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리더십' 이주영, '완주 의사' 이례적으로 단호하게 피력
  •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친박 단일화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손을 들어보이며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친박 단일화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손을 들어보이며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친박(親朴) 당권 주자들이 저마다 "단일화는 없다. 나는 완주한다"며 달려드는 양상이다. '친박의 좌장'이라 불리는 최경환 의원이 '치킨 게임' 속으로 함께 돌진해 들어갈지, 아니면 충돌 직전에 먼저 핸들을 꺾을지 관심이 쏠린다.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5선·경남 마산합포)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9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할 것을 공식화했다. 공식 출마 선언으로는 김용태 의원에 이어 두 번째이고, 친박계 당권 주자 중에서는 처음이다.

    하지만 이정현·홍문종 의원이 공식 출마 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 이미 라디오 출연 등을 통해 수차 당권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주영 의원의 공식 출마 선언은 8·9 전당대회에서 '친박 다자 경쟁구도'를 공식화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친박 이주영, 출마 공식화하며 "계파 벗어나야"

    이주영 의원이 출마를 결단하게 된 배경은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마디로, 이대로 가다가는 친박도, 새누리당도 모두 망하게 된다는 위기감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낭독한 출마 선언문에서도 절박한 심정이 곳곳에서 읽혀졌다. 이주영 의원은 "총선에서 엄한 회초리를 맞은지 벌써 70여 일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계파 타령이나 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온몸이 썩어가는 중병이 걸렸는데도 치료할 생각조차 포기한 중환자 같은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이대로 무너진다면 우리는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되고, 두고두고 회한의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라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당대표는 계파라는 구속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이주영이 나선 이유"라고 천명했다.

    아울러 "이제 미봉책으로는 살아남기 힘들고, 시늉만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기대할 수 없다"며 "이주영이 계파 청산과 화합이 중심이 되는 새누리당으로 대전환하는 혁명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의 당대표 공식 출마 선언으로 친박의 좌장 최경환 의원이 강한 압박을 받게 됐다는 관측이다. 사진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악수를 나누고 있는 최경환 의원과 이주영 의원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의 당대표 공식 출마 선언으로 친박의 좌장 최경환 의원이 강한 압박을 받게 됐다는 관측이다. 사진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악수를 나누고 있는 최경환 의원과 이주영 의원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총선 패배 원인 제공한 인사 자숙해야" 압박

    이주영 의원은 평소 온화한 성격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도,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시종일관 단호한 어조를 유지했다. 이른바 '친박 단일화'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두 손을 들어 격한 몸짓을 보이며 그 가능성을 단호하게 부정했다.

    화합과 소통에 강점을 보이는 이주영 의원의 온화한 리더십은 4·13 총선에서 당이 일격을 당하고 계파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한 이 시점에 꼭 필요한 리더십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일단 당대표가 되면 잘하겠지만, 당대표가 되기에는 '대'가 약해보인다"는 당내 일각의 냉정한 비판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번번히 쓴잔을 마셨던 것도 그 때문인데,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호한 어조와 격한 몸짓으로 일관한 것은 본인 또한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주영 의원은 이날 출마 선언에서 "책임 있는 인사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무엇보다 자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질의·응답에서 이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이주영 의원은 "(책임 있는 인사란) 지난 총선 과정에서 계파 이익을 챙기려 해서 우리 국민들을 신물나도록 해, 총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던 그런 분들"이라고 지칭했다. 이는 '친박의 좌장' 최경환 의원을 향해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읽힌다.

    ◆'치킨 게임' 내몰린 최경환, 핸들 꺾을까

    이주영 의원의 출격 선언에 따라 어려워진 것은 최경환 의원이다. '출마한다, 안 한다'를 뚜렷이 밝히지 않은 채 좌고우면하는 사이 친박 다자 구도가 현실화돼버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최경환 의원이 뒤늦게 출마한다고 해도 '교통 정리'는 어렵다.

    최경환 의원은 만약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기라도 하면, 정말로 '총선 패배 책임론으로 당원들에게 심판당한' 모양새가 돼버릴 수 있어 정치 인생에 치명적인 내상을 입게 된다. 그런 만큼 나가면 무조건 당선돼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잃을 것이 덜한 다른 친박 당권 주자들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맹렬히 '치킨 게임'으로 돌진해오는 그림이다.

    여권 관계자는 "얼마 전에는 최경환 의원이 출마하지 않으면 비박(非朴)에 당권이 넘어갈지도 모른다고 하는 말이 돌았는데, 이제는 되레 최경환 의원이 출마하면 표가 더욱 갈려 정말로 비박에게 당권이 넘어갈 판"이라며 "'치킨 게임'에서 최경환 의원이 핸들을 꺾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해 오는 6일 지도체제 개편안을 논의할 의원총회가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기적으로 봐도 8·9 전당대회까지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모종의 결단'이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는 "예상됐다고는 해도, 출마 의사를 공식화하며 '완주 의사'를 피력한 이주영 의원의 기자회견은 당권 경쟁에 있어서 하나의 변곡점"이라며 "최경환 의원으로서는 압박을 받는 형국이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