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 '쏙' 빼고 "군사독재 반대"…文의 인권 연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북한 인권을 거론하지 않는 평화는 가짜평화"라며 강력 비판에 나섰다.

'군사독재' 반대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년 인권의 날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오직 국민의 힘으로 대한민국 인권의 역사는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사정권의 불법적인 구금과 고문에 항거하던 민주항쟁의 진원지도 바로 이곳"이라며 "1987년 6월 10일 오후 6시, 민주주의를 알리는 종소리가 나지막이 성당을 채웠고, 그렇게 시작된 민주 항쟁은 전국으로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마침내 군사독재의 시대를 끝냈다"고 했다.

이어 "2년 전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다시 회복시킨 촛불의 물결도 예외없이 이곳에서 타올랐다"며 "우리가 모인 대한성공회 서울대 성당 곳곳에는 영광스런 투쟁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식민지배와 독재, 전쟁을 겪은 국가 중에 대한민국 정도의 인권 수준을 가진 국가는 거의 없다"며 "여기 계신 인권활동가 한 분 한 분의 진정어린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 이날 기념식에서는 고 노회찬 의원의 배우자인 김지선 씨와 노회찬 의원의 동생인 노회건 씨가 참석했다. 노회찬 의원은 1989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사건으로 구속돼 3년 간 수감된 바 있는 운동권 인사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하신 고 노회찬 의원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도 했다.

고 노회찬 의원은 올해 7월 23일 드루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특검의 수사를 받던 중 신당동 한 아파트에서 투신, 사망했다.

'北인권' 이야기는 빠져있어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북한 인권 관련 이야기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와 번영이 함께 실현되길 기대한다"면서도 "하지만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한반도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평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며 "이는 곧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자유와 정의, 평화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대 세습으로 인한 정치범수용소 등 북한 인권의 실상에 대한 언급은 빼놓은 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감만 역설한 셈이다.

이는 세계 각국이 인권 문제를 대하는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4년부터 세계 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북한 인권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해 4년 연속 토의를 해왔다. 비록 올해에는 15개 이사국 중 9개국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해 안건에서 빠졌지만 상당수의 국가가 북한 인권 문제에 공감대를 표시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소리(VOA)〉가 지난 9일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를 인용해 미국 국무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북한 인권토의 무산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인권을 존중할 수 있게끔 압박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정부가 저지르는 지독한 인권침해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野 "인권 거론하지 않는 평화는 가짜"

야권은 이런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참혹한 인권 침해 현실에는 사실상 눈을 감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2014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가 보고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까지도 북한에서는 고문과 비인도적 대우, 공개처형, 연좌제 적용, 강제노동 등 각종 인권침해 행위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주민의 인권상황 개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제대로 거론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인권을 탄압하고 자유를 구속한 독재국가가 평화를 위협해 왔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진정한 북한의 비핵화 및 한반도의 평화는 북한인권 개선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및 인권개선을 위한 공조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세계인권선언의날 기념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