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엽, 전북에서 친노 몰아내는 의병장처럼

난세는 영웅호걸을 부른다. 하나의 체제가 끝장나고 새로운 체제가 수립될 때만큼 영걸이 등장하기에 적기는 없다. 그간 신당 추진 세력에 대권주자급 인물이 없음을 걱정하던 사람들에게 박주선 의원이 "신당을 만들어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대권주자는 자연히 생겨나는 것"이라고 일갈한 것은 이를 함축한 말이다.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分黨) 국면에 돌입했다. 오랫동안 한국정치사를 억눌러온 친노패권주의·486 세력을 일소하고,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중도개혁·민생실용을 지향하며 국민들로부터 널리 수권 능력을 인정받는 새로운 신당을 출범시킬 절호의 기회다. 국민의 기대도 높다.

"친노를 척결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드는 길에서 누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도드라진 활약을 보일까. 내년 4월 13일, 친노 문재인 체제라는 구태의연한 체제가 허물어져 내릴 때, 국민은 누구의 업적이 가장 컸다고 손을 들어줄까. 〈뉴데일리〉는 새정치연합의 분당 국면을 맞이해 신당십이걸(新黨十二傑) 기획 연재를 통해 이를 조명해 본다.

① 안철수와 선시어외(先始於隗)
② 김한길과 기인지우(杞人之憂)
③ 박주선과 성중형외(誠中形外)
④ 박지원과 백척간두(百尺竿頭)
⑤ 천정배와 계명구도(鷄鳴狗盜)
⑥ 문병호와 수어지교(水魚之交)
⑦ 주승용과 삼인성호(三人成虎)
⑧ 유성엽과 일파만파(一波萬波)
⑨ 이윤석과 화룡점정(畵龍點睛)
⑩ 황주홍과 기렵우인(期獵虞人)
⑪ 정대철과 신기묘산(神機妙算)

"친노(親盧)는 호남에서 사람이 크려 하면 죽이려 든다."

정치권에서 공공연히 회자되는 말이다. 이런 말이 생명력을 얻어 계속해서 회자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친노가 집요하게 호남 인재를 죽이려 드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큰 인물이 날까봐 산천 곳곳마다 쇠말뚝을 박았다는 일제(日帝)의 행태를 보는 듯 하다.

새정치연합의 전북도당위원장을 지내던 중 전북의 현역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신당의 깃발을 높이 치켜든 유성엽 의원(전북 정읍·재선)도 지속적으로 견제를 받는 케이스에 해당한다.

◆본선서 61% 득표한 후보가 경선 3배수 컷오프?

2008년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도로열우당'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친노적이었다. 당시 정읍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다자·양자를 막론하고 50% 이상의 지지를 받았던 유성엽 의원을 컷오프시켰다. 말그대로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경선을 치를 3배수 후보 안에 들어가지를 못했다.

과연 경선 3배수 안에도 들지 못하고 컷오프를 당할 정도로 경쟁력이 없는 후보였을까. 유성엽 의원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자, 정읍시민들은 여론조사 때보다 더 높은 61.0%의 표를 몰아줬다. 민주당 공천을 받은 장기철 후보는 35.3%를 얻는데 그쳤다. 무소속 후보로는 전국 2위의 득표율이었다.

유성엽 의원은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선 방식이 여론조사였기 때문에 내가 (경선에) 들어가면 당연히 후보가 되는 것"이었다며 "그게 당 지도부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컷오프를 해서 경선에 참여시키지 않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 때 높은 득표율로 나타난 정읍시민들의 사랑이 패권주의 계파에 위기감을 불러일으켰을까.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김영록·이윤석 의원 등 호남의 무소속 의원들이 전부 복당이 되는 와중에도 유성엽 의원만은 18대 국회 4년이 지나도록 복당이 되지 못했다. 결국 무소속으로 19대 총선에서 재선에 도전해야 했다.

이른바 '야권 선거연대'가 실현되면서 '황색 바람'이 불어, 특히 호남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무조건 당선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유성엽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48.7%의 득표율로 또 당선됐다. 호남에서 무소속으로 연이어 재선에 성공한 것은 18~19대 국회 통틀어 유일한 사례다.

