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WTO 전면 개혁안 제출…韓 등에 "개도국 특혜 포기해야"WTO가 받아들일 시, 미국의 반도체 기술 통제에 정당성 더해져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국가들을 겨냥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개발도상국 지위 관련 조항들을 대폭 수정하라고 압박했다.

    23일(현지시각)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WTO 일반이사회에 'WTO 개혁에 대한 추가 관점'이라는 문건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문건을 통해 미국은 WTO 의사 결정 방식, '특별·차등 대우(SDT)', 필수 안보 예외 조항 등 다방면에 걸쳐 고강도 개혁을 촉구했다.

    특히 미국은 경제 규모가 세계적 수준으로 충분히 성장한 국가들이 개도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며 국제 무역 체제에서 부당한 특혜를 챙겨가는 불균형 구조가 있다고 주장했다.

    SDT는 개도국을 위한 WTO의 정책이다. 개도국이 국제 무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 있도록 관세 인하 폭을 한시적으로 낮춰주거나 합의 이행 기간을 길게 연장해 주도록 권장하는 식이다.

    이번 개혁안을 보면 미국은 2019년과 2020년 사이 한국과 브라질·싱가포르·코스타리카가 '앞으로 WTO 협상에서 SDT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던 전례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음에도 혜택을 누리기 위해 글로벌 무역 규칙 준수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 2019년 농업 분야 등에서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WTO 협상에서 SDT 조항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여전히 한국 정부가 개도국 특혜에 관한 체감할 만한 변화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 여부를 따지지 않고 무역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무역 분쟁 최후의 보루인 WTO가 가진 다자간 규범적 제재 능력까지 무력화하려는 사전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이러한 입장을 WTO가 받아들일 경우, 첨단 반도체 등 핵심 기술 통제를 안보 논리로 정당화하는 미국의 행보에 강한 명분이 생기게 된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