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야당 시절엔 "차라리 똥을 먹겠다"장외 투쟁에 단식까지 … 반일 공세 집중李 대통령 CPTPP 가입 위해 입장 선회 가닥반일·오염수 프레임 어쩌나 … 딜레마 빠진 與
  • ▲ 지난 2023년 8월 23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 2023년 8월 23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일본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의사를 밝히면서 일본산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이 CPTPP '입장료'로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한때 오염수 방류를 이유로 일본 수산물 전면 금지를 외쳤던 더불어민주당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공영방송 NHK와 인터뷰를 했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CPTPP 가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이를 위해 후쿠시마현 등 현재 금지된 일본 8개 지역의 수산물 수입 규제 해제가 '중요한 의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CPTPP 가입 문제가 의제에 올랐고 일본 수산물 수입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일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지 이틀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부각하며 적극 뒷받침 의지를 표할 경우 과거 자신들이 쌓아온 반일·오염수 프레임을 스스로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23년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를 주장하며 반일 여론 형성에 집중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절대 수입 불가 의지를 밝혀라", "오염수 안전하면 일본이 마셔라", "오염수 대신 핵폐수라고 부르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2023년 6월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대책위원회' 고문을 맡아 오염수 방류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과학자들을 비롯한 전문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안전기준에 부합하다는 과학적인 수치를 제시했으나 민주당과 이 대통령은 "거짓 주장"이라며 "제2의 태평양 전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후쿠시마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 수입 금지를 해제하지 못하게 막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장외 투쟁도 이어갔다. 민주당은 거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공포심을 조장했다. 이 과정에서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 없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오염수 논란이 확산되면서 국내 수산물 소비가 위축됐고 이는 결국 어민과 소상공인 피해로 이어졌다.

    이처럼 민주당이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에 대한 공포심을 조성하며 악의적인 프레임을 만들어 놓은 지 불과 2년여 만에 정부 차원에서 수입 가능성을 검토하는 상황이 되자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실용외교라는 명분 아래 과거 주장을 뒤집으며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원칙과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숨시는 것 빼고 다 거짓말",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 "한 입으로 두 말하기의 달인이다", "정권이 바뀌면 오염수도 깨끗해지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좌파 성향 단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도 전날 성명을 통해 "농민과 어민을 비롯한 광범한 사회 각계각층은 CPTPP 가입을 반대해 왔다"며 "그러나 이러한 반대의 목소리가 있음에도 정부는 어떠한 소통도 없이 가입이라는 답을 정해두고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 맥락"이라며 "한국이 후쿠시마를 비롯한 일본 일부 지역 수산물 수입을 규제하는 문제에 대해 일본 측이 자국 식품의 안전성을 설명한 이후 CPTPP 가입 의사를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가 함께 거론되고 있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위험한 먹거리를 수입하는 것이 가입의 조건이라면 가입을 고려할 필요조차 없다. 윤석열이 아니라 이재명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극우 총리와 옷 맞춰 입고 드럼이나 두드리는 볼썽사나운 '쇼'는 때려치우고, 국민 주권·식량 주권·역사 정의를 외교의 원칙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미향 전 의원도 "윤석열 때도 국민 원성 때문에 안 한 일본 후쿠시마 인근 11개 지역 수산물 수입 개방을 검토하려 하는가. CPTPP 가입을 위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야권은 민주당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그동안 반일 감정을 고조시켜 국내 정치에 이용해 온 민주당은 사실상 한일 갈등의 주된 원인이었다"며 "진정성 있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그간 반복해 온 무지성 반일 선동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