◆문재인 체제 새정치민주연합은 절망적

여러모로 대단한 기록을 세웠지만, 유성엽 의원은 "참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며 웃었다. 굳이 다시 세우고 싶은 기록은 아닌 듯 했다.

하긴 넓고 편안한 대로를 걸을 수 있다면 누가 굳이 가시밭길로 가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성엽 의원은 지난 17일 새정치연합 탈당을 선언하며, 제1야당이라는 따뜻한 집구석에서 벗어나 다시금 눈보라가 몰아치는 허허벌판으로 나왔다.

대체 왜였을까. 유성엽 의원은 "내부가 공정하고 투명하며,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신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문재인 대표 체제의 친노패권주의가 판을 치는 새정치연합에서는 더 이상 공정·투명·합리·민주와 같은 덕성(德性)을 찾을 길이 없을 정도로 절망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된다.

◆숙의선거인단 제도 내놓으며 친노와 '혁신 경쟁' 불붙여

유성엽 의원이 어느 날 갑자기 탈당이라는 최후 수단을 결행한 것은 아니다. 올해 4·29 재보선에서 문재인 대표가 국회의원 선거구 네 곳 모두에서 전패하고, 특히 당의 심장부라는 호남의 전남 순천·곡성 선거구를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에게 내준 직후부터 많은 고언과 충언을 아끼지 않았다.

친노패권주의가 선거 참패의 원인이었는데도, 되레 패권주의를 강화하는 '역주행 혁신안'이 논의되고 있던 지난 7월, 유성엽 의원은 연구 끝에 자체적인 공천 혁신안을 내놓으면서 '혁신 경쟁'에 불을 붙였다. 안철수 의원이 '본질적인 혁신'을 외치며 10대 혁신안을 내놓기보다도 3개월 전의 일이다.

유성엽 의원이 제안한 숙의(熟議)선거인단 제도는 ①컷오프·단수공천·전략공천 없이 누구에게나 경선의 문호를 민주적으로 개방 ②투명한 선거인단 추출 ③숙의 절차를 통해 정치신인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이같은 특징을 가진 공천 혁신안을 내놓게 된 것은 이 당에 10년 넘게 몸담으면서 공천 제도의 폐단과 친노 계파의 '장난질'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유성엽 의원은 "대의원경선·권리당원투표·컷오프·공론조사 등 당에서 실시했던 모든 종류의 경선 제도를 다 겪어봤다"며 "이긴다면 경선 방식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기분 좋아서 잊어버릴텐데, 패했기 때문에 문제 의식을 갖고 기억에 남긴 것이 아닌가 싶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온갖 경선 폐단 난무했던 야당 지난날의 산증인

그의 굴곡의 경선사(競選史)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정읍시장 경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선 방식은 500~600명의 지역대의원이 투표를 하는 방식이었다. 대의원은 상향식으로 선출되는 사람이 아니고, 지역위원장이 오래 지역활동을 함께 해온 사람을 임명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지역위원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유성엽 의원은 "그 당시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나를 의중에 두고 계셨기 때문에 (경선에서) 이길 수 있지 않았나"라고 고개를 갸웃하며 "지역위원장 마음에 들면 붙고 아니면 떨어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때 나와 경선해서 떨어진 분들은 반발하며 다 탈당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2006년 열우당 시절에는 전북도지사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때에는 경선 방식이 권리당원현장직접투표 방식으로 바뀌었다. 전북의 열우당 권리당원은 3만 명을 훌쩍 넘겼기 때문에 한 군데 모여서 경선을 할 수가 없어서, 전북의 14개 시·군을 순회하며 경선을 진행했다.

유성엽 의원은 "종이당원·대납당원 논란이 심했다"며 "대신 돈(당비)을 내주면서 자기 사람을 권리당원으로 많이 입당시키고 현장투표에 동원한 사람이 절대 유리했는데, 나는 권리당원을 한 명도 모집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선에 들어갔으니 당연히 결과도 박살났다"고 웃었다.

2008년 통합민주당 경선에서 컷오프된 뒤 한동안 무소속 생활을 한 유성엽 의원은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도지사 경선에서 오랜만에 다시금 쓴맛을 봤다.

