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경파, '완전 폐지' 입장 재확인'일부 존치법' 발의자들, '검개11적' 낙인
  • ▲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법제사법위원장 독식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 이종현 기자
    ▲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법제사법위원장 독식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 이종현 기자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 여부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장윤기 사건 등을 계기로 보완수사권을 일부 남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검찰개편 강경파를 중심으로 결국 전면 폐지 수순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내에서 분출하는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천준호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전날 전국대의원 및 지역 상무위원을 뽑는 지역당원대회에서 "대통령도 그렇고 큰 방향에서는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입장이 당에서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들은 8·17 전당대회 전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법안을 통과시키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이날 친여 방송인 김어준 씨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공소청법이 만들어질 때 이미 (검사의) 수사권이 삭제됐기 때문에 그것이 당론이라고 보면 된다"며 당내 일부 이견을 일축했다.

    서 위원장은 전날에도 국회 기자회견에서 "검사는 기소에 충실하고 경찰은 수사에 충실하되, 검경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완전 폐지 원칙을 재확인했다.

    최근 들어 민주당에서는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피의자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보완수사권을 일부 허용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공개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민주당 11명(고민정·곽상언·김남희·모경종·문진석·민홍철·박균택·박희승·이소영·주철현·홍기원)의 의원들은 지난 14일 사회적 약자 대상 등에 한해 보완수사권을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초 이재명 정부는 집권 이후 민주당이 야당 시절 주장했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기조와는 다소 거리를 두며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견해를 거듭 밝혀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결과는 국회에 맡길 생각"이라며 한 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혀 신중론에 가까운 인식을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성호 법무부장관 역시 지난 15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에 대해 "논의될 게 많이 있어 보인다"고 언급, 사실상 완급 조절에 힘을 싣는 눈치였다.

    줄곧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주장해온 법사위 소속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공개석상에서 "나도 보완수사권은 절대 반대한다고 얘기했는데 수정했다"며 일부 유지론은 밝혔다. 그는 지난 15일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장윤기 사건 등을 언급하며 "사회적 약자, 청소년, 여성, 장애인 범죄 등에 대해서는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갖는 것이 옳다"고 했다.

    하지만 보완수사권을 일부 허용하자는 목소리는 당내 강경파들의 '전면 폐지' 주장에 다시 가려지는 모습이다.

    당권 연임에 도전하는 정청래 전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당내 신중론과 관련해 "당황스럽고 놀랐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제가) 당 대표를 하던 시절에 의원총회를 하면 설사 속으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안 된다는 마음을 먹고 있을지라도 그것을 주장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면서 "(최근 의총에서) 너무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보완수사권 폐지는 안 되는 것은 아니냐는 주장을 절대 다수가 하는 걸 보면서 '왜 이렇게 됐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검찰개혁을 되돌리는 것"이라며 제한적 존치론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추 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보완수사권의 제한적 존치 요구를 두고 "이제까지의 노력을 무위로 돌리고 문재인정부 이전으로 회귀하게 되는 것"이라며 "수사·기소를 제대로 분리해야 검경 수사 협력이 이루어지고 국민의 인권도, 피해자 구제도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만이 경찰의 부실수사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유일한 방안이냐"며 "검사 보완수사요구권의 정밀한 구성에 힘을 쏟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범여권 강경파들이 전면 폐지를 다시 압박하고 나서자 강성 지지층 역시 더욱 공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 법안을 공동 발의한 민주당 11명 의원들을 향해 '검개 11적'이라며 항의 문자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제도 시행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다. 법조계와 야권은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경찰의 수사 미비를 보완할 장치가 약화돼 피해자 구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향후 부작용이 현실화할 경우 이 대통령과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리한 검찰개편으로 도리어 피해자 보호 공백 논란이 발생하면 정권 초반 국정 운영에 치명타가 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정권 재창출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민주당의 보완수사권 폐지는 '개딸 헌정 입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장윤기 사건'은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견제와 사후 검증이 왜 필요한지 적나라하게 증명했다"며 "만약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경찰의 고의적인 증거 인멸과 수사 축소 의혹은 영원히 암장되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의 보완수사권 폐지는 '민주당의, 민주당을 위한, 민주당에 의한' 형사사법 체계 파괴이자, 오직 극성 지지층인 '개딸'에게 바치는 헌정 입법"이라며 "이재명 대통령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국민 다수가 우려하고 법조계와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법안을 방관하는 침묵은 결코 책임을 면해주는 방패가 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