면, 정병국 의원은 4·13 총선 참패를 부른 '강성 친박'까지 포용의 이름으로 감싸안으려는 이주영 의원의 자세를 계파패권주의의 생명연장에 빗댔다.

    3일 오후 전라북도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후보자 2차 합동연설회에서 이주영 의원(5선·경남 마산합포)은 지난 1차 연설회에 이어 다시금 '비박 단일화'를 결행한 정병국 의원을 향해 칼끝을 겨눴다.

    합동연설회가 열린 호남을 배경으로 한 영화 〈곡성〉의 명대사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를 인용하며 말문을 연 이주영 의원은 "뭣이 중헌지도 모르면서… 하도 답답해서 가슴을 팡팡 친다"며 "진짜 중요한 것은 새누리당의 혁신, 박근혜정부의 성공, 정권재창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더니 "새누리당 아직 정신 못 차렸다"며 "지금 우리가 계파패권주의에 기대서 후보 단일화를 할 때인가"라고, 김용태 의원과 단일화를 한 단하의 정병국 의원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지금 우리가 서로에게 당신 친박이냐, 비박이냐 하면서 집안싸움을 할 때인가"라고도 몰아붙였다.

    호남권 합동연설회라는 점을 감안한 듯,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사고 수습을 위해 당시 해양수산부장관으로서 팽목항에서 136일간 머물렀다는 점을 재차 상기시키기도 했다.

    이주영 의원은 "오늘 호남으로 오면서 가슴이 구멍난 것처럼 아팠다"며 "아직도 진도 앞바다에서 갇혀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9명의 사진을 나는 아직도 이렇게 가슴에 품고 다닌다"고, 품 속에서 실종자 9명의 사진을 꺼내들어보였다.

    그러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136일 팽목항을 뺀 이주영은 없다"며 "진도의 간이침대에서 밤마다 남몰래 눈물을 삼킬 때 평생 빚갚으며 살겠다고 결심했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세월호 사고의 실종자 문제를 언급하며 그들의 사진을 품 속에서 꺼내들었던 이주영 의원은 이를 상기한 탓에 스스로도 목이 메었던지, 이후 연설 중간중간에 목이 멘듯 연설을 끊었다 이어갔다 하는 모습을 보였다.

    "5선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이라고 말하다 목이 멘 이주영 의원은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국민들에게 빚을 갚기 위해 당대표에 나섰다"며 "사즉생 생즉사의 정신으로 죽기를 각오하고 새누리당을 개혁하겠다"고 번쩍 주먹을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이에 이날 전주화산체육관에 집결한 4000여 청중 중 상당수를 차지한 이주영 의원의 지지자들은 함성과 박수,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이날 이주영 의원의 7분 간의 연설 도중 박수와 함성, 연호 등은 모두 14차례 나왔다.

    특히 이주영 의원이 목이 멘 가운데에서도 "새누리당의 불치병, 계파패권주의를 누가 몽둥이로 내려치겠나" "분열과 배제의 정치를 끝장내고 화합과 포용의 정치를 누가 할 수 있겠나" "어느 계파의 대표가 아닌, 하나된 새누리당의 대표는 누가 적임자이겠나"를 묻자, 그 때마다 지지자들은 점차 목소리를 높여가며 "이주영!"을 외쳐 장관을 이뤘다.

  • ▲ 8·9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8·9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주영 의원이 이처럼 '비박 단일화'를 계파패권주의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격렬히 성토한데 대해 '단일화'를 통해 '혁신 단일후보'를 칭하게 된 장본인 정병국 의원(5선·경기 여주양평)은 준비된 반격의 카드로 맞받아쳤다.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1차 합동연설회에서는 이주영 의원이 이 정도로 '단일화'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듯, 단하에서 부채질을 하며 연설을 듣고 있다가 놀란 표정으로 대소(大笑)한 바 있었던 정병국 의원은 이날은 이주영 의원에 앞서 연단에 올라가 선공을 가했다.

    정병국 의원은 "지난 영남권 연설회에서 친박의 역할은 끝났다고 선언했더니 '친박에 밉보이면 어떻게 하느냐' '왜 그렇게 세게 질렀느냐'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더라"면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걱정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이것은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이라며 "계파 해체는 혁신과 정권재창출의 전제조건이며 국민의 명령"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호남 지역의 당원들과 시민들이 피부로 와닿게 느낄 수 있는 '친노패권주의'에 빗대서 설명을 이어갔다.

    정병국 의원은 "친노패권주의가 어떻게 몰락했는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대통령의 눈을 흐리고 계파패권주의에 기댄 몇몇 사람들은 반드시 책임지고 전면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어떻게 만든 박근혜 대통령인데 왜 몇몇 사람들 때문에 또 우리가 패배해야 하는가"라며 "혁신 단일후보 정병국은 여러분과 함께 정권재창출을 꼭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당이 어렵게 된 이유를 온 국민이 다 아는데, 갑(甲)질하는 사람들만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이 자리에 있는 당원 동지 여러분이 주인이 되는 새누리당을 만들기 위해 중앙당의 공천권을 포기하고 상향식 공천권을 법제화하겠다"고, 지난 4·13 총선 참패의 원인인 '친박 핵심'의 공천 전횡 문제를 꺼내들기도 했다.

    현재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의 구도는 국민여론조사에서 앞서가고 있는 이정현 의원(3선·전남 순천)과 당내 조직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주영, 정병국 의원이 주호영, 한선교 후보까지 포함한 5명의 후보 중에서 다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합동연설회는 일반 국민이 와볼 일은 없고, 당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책임당원과 지지자들이 모이는 자리"라며 "당내 조직표를 두고 맞붙을 수밖에 없는 이주영 의원과 정병국 의원이 앞으로 두 번 남은 합동연설회에서도 공방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