이 때 경선 방식은 공론조사식 선거인단 경선이었는데, 1500~2000명의 선거인단을 추출하는 방식이 일반전화로 이뤄졌다. 유성엽 의원은 "전화가 걸려오면 지지자들이 응답을 할 수 있도록, 일반전화를 휴대전화로 착신전환하는 게 극성을 부렸다"며 "지지자들을 대량으로 조직해 착신전환을 하도록 하면, 선거인단에 뽑힐 확률도 높아져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문재인 "기득권 내려놓겠다"더니 대체 뭘?

근본적으로는 당권(黨權)을 가진 자가 공천권이라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보니 나타나는 폐단들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자의 경선 참여를 원천 배제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붙이는 컷오프·단수공천·전략공천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대의원 경선·권리당원 현장투표·공론조사 선거인단 등에서도 '꼼수'가 판을 쳤다.

유성엽 의원은 이 때문에 7월에 숙의선거인단 제도를 제안할 때 문재인 대표가 대표적인 당대표의 기득권인 '3종의 신기(컷오프·단수공천·전략공천)'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는 내려놓기는 커녕 역주행을 했다. 아예 선출직공직자평가위의 현역 의원 20% 공천 배제라는 형태로 컷오프를 당당히 제도화했다. 최근에는 인재 영입을 한다며 돌아다니고 있는데, 당대표가 직접 총선 공천 확약이 되지 않으면 인재가 들어올 리 없으니, 결국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나 다름없다.

◆금과옥조 선출직평가에도 벌써부터 '장난질'

문재인 대표가 '시스템에 의한 혁신 공천'이라며 금과옥조처럼 떠받들고 있는 평가위와 관련해서도 벌써부터 온갖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

전북의 한 새정치연합 소속 국회의원은 지난 19일 지역구 당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살포했다. 다음날(20일) 현역의원 평가를 위한 여론조사가 유선으로 실시되니, 유선전화를 휴대전화로 착신전환하라는 내용이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응답 안내를 담은 문자 메시지다. 해당 지역구 의원을 알고 있고, 지지한다고 답하라고 돼 있으면서도, 지지 정당은 '없음'으로 응답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엄연히 새정치연합 당원들을 대상으로 살포된 문자인데 왜 지지 정당을 '없음'으로 응답하도록 안내했을까.

해답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의 평가 방식에 있었다. 평가 방식에 따르면, 해당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의 지지도가 정당 지지도보다 높아야 유리하다. 이 때문에 당원들에게까지 현역 의원은 지지하면서도 정당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하도록 해, 인위적으로 의원 지지도는 끌어올리고 정당 지지도는 끌어내리려 한 것이다. 이 와중에 유선전화를 휴대전화로 착신전환하도록 하는 전통적인 수법까지 동원된 것은 '덤'이다.

유성엽 의원은 "이미 평가 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폐해"라며 "(평가의) 세부 내역을 확인해 정당지지도보다 후보지지도가 높고 낮고를 평가한다고 하니, 꾀를 부려서 정당지지도를 떨어뜨리고 자기 지지도를 높여 평가를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놀랍지도 않다는 듯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착신의 폐해도 있어 평가가 정확하지도 않은 것인데, 그런 장난까지 개입하다보니 유권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활용했어야 했다"며 "아예 강제적으로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탈당 말자" 작당질… 민심 역행하는 전북 의원들 행태

유성엽 의원은 지난 17일 탈당 기자회견을 하면서 지역구에서 의견 수렴을 할 때 "빨리 (당을) 나가지, 뭣하러 이러고 있었느냐"는 꾸지람을 들었다고 했다.

또, 전민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위드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일 전북 지역 성인 남녀 2만4275명에게 무작위 RDD 추출 방식으로 전화를 걸어 그 중 1071명을 대상으로 ARS 조사한 바에 따르면(응답률 4.4%),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 탈당이 "잘한 일"이라는 평가가 54.6%로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30.3%)을 압도했다. 새정치연합 내분의 책임 소재도 "문재인 대표의 책임"이라는 응답이 54.7%로 가장 높았다. 정당 지지도도 '안철수 신당'이 43.3%로 새정치연합(23.6%)보다 훨씬 높았다. 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0%p였으며, 조사 후 지역·연령·성별로 가중치를 적용했다.

