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수업 EMBA 이수이지만, 정식 MBA 이기 때문에 문제 없다문제 소지 있는 임용 이력에는 정식명칭 기재..왜 그랬나?

  • 석·박사 논문을 제외하면 3~4편에 불과한 논문 발표 경력을 가지고도 ‘세계적 석학’이라는 수식어를 썼던 안철수 대선 후보가 이번에는 허위 학력 논란을 겪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안 후보가 2008년 5월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따낸 학위가 MBA인 것이냐, EMBA인 것이냐는 점이다.

    이와 함께 같은 대학에서 받은 공학석사도 MSE가 아닌 EXMSE 인 것으로 드러났다.

    EMBA와 EXMSE의 E와 EX는 '이그제큐티브(Executive·중역)'를 의미하는 것으로 기업체 임직원이나 사회 고위층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단기 교육 코스다.

    앞서 신의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의 팬클럽 카페인 ‘정봉주와 미래권력’ 홈페이지의 글을 인용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안 후보가 이수했다고 한 경영학 석사 과정은 풀타임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경영학 석사)가 아니라 일주일에 토요일, 일요일, 두 번만 수업하는 최고경영자들을 위한 Executive MBA, 즉 EMBA 과정”

    MBA와 EMBA는 엄연히 다른 과정인데 경력을 높은 수준의 MBA로 포장해 학력을 높아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다.

  • ▲ 안철수 후보가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시절 안 후보의 이력을 표시한 홈페이지 캡쳐 화면. 펜실베니아 학위를 단순히 MBA로만 표기하고 있다.
    ▲ 안철수 후보가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시절 안 후보의 이력을 표시한 홈페이지 캡쳐 화면. 펜실베니아 학위를 단순히 MBA로만 표기하고 있다.


    ◆ EMBA 맞다! 하지만 정식 MBA 과정!

    안 후보 측은 이에 대해 EMBA(MBA for Executives)가 맞지만, 정식 MBA 과정을 이수한 게 맞기 때문에 MBA라고만 표기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안 후보 측 금태섭 변호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해명이다.

    “안 후보가 졸업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경영학 석사 과정은 정식 명칭이 ‘The Wharton MBA Program for Executives’입니다.”

    “즉 2년간의 과정을 거치면 정식 학위를 받게 되며, 따라서 입학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GMAT(경영대학원 입학능력시험)에 응시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합니다. 서류 전형만으로 입학이 허가되고 주로 인맥 형성에 도움이 되는 최고경영자 과정 등과는 전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대기업 임원들이나 CEO들이 비싼 수업료만 내면 다닐 수 있는 ‘EMBA’와는 ‘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학위 과정의 정식 명칭에는 Executives가 들어가 있지만, 정식 과정(regular)을 이수한 것이기 때문에 MBA로 표기하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 ▲ 안 후보가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임용 당시 관련 서류.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이력부분에는 MBA for Executives Program라는 정식 명칭을 기입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선거캠프 등 대선 후보로서의 공보물에는 단순히 MBA로만 표기해왔다.
    ▲ 안 후보가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임용 당시 관련 서류.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이력부분에는 MBA for Executives Program라는 정식 명칭을 기입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선거캠프 등 대선 후보로서의 공보물에는 단순히 MBA로만 표기해왔다.


    ◆ MBA 강조하던 안철수, 정작 서울대 이력서에는…

    안 후보는 자신의 저서나 서울대교수 시절 대학 홈페이지 프로필, 그리고 출마 선언 이후 개설한 선거캠프 홈페이지에서도 자신의 학력을 MBA와 MSE로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안 교수가 지난해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임용될 당시 서울대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MBA for Executives Program’이라는 풀네임을 모두 적어둔 것으로 드러났다.

    마찬가지로 공학석사부분도 EXMSE program로 기입했다.

    <뉴데일리>가 입수한 당시 안 후보의 임용관련 서류를 보면 이 부분이 그대로 드러난다.

    국민들이 보는 선거 캠프의 이력마저도 단순히 MBA로만 표기하면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이력서에는 그리 길지도 않은 정식 과정 이름을 그대로 적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안 후보의 ‘학력 뻥튀기’ 의도를 읽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털커뮤니티 유명 논객의 지적이다.

    “매일 풀타임으로 수업을 하는 MBA와 주말에 모여 승마나 여타 다른 활동을 하는 EMBA는 엄연히 다른 과정이다. 아무리 입학시험을 거쳐 들어간 정식 과정이라고 하더라도 학력부분은 정확히 기재하는 게 상식인데 마치 풀타임 MBA를 이수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엄연한 국민 기만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선거에 출마하는 대부분 정치인들은 자신의 학력란에 EMBA 과정을 상세히 써놓는게 일반화되어 있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은 펜실베니아 EMBA가 통용되는 EMBA와는 다른 정식 학위이기 때문에 오히려 EMBA로 기재하는 게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대 임용당시)서류에는 학위 이수의 방식까지 표현하는 것까지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MBA for Executives Program으로 적은 것일 뿐, 이를 MBA로 줄여 표현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 금태섭 변호사

  • ▲ 안 후보의 선거캠프(진심캠프)에 기재된 후보 이력 내용. 이 곳 역시 펜실베니아 학력 부분에 단순히 MBA로만 표기하고 있다.
    ▲ 안 후보의 선거캠프(진심캠프)에 기재된 후보 이력 내용. 이 곳 역시 펜실베니아 학력 부분에 단순히 MBA로만 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