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연극 '베니스의 상인' 등법의 잣대로 심판한 뮤지컬·연극 속 문제적 캐릭터 6인
-
- ▲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공연 사진.ⓒ오차드뮤지컬컴퍼니
2008년 공휴일에서 제외된 이후 18년 만인 2026년, 제헌절이 다시 공휴일로 지정됐다. 7월 17일 제헌절은 대한민국의 헌법 제정을 기념하는 날이다. 법은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도덕이다.그렇다면 우리가 무대 위에서 마주했던, 강렬한 서사 속 범죄자들을 오늘날 대한민국 법정에 세운다면 과면 어떤 심판을 받게 될까. 법치주의의 근간인 헌법이 제정된 제헌절을 기념해 예술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캐릭터들의 혐의를 현대 형법의 잣대로 재구성했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스메르자코프9월 6일까지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투자증권홀에서 공연되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김경주 작, 이진욱 작곡)는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대표작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원작으로 한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 사건이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네 형제의 서로 다른 신념과 욕망을 긴장감 넘치게 풀어낸다.친부인 표도르를 잔인하게 살해한 서자 스메르자코프. 대한민국 형법은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 일반 살인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한다. 법의학적 검사(DNA 검사 등)를 통해 생부 관계가 입증된다면 일반 살인죄가 아닌 존속살해죄가 적용된다.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며, 계획적이고 잔혹한 패륜 범죄라는 점에서 무기징역이나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스메르자코프는 이반의 "모든 것은 허용된다"라는 사상에 영향을 받아 살인을 실행했다고 주장한다. 이반이 살인에 대한 묵시적 동의나 교사를 했다 하더라도, 직접 둔기를 들고 살인을 실행한 사람은 스메르자코프이므로 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은 온전히 스메르자코프가 지게 된다. 이반은 교사범 내지 방조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뮤지컬 '베토벤' 프란츠 브렌타노뮤지컬 '베토벤'은 1810년 비엔나를 배경으로, 청력 상실의 위기 속에서도 음악을 향한 의지를 꺾지 않았던 베토벤의 삶을 조명한다. 이번 시즌은 서사의 흐름과 인물 관계를 전면 정비하며 이전 시즌과는 다른 변화를 꾀했다. 말년에 탄생한 교향곡 9번 '합창'을 중심으로 그의 고독과 치열한 내면의 갈등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극 중 파산 위기의 은행을 구하기 위해 타계한 장인의 서명을 도용해 베토벤과의 후원 계약서를 위조하고, 이를 킨스키 공작에게 제시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 한 프란츠 브렌타노의 행위는 형사 범죄에 해당한다. 사문서위조 및 행사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만약 이를 통해 편취한 금액이 크다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돼 배상 명령과 함께 징역 3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 -
- ▲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공연 사진.ⓒ쇼노트
◇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요나스'블랙메리포핀스'는 P.트래버스의 동화 '메리 포핀스'(1934)를 모티브로 상상력을 더해 서윤미 작·작곡·연출이 창작한 뮤지컬이다. 1926년 발생한 그라첸 슈워츠 박사 대저택 화재 사건의 생존자인 네 남매 한스·헤르만·안나·요나스와 진실과 함께 사라져 버린 아이들의 보모 메리 슈미트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추리 스릴러다.요나스가 양아버지 그라첸 박사를 찌른 사건 발생 당시 그의 나이는 12세였다. 대한민국 형법 제9조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로 분류돼 범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어떠한 형사처벌도 받지 않는다. 설령 나이 제한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그라첸 박사가 저지른 학대 행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극단적 상황이었음이 참작돼 정당방위나 심신상실로 무죄 판결을 받을 사건이다.◇ 뮤지컬 '서편제' 송화 아버지 유봉'서편제'는 이청준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국적 정서가 짙게 배어 있는 음악과 현대적 뮤지컬 언어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함께하는 유랑 생활 속에 갈등과 방황, 세대간의 차이를 겪는 아버지 '유봉'과 딸 '송화', 아들 '동호'가 예술가로서 각자의 길을 찾기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펼쳐낸다.'서편제'에서 딸 송화의 눈을 멀게 한 아버지 '유봉'의 행위는 오늘날 사법 체계에서 단순한 '예술을 위한 집착'이 아닌 명백한 강력 범죄로 다뤄진다. 중상해죄 또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중상해) 혐의가 적용돼 최소 3년에서 최대 1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재판에서 송화가 "아버지를 처벌하지 말아달라"며 처벌불원서나 탄원서를 제출한다면 판사가 양형 기준에 따라 형량을 감경할 여지가 있다. -
- ▲ 연극 '베니스의 상인' 공연 사진.ⓒ파크컴퍼니
◇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 연쇄살인범 M연극 '댄포스가 옳았다'(극작·연출 장진)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 메트로폴리탄 구치소를 배경으로, 7년간 12명을 죽인 연쇄살인범과 천재 프로파일러의 일곱 번 대면을 다룬다. 무대에는 단 두 명의 배우만 등장해 팽팽한 심리전을 펼친다. 단순한 범인 찾기나 추적극에 그치지 않고, 흩어진 기억의 조각을 맞춰가는 과정을 통해 "악은 드러나는가, 만들어지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극의 배경인 미국 뉴욕주 법정 기준으로, 12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M(존 조우)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구형 및 선고받게 된다. 2004년 뉴욕주 항소법원이 사형제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이후, 뉴욕주법상 법정 최고형은 사형이 아닌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됐다. 따라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연극 '베니스의 상인' 샤일록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희극의 정수로 꼽히는 '베니스의 상인'은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과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거래를 하는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의 이야기를 그린다. 샤일록에게 "1파운드의 살점을 가져가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명판결이 오경택 연출의 리듬감 넘치는 언어로 구현된다.한국 법정에 샤일록을 세운다면, 안토니오의 살점 1파운드를 떼어가겠다는 계약 자체가 원천 무효가 되며, 샤일록은 계약 이행 요구 및 재판 과정에서의 행위로 인해 살인예비죄·이자제한법 위반 등으로 중형을 선고받는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체 일부분을 담보로 삼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계약은 반사회적 법률행위이므로 살점 1파운드 채무 이행 각서는 법적 효력이 전혀 없다.심장 근처의 살점을 떼어내겠다는 것은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음을 명백히 인지한 행위다. 판결 전에 칼을 갈고 집행하려 한 적극적인 준비 행위는 살인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형법 제255조)한 것에 해당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만약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전제하더라도, 신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려 했기 때문에 중상해미수 혐의가 적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