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마음에 안 들면 개혁 대상으로 낙인검찰청 폐지·언론 입틀막법도 속전속결 처리美 국무부,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우려 표명 법왜곡죄 등 위헌 우려 법안들도 줄줄이 대기전문가 "집권당, 내란몰이 아닌 경제 살필 때"
  • ▲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파기환송 과정 현장 검증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파기환송 과정 현장 검증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정부 집권 6개월 만에 '개혁'을 명분으로 전례 없는 법안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새해에도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 개혁)에 대한 고삐를 죄겠다는 방침이지만 위헌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새해 첫 임시국회부터 사법개혁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란전담재판부설치법이 국회 문턱을 넘은 만큼 나머지 사법개혁안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판·검사를 처벌하는 법왜곡죄, 14명인 대법관을 26명까지 늘리는 대법관증원법,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민주당표 사법개혁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민주당은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해 '4심제'를 도입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처리도 예고했다.

    민주당의 일방적인 사법부 압박 법안 강행 기조에 법조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국 법원장들은 지난달 한 자리에 모여 6시간 가까이 진행된 마라톤 회의 끝에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법왜곡죄 신설 법안이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위헌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국법원장회의는 지난해 9월에는 임시회의를 소집해 민주당 법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당시 전국 법원장들은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삼권분립 훼손 우려에 대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특히 민주당이 구상하는 법원행정처 폐지 후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방안을 두고 위헌 논란이 집중되고 있다.

    헌법 104조는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민주당안을 살펴보면 대법원장의 인사권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법안대로 사법행정위가 설치된다면 장관급 위원장 1명, 상임위원 2명을 포함한 총 13인으로 구성되는데 상임위원 2명은 법관·검사가 아닌 위원 중 위원장이 추천해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구조다.

    대법원장은 법관 1명을 위원으로 지명할 수 있지만 대법원장이 위원장을 겸임하게 되면 지명권을 갖지 못한다. 나머지 법관 위원 추천 권한은 전국법원장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에 부여했다.

    비(非)법관 참여를 허용한 점도 위헌 논란을 키운다.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변호사단체(2명)와 법학교수단체(2명), 법원공무원노조(1명)가 추천하는 위원은 비법관이어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 사법행정위 과반이 비법관으로 구성되도록 개정안을 만들었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멈출지 모르고 질주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개혁의 페달을 멈추지 않고 계속 밟겠다"며 "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안을 흔들림 없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권은 사법부 힘 빼기에서 멈추지 않고 사법부 희화화도 서슴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범진보 법사위원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참고인으로 90분간 자리에 앉힌 채 이재명 대통령 재판 관련 견해를 추궁했다. 

    초유의 대법원 현장 국감을 진행하기도 했고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으로 국회에 입성시킨 최혁진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진에 합성해 '조요토미 희대요시'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기조에서 여권 지지자들도 사법부를 겨냥해 "판새", "판사들 3족을 멸해야 한다" 등의 조롱 섞인 공격에 가세해 정치권의 우려를 자아냈다. 
  • ▲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 직전 로텐더홀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상정을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 직전 로텐더홀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상정을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의 위헌적 개혁몰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검찰을 '정치검찰'로 규정하고 검찰개혁을 강하게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 9월 검찰청 폐지와 기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고 1948년 창설된 검찰청은 오는 10월 78년 만에 폐지를 앞두고 있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검찰청이 폐지 수순에 접어들자 입장문을 통해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 12조와 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규정은 헌법이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입장을 냈다.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한 언론사나 유튜버 등에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국민적 우려 속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국민·언론 입틀막법'이라고 불릴 만큼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 국무부는 "미국은 한국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표현의 자유를 약화하는 네트워크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승인한 것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온라인 콘텐츠 규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구글과 메타 등 자국 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위헌 지적이 계속되자 민주당은 소관 상임위 통과 후 본회의 상정 당일까지 정보통신망법 수정을 거듭해 '졸속 입법 논란'에도 휩싸였다.  

    여권의 우군으로 불리는 참여연대마저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국가가 나서 허위 조작 정보 여부를 판단하고 유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으나 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독주를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정감사를 빙자해 대법원장을 조리돌림하고 내란특별재판부·법 왜곡죄·4심제 도입, 법원행정처 폐지와 대법관 증원으로 사법부를 대통령 권력 발밑에 두기 위한 사법쿠데타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1980년 전두환 신군부는 10·26 사태 수사 명분으로 12·12 쿠데타를 일으키고 국가 권력 장악해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면 2025년 이재명 정권 12·3 비상계엄을 기반으로 내란몰이 선동을 앞세워 헌법을 짓밟고 국가 권력 통째로 장악해 전체주의 국가를 구성하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집권 여당인 만큼 개혁과 법안 처리 과정에 있어 충분한 숙의와 공론 과정을 거치는 등의 책임 있는 입법 자세와 함께 민생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혁은 속도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속도만 내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생기고 국민은 그 과정에서 신뢰를 포기해 버린다"며 "제대로 논의하고 숙의 절차를 밟아가면서 민생을 우선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말로만 민생을 외칠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경제에 불어 닥친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며 "서울 부동산 값이 치솟으며 '문재인 정부 시즌 2'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환율은 또 어떤가. 가계 부채도 역대급 위기다. 경제가 굉장히 불안한 상황이기에 여당이라면 여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