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완수사로 추가 혐의…부친은 친족특례 적용73년 된 친족특례 논란…국회 개정 논의 착수보완수사권 폐지 추진…법조계 "보완수사 재조명"법조계 "가족 보호와 조직적 은폐는 구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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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장윤기(23)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피의자 장윤기의 부친인 현직 경찰관이 아들의 범행과 관련된 핵심 증거를 폐기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른바 '친족특례'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족이 범인을 위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하면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현행 형법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정치권도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국회에는 친족의 증거인멸 면책 규정을 삭제하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도 중대범죄와 수사기관 종사자의 직무 관련 증거인멸에 친족특례 적용을 제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친족특례 논란뿐 아니라 경찰의 수사정보 유출 의혹과 검찰 보완수사의 역할까지 함께 드러낸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 ▲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경감이 지난 8일 오전 전남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친족특례 논란 키운 장윤기 사건 … 부친 처벌 어려워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광주광산서 살인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장윤기 사건 수사팀과 부친 장모 경감 사이의 수사정보 유출 및 유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특별수사단은 당시 광주경찰청과 광산경찰서 수사 지휘라인을 압수수색했고 현재까지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수사팀장 등 경찰관 4명을 입건했다.장 경감은 사건 발생 사흘 뒤 장윤기의 자취방에서 리얼돌을 훼손해 폐기하고 휴대전화를 소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에 있던 케이블타이도 장 경감의 집에서 발견됐다.애초 경찰은 장윤기를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성범죄 목적과 계획범행 정황을 확인하고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과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장 경감은 형법 제155조 제4항의 친족특례에 따라 증거인멸죄 적용이 어렵다. 다만 경찰청은 감찰 결과 비위가 확인되면 징계할 방침이다. 반면 수사정보를 유출하거나 증거인멸을 도운 경찰관들은 친족특례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 -
- ▲ 고(故) 이채원양 추모모임이 지난 13일 오전 전남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장윤기 사건 재수사와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 73년 된 친족특례 … 개정 논의 본격화친족특례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가족 공동체 보호와 '기대가능성' 원칙을 반영해 도입됐다. 그러나 전주 일가족 살해사건과 '어금니아빠' 이영학 사건에 이어 장윤기 사건까지 반복되면서 개정 요구가 커지고 있다.미국과 영국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증거인멸을 포괄적으로 면책하지 않는 반면 독일은 가까운 친족에 대한 불처벌 구조를 유지하는 등 국가마다 제도는 다르다.국회에는 친족의 증거인멸 면책 규정을 삭제하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국민의힘은 살인·강간 등 중대범죄와 수사기관 종사자의 직무 관련 증거인멸에는 친족특례를 제한하는 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장윤기 사건이 경찰 단계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혐의를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확인한 사례라는 점에서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법조계 "가족 보호와 조직적 은폐는 구별해야"법조계는 친족특례의 입법 취지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현직 경찰관이 직위를 이용해 범행 은폐에 관여한 이번 사건까지 일반적인 친족특례 사례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전형환 메가엑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국가가 부모에게 자식의 범행 증거를 제출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고 기대가능성이 없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형법의 기본 원리"라면서도 "우발적인 증거인멸과 계획적·조직적인 증거인멸까지 똑같이 면책하는 현행 제도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이어 "친족특례가 보호하는 것은 가족을 지키려는 본능이지 직위와 제도를 이용한 조직적 은폐가 아니다"며 "이번 사건의 본질은 친족특례 단독이 아니라 친족특례와 수사정보 유출이 결합된 것"이라고 강조했다.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헌법학을 가르친 황도수 변호사는 "친족특례는 1950년대 유교적 가족관을 반영한 제도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은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황 변호사는 이어 "이번 사건은 현직 경찰관이 수사정보를 활용해 증거를 인멸할 수 있었던 구조와 형사사법 시스템의 허점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며 "친족특례 개정 논의는 가능하지만 사건의 핵심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친족특례만 부각하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며 "민주당이 지엽적인 사안을 전면에 내세워 본질적인 문제를 가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주장했다.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장윤기 사건의 초점이 자꾸 친족특례로 옮겨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친족특례 자체보다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형사사법 체계가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라고 말했다.차 교수는 "친족특례는 부차적인 문제인데도 논의의 포인트가 어긋나고 있다"며 "민주당이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