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총' 긴장된 분위기… 與 의원들 '묵묵무답'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할 의원총회가 8일 오전부터 비공개로 시작된 가운데, 의총장에 입장하는 여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과 묵묵무답으로 일관해 긴장된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친박(親朴, 친박근혜)과 비박(非朴, 비박근혜)이 각각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의총 직전까지 당내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의원들 또한 이러한 상황에 심적으로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8일 9시께 시작된 새누리당 의원총회장 앞은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참석하는 의원들로부터 의총의 분위기와 당내 기류를 파악하고자 하는 기자들이 모여들어 일찌감치 진을 친 것이다. "한국시리즈가 시작되는 줄 알았다"는 말이 어울리는 구름인파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김무성 대표는 "할 말이 없다"며 취재진을 뒤로 하고 들어갔다. 여유 있는 표정이었지만 다소 억지로 그러한 표정을 짓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이어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였다. 이날 유승민 원내대표는 본인의 거취가 달려 있는 의총에 불참하기로 한 관계로, 조해진 원내수석이 대신 의총을 진행하게 된다.

조해진 원내수석은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오늘 의총에서 전체적인 의원들의 뜻이 명확하게 밝혀져 논란이 (얼른) 종식됐으면 한다"며 "민주적으로, 의원 한 분 한 분의 뜻이 투명하고 정확하게 확인되도록 회의를 최대한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거듭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을 해 회의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김태호 최고위원은 "먹구름이 지나가면 아마 맑은 하늘이 보일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의총장을 향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만이 정국의 수습책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는 당내 세력 중 하나인 충청권 의원들을 대변하는 김태흠 의원은 "의총까지 열면서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도 "유승민 원내대표가 정국을 이렇게 끌고 와 놓고서도 사퇴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 그 자체가 사퇴할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표 대결까지는 안 갔으면 좋겠지만 사퇴는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6선의 이인제 최고위원은 노련한 모습을 보여줬다. 의총에서 무슨 말을 할 예정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빙긋이 웃으며 "굿모닝"이라고 답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지난 1일에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가 옳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이후 김태호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사태가 격화된 이후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반면 이날 의총 소집 자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비박계 의원들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정두언 의원은 "미국 대통령도 원내대표를 불러서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지 않느냐"며 "우리나라는 왜 그런 게 없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원내대표 사퇴 결의안 같은 이런 개콘(개그콘서트) 같은 일을 의총서 할 게 아니라 청와대에 대화 촉구 결의안 같은 것을 주장해보고 싶다"며 "대화로 하면 되지 왜 대화를 안 하고 일방적으로 하느냐"고 비판했다.

친이계 중진인 5선의 이재오 의원은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의총장으로 향했다.

이후 비공개로 시작된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대표는 "오늘 결론을 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은 정오 무렵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