민심이 이러한 상황에서 새정치연합 전북도당위원장이었던 유성엽 의원까지 탈당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전북에서 후속 탈당이 들불처럼 일어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었으나 아직까지 현역 의원들의 움직임은 조용하다. 전북 지역 의원들은 유성엽 의원이 탈당한 이튿날인 18일 첫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추가로 두 차례 더 회동을 갖고 되레 "탈당을 하지 말자"고 작당하기까지 했다.

정치인은 민심을 거스를 수 없는 법인데, 전북 지역 의원들이 이처럼 민심에 역행하는 모의를 하는 이유가 뭘까.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전북이 아닌 친노, 지역민이 아닌 계파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의원들로 물갈이가 됐기 때문"이라며 "요즘 전북에서는 '전북 의원들은 과연 호남 의원이 맞느냐'라는 한탄까지 나온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한 전북 지역지에는 '전북은 과연 호남이었는가'라는 기고가 실렸다. 이 기고문에서는 "(새정치연합 전북 의원들이) 공천권자에게만 잘 보이면 그만이고 유권자들은 안중에도 없다"며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 계파패권주의에 굴종하는 전북 의원들의 행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유성엽 "전북 의원 합류 연연 안 해… 좋은 공천 제도 만들 것"

이러한 지역 동료 의원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법도 한데, 유성엽 의원은 의연했다.

유성엽 의원은 "나중에 김한길·박지원 대표가 탈당하면 같이 동반해서 (탈당)할 분들도 한두 분 더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한두 명이라도 더 있으면 기세(氣勢)에서 유리하기는 하겠지만, 굳이 그런 것에 연연하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좋은 정당을 만들자는 것은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일을 잘하는 정당'을 만들자는 뜻도 있지만, 정당 내부가 투명하고 공정하며 합리적·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기본"이라며 "당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공천이기 때문에, 공정·투명·합리·민주적으로 공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문제의식과 고민의 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세(勢) 불리기'보다는 공천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을 발휘해 '좋은 정당의 좋은 공천 제도 만들기' 과정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의 공천 과정에서는 친노패권주의 계파의 '장난질'이 기승을 부렸다. 유성엽 의원 한 명만 해도 이렇게 파란만장한 역정을 거쳤는데, 호남 전체로 보면 얼마나 많은 인재들이 친노의 불공정·불투명·비민주적인 공천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고 뜻을 꺾었을지 헤아릴 수 없다.

유성엽 의원의 역할과 노력으로 '안철수 신당'이 어느 정당보다도 깨끗하고 공정한 공천과 경선 제도를 갖추게 되면, 전북의 수많은 인재들은 신당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전북 민심이 더더욱 '안철수 신당' 쪽으로 기울게 될 것임은 정해진 이치다.

◆유성엽, 전북의 의병장돼 친노의 침식 막아낼까

'친노 광풍' 속에서 유성엽 의원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 두 번이나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당선을 시킨 정읍은 의병장의 고장이다. 임진왜란 당시 충남 금산을 점령하고 전주를 노리던 왜군을 웅치 전투에서 저지한 의병장 김제민이 정읍시 덕천면 도계리 출신이다. 김제민은 웅치 전투에서 자신의 아들까지 잃었으나 결국 왜군의 전북 칩입을 막아냈다.

친노는 왜적(倭敵)과 같다. 임진왜란 당시의 왜적과 다른 점은 18~19대 두 번이나 전북에 '인위적 물갈이'를 자행해 지역 민심의 중심을 잡고 중앙정치의 큰 인물로 성장할 수 있는 싹을 다 짓밟아버리고, 지역 의원들을 상당수 초선으로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임진왜란 때의 왜적은 웅치에서 막았지만, 친노는 어느새 전북을 상당 부분 침식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선출직공직자평가위와 전략공천을 비롯한 일단의 '장난질'로 20대 총선에서 세 번째 '물갈이'가 이뤄지면 전북은 완전히 망하게 되고, 지역 발전은 20년 이상 늦춰지는 것을 면치 못한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여론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유성엽 의원만이 홀로 떨쳐일어나 의병장마냥 격문을 돌렸다. 일파만파(一波萬波)라는 말대로 때로는 아주 작은 물결 하나가 패권주의를 휩쓸어버리는 큰 파도로 성장하는 법이다. 유성엽 의원의 의분(義憤)에 찬 궐기가 과연 내년 4·13 총선에서 전북에 어떠한 형태로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