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후보군 맹공에 리더십에 흠집 난데다 당 안팎 여건도 어려워
  • ▲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오는 8.9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유력한 당권 주자였던 그가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오는 8.9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유력한 당권 주자였던 그가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오는 8.9 전당대회의 유력한 친박 당권 주자로 거론됐던 최경환 의원이 6일, 결국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 의원은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저의 불출마를 계기로 더는 당내에 계파라는 이름으로 서로서로 손가락질하고 반목하는 일은 없게 해달라"면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그 날을 위해 오직 평의원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총선 기간 저는 최고위원은커녕, 공관위 구성과 공천절차에 아무런 관여도 할 수 없었던 평의원 신분이었다"면서 "그런데도 마치 제가 공천을 다 한 것처럼 매도당할 때는 당이야 어찌 되든지 간에 저의 억울함을 풀어볼까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녔다"고 털어놨다.

    이어 "당의 화합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고심과 고심을 거듭해 내린 결단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며 저는 이제 민생의 바다로 들어가, 당의 화합과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그간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내며 친박계의 핵심으로 분류돼왔다.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공천과정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친박계 실세 중의 실세이자 총선 전부터 당권 출마가 거론됐던 유력 당권 주자인 셈이다.

    실제로 최 의원은 4.13 총선을 막바지에 "지난 공천과 관련해 지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사과의 큰절을 올린 바도 있다.

    ◆ 안 했나 못했나… 출마 준비하던 최경환의 '스톱'

    비록 최 의원이 강하게 발언한 적은 없지만, 어쨌든 최 의원은 당권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실제로 최 의원은 지난 총선 이후 낙선·낙천자들과 수시로 식사자리를 만들었다. 이를 두고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또 총선 공천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진 '진박 감별사'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해명과 함께 "정권 재창출을 위해 화합하자"는 메시지를 꾸준히 보냈다.

    최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이 확정되기도 전에 일부 친박계 예비후보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진박(진짜 친박)'이라며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선거를 앞두고 오히려 편 가르기를 조장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최 의원은 지난달 1일에는 여의도 모처에서 경북지역 초선 의원 6명과 오찬을 갖고 "이제 목소리도 내고 대선 과정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23일에는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 홍문종 유기준 정우택 한선교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과 함께 전당대회 출마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이 이 자리에서 전당대회 규칙에 따라 출마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꺼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그렇게 전당대회를 향한 의지를 불태웠던 최경환 의원이 한 달 만에 태도를 뒤집고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 것이다.

    이로 미뤄볼 때, 그는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하다 장고 끝에 당권 도전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의원 측에서는 비록 선당후사의 자세와 총선 패배의 책임 통감 등의 난점이 있어 출마하지 않겠다고 설명했지만, 전당대회 출마는 결국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 아니겠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새누리당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자리에서 본인의 출마는 상수라면서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새누리당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자리에서 본인의 출마는 상수라면서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친박 후보 모두가 맹공… 리더십에 흠집 난 崔

    최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이정현·이주영·홍문종 의원 등 같은 다른 친박계 당권 주자들이 하나같이 '최경환 당권 도전'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보인다.

    때문에 친박계 좌장으로 꼽히는 최 의원이 더 이상 리더십을 보이기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홍문종 의원은 최경환 의원에 "당 대표보다는 대권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 얘기하는 분도 계시다"라면서 "(당권에) 서청원 의원을 추대하자는 목소리가 당내 일부에서 있다"고 했다. 사실상 국회의장 후보로도 거론된 서청원 의원을 불러들이겠다면서 최 의원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당권 주자인 이주영 의원은 "저는 단일화라는 명분 때문에 중도에 경선을 포기하는 일 없이 끝까지 완주하는 상수(주자)가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최 의원뿐 아니라 누가 나오든 신경 쓰지 않고 완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셈이다.

    호남에서 3선을 한 이정현 의원도 "모든 후보가 전대에 나와 정정당당하게 겨루자"면서 "(당 대표 선거에)계파 대표로 나가서 당선된다면 새누리당이 살아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다수 친박계 당권 주자들이 최 의원에 각을 세우고 나서면서 청와대의 의중도 관심사다. 친박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도 청와대가 최경환 의원을 외면한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청와대가 친박계 대표주자로 최경환 의원을 진정 원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면, 친박 핵심이라는 그의 강점마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의원으로서는 그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여권 관계자는 "최경환 의원으로서는 최근 민감한 친인척 채용 문제 등이 끼어있어 그냥 나섰어도 어려운 선거였을 수 있다"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6일 의원총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집단지도체제가 될 것으로 보고 미리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시각도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