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국가단체 만들고 정부 전복 시도 뜻인가""우리 안보 위협 세력 잔존 … 적 도와주는 것"
  • ▲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국가보안법폐지 법률안 공동발의 기자회견이 얼렸다.ⓒ손혜정 기자
    ▲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국가보안법폐지 법률안 공동발의 기자회견이 얼렸다.ⓒ손혜정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여 만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이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 공동발의에 나섰다. 국보법은 북한의 간첩 활동 및 국가 전복 등 내란죄를 막고 대한민국 안보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범여권과 좌파 단체들은 도리어 "시대의 괴물 악법"이라며 폐지를 강하게 요구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범여권은 1일 국회 본관 앞에서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 및 923개 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제 국가보안법 없는 대한민국을 누릴 시간'이라는 성명 발표에는 전국민주노동자조합총연맹(민노총), '이석기의원내란음모사건피해자한국구명위원회' 등 종북 성향으로 분류되는 단체를 비롯해 923개의 단체가 참여했다.

    또 민주당의 이학영·김정호·이재정·김용민·민형배·문정복·신영대·김상욱·김우영·김준혁·이기헌·이주희·이재강·양문석·조계원 의원, 조국혁신당의 강경숙·김선민·김준형·김재원·박은정·신장식·이해민·정춘생·차규근 의원, 진보당의 윤종오·손솔·전종덕·정혜경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무소속 최혁진 의원 등 31명의 범여권 의원들이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77년간 민주주의와 자유를 제약하고 국민을 탄압해 온 국가보안법을 22대 국회에서는 폐지해야 한다"며 "인권 감수성이 한층 높아진 시민들의 의식은 우리 사회의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가로막는 악법,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보법에 대해 "시대가 낳은 괴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존재할 이유도 존속할 명분도 없다"며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보법은 제주 4·3 사건과 여순 사건 등을 거치며 체제 안정 및 국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가 발의해 1948년 12월에 제정됐다.

    제주 4·3 사건은 1948년 5·10 총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남로당 제주도당이 주도해 폭동을 일으키며 시작됐으며, 여순 사건은 제주 4·3 사건 진압을 위한 출동 명령을 거부한다는 명분으로 일으킨 무장 반란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갓 태어난 신생 국가로서는 군인들의 무장 반란에 따라 국가 존립에 대한 위기가 컸으며 이를 계기로 국보법을 제정해 6·25 전쟁 발발 전후로 숙군 조치를 단행하게 됐다.

    최근 들어서도 전직 민노총 간부 석모 씨가 간첩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국가 보안 위협은 현실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외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고 북한의 지령을 수행해 온 혐의로 기소된 석 씨에 대해 징역 9년 6개월형을 최종 선고했다. 석 씨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의 지령문을 받아 노조 활동을 빙자해 간첩 활동을 하거나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혐의 등을 받았다.

    석 씨는 민노총 3기 선거 동향, 평택미군기지·오산공군기지 군사 장비 시설 등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국가보안법 위반(편의 제공)죄, 국가보안법위반(간첩)죄, 국가보안법위반(특수잠입·탈출)죄, 국가보안법위반(회합·통신 등)죄의 성립, 국제형사사법 공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집한 증거의 증거 능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범여권 의원 등은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국보법 폐지 법안을 발의하는 등 행동에 나섰으며, 이들은 국보법이 공안 탄압을 목적으로 한 "국내외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유일한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1945년 전후 대한민국과 같이 분단 국가로 출발한 서독도 나치 부활 저지 및 공산당 해산 등 '방어적 민주주의'를 위한 기본법, 결사법, '급진주의자 처리에 대한 훈령' 공포 등 적극적인 법·제도 장치를 마련한 사실을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정보원 퇴직자들의 모임 '양지회'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국보법의 취지가 '국가 기밀 보호, 반국가단체 규제, 정부 전복 시도 처벌 등에 있는데, 국보법 폐지론자들은 이 법 취지가 필요 없다는 말인가"라며 "국가 기밀을 누설하고 반국가단체를 만들고 정부 전복을 시도하겠다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찬양·고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치적 탄압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에 탄압한 사례들이 있기라도 한가"라며 "저들의 속셈은 뻔하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국민의힘 총선 인재로 영입된 탈북민 출신 김금혁 전 국가보훈부 정책보좌관도 통화에서 "간첩 또는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이 완벽하게 사라졌다는 충분조건이 성립된다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당위성이 생기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민노총 간첩단 사건부터 최근까지도 굵직굵직한 간첩 사건이 계속 적발되고 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김 전 보좌관은 "북한은 여전히 우리나라를 제1의 적으로 규정해 놓고 해킹, 사이버 공격, 군사 도발 등 우리 체제에 위협이 될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도리어 문을 걸어 잠그는 대신 여는 것은 맞지 않다"며 "국보법은 불안한 국내외 안보 상황에서 국민과 재산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데, 이것을 섣불리 폐지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무너뜨리려 하는 적을 도와주는 행위와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