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단체장 활약할 장 만들겠다"… 남경필·원희룡·오세훈·김문수에 '러브콜'
  • ▲ 8·9 전당대회에서 비박계 단일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8·9 전당대회에서 비박계 단일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비박(非朴)계 단일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5선·경기 여주양평)이 계파 모임에서 "마음의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화합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전당대회 출마 준비는 순조롭다는 평이지만, 부족한 대중성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30일 부산에서 열린 비박계 모임에 참석해 "(공식 출마 선언은) 전당대회 일정과 룰이 확정되는 시점에 이야기하는 게 예의"라면서도 "전당대회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돼 있고, 뜻도 모아졌다"고 당권 도전 의사를 감추지 않았다.

    그간 여권에서 비박 단일 후보로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라고 관측돼 왔는데, 이를 공식화한 셈이다. 비박으로 분류되는 의원 중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는 김용태 의원(3선·서울 양천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부산에서 열린 비박계 모임에는 정병국 의원 외에도 김세연 부산시당위원장과 하태경 부산시당 혁신위원장 등 다수의 전현직 의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비박으로 분류되는 광역단체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해운대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늦은 만찬을 함께 하며 전당대회와 당 혁신 방안에 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정병국 의원은 1일자 〈서울신문〉에 보도된 인터뷰에서도 당권 도전 의사를 공식화하며 '화합과 쇄신'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당이 직면한 양대 과제는 화합과 쇄신"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병국 의원은 공감을 표하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면 화합은 자동적으로 된다. 우선 국민의 눈높이에 당을 맞춰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잠재적인 대권 후보인 전현직 광역단체장들이 중앙 정치 무대에서 잘 노출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연석회의를 통해 (활동할)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부산에서 회합한 남경필 지사를 비롯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비박계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전현직 광역단체장들을 향해 '러브콜'을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비박계 당대표가 선출될 경우 당청(黨靑) 갈등을 우려하는 시선을 향해서는 "당청이 싸울 겨를이 없다"며 "당이 국민만 바라보고 전력투구하면 당청이 불협화음이 날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당권 레이스 과정에서 같은 비박으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과의 단일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병국 의원은 "전당대회는 누구나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올 수 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생각과 가치관이 같다면 함께 뜻을 모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1일 발표한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 적합도 설문 결과.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1일 발표한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 적합도 설문 결과.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김용태 의원도 최근 비슷한 뉘앙스의 발언을 한 바 있어 주목된다. 김용태 의원은 30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출마 선언했으니 당연히 끝까지 완주하는 게 목표"라면서도 "당이 반(反)혁신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중대결단을 해서 동지들과 의견을 합칠 생각도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여권 일각에서는 이를 비박계의 '역할 분담'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김용태 의원이 "특정 패권주의가 혁신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다" "일부 강경파들의 소동이 새누리당을 짓누른다" "일부 특정 패권세력이 새누리당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을 청산하겠다"는 등 금기시돼 있던 용어까지 서슴치 않으면서 강경하게 친박(親朴)의 총선 패배 책임론을 정면에서 제기하면, 단일 후보가 될 정병국 의원이 '화합과 쇄신'의 아이콘으로 표를 쓸어담는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낙선해서 원외 당협위원장 신세가 된 서울·수도권의 전직 의원들은 이한구 위원장과 최경환 의원의 '진박 마케팅'에 불만이 많으면서도, 비박이 당권을 잡을 경우 당이 쪼개질까봐 우려하는 측면이 있다"며 "진박(眞朴)의 '총선 패배 책임론'은 다른 사람이 제기하고, 당권을 잡을 사람은 '화합'을 강조하는 게 전당대회 전략상 효율적"이라고 관측했다.

    이처럼 각종 전당대회 준비는 순조롭고 나름 세몰이도 했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정병국 의원 본인의 중량감·무게감과 대중성이라는 지적이다.

    정병국 의원은 수도권 5선 의원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당대표를 지낼만한 무게감과 중량감은 충분하다. 다만 당원과 국민들 사이에서 그만한 인지도와 대중성이 뒤따르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전당대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책임당원만 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당권을 잡기 위한 장악력과 조직력이 충분하느냐는 것이다.

    이를 반증하는 자료도 나왔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339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해 1일 〈폴리뉴스〉 등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정병국 의원은 6.2%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초반 양강 구도를 형성한 친박계 최경환 의원(18.1%), 이정현 의원(17.0%)과는 다소 큰 격차를 보였다. 오차범위 이내이지만 같은 비박으로 분류되는 이혜훈 의원(7.1%)에게도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기타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만 여권 관계자는 "해당 여론조사에서 '모르겠다'는 등의 응답을 한 비율이 30.5%"라며 "향후 전당대회가 전략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비박 단일 후보로서 당권 레이스가 계파간 대결 구도로 압축되면 추가적으로 표를 결집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