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 12월 중 청와대 복귀 수순청와대 복귀, 李 대선 당시 공약이었으나반복된 불통 논란 속 '제왕적 권력' 회귀 우려대통령실·국방부 이전 1400억 원 소요 전망
  • ▲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라본 청와대. ⓒ뉴시스
    ▲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라본 청와대. ⓒ뉴시스
    대통령실이 용산 시대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 중 청와대로 복귀한다. 내부 소통이 어려운 구조적 특성상 '구중궁궐'로 불리던 청와대로 돌아가면 최고 권력자에 대한 견제가 약화되고, 대통령이 언론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아울러 전 정권을 지우기 위한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이전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청와대 이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복귀' 선언한 李 … '구중궁궐' 벗어날 수 있을까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다음 달 중순부터 시설·보안 점검을 거쳐 청와대로 단계적 이전을 시작한다. 춘추관과 대통령 집무실 등 대부분의 시설은 다음 달 청와대로 옮겨갈 예정이며, 대통령 관저는 내년 상반기 중에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복귀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핵심 과제였다.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을 12·3 비상계엄의 진원지로 지목하며 신속히 청와대로 복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시 완전 이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청와대 복귀는 '중간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청와대 복귀를 앞두고 과거 정부마다 반복된 '불통'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의 넓은 내부 구조로 인해 대통령과 참모진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며, 정권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기자실도 별도 공간(춘추관)에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청와대는 내부 이동 거리가 길다는 점은 이전에도 지적된 문제"라며 "대통령이 청사 내부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일반 국민이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청와궁'으로 불리며 제왕적 권력의 상징으로 인식된 만큼, 이를 벗어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이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사에서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러나 영빈관·본관·헬기장 등 핵심 기능을 대체할 부지 확보에 실패하며 이전 계획은 무산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청와대를 떠나 정부서울청사에서 집무를 보겠다고 했지만, 경호·비용 문제로 중단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집무실과 비서실, 경호실을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비용과 국회 승인 문제로 계획이 이뤄지지 않았다.
  •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소통 간극 최소화'는 정부 과제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열린 소통'을 강조하며 청와대 이전을 발표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당시 "이는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국민을 제대로 섬기고 일하기 위한 각오이자 약속"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 확대를 위해 2022년 5월 취임 직후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대통령과의 근접 취재를 허용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해 9월 미국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을 계기로 언론 접촉을 점차 줄였다.

    윤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을 중단했고, 이는 "민심과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민심과 역행한다는 지적 속에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탄핵당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이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가 권력 견제 약화로 이어져 대통령이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청와대가 깊은 산자락에 위치한 만큼, 복귀 후 대통령과 국민 간 소통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청와대 복귀와 소통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권력에 대한 취재 방식이 이미 다변화된 상황에서 청와대 복귀가 곧 견제 약화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용산·국방부 연쇄 이동에 1400억 원 '혈세' 소모

    3년 7개월 만에 '청와대 시대'가 다시 열리면서 국방부는 청와대 이전과 맞물려 현재의 용산 대통령실로 복귀할 예정이다. 국방부와 청와대의 연쇄 이동으로 약 1400억 원의 혈세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예산 낭비 논란도 커지고 있다.

    현재 용산 대통령실에서 청와대 복귀에 필요한 예산은 259억 원 규모의 예비비로 편성됐다. 정부는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청와대 복귀 계획을 수립하고 해당 예비비 안건을 의결했다. 경호 시설 건립과 집무실 공사비 등 수십억 원이 내년도 예산안에 추가로 반영된 상태다.

    대통령실이 청와대로 복귀하면서 국방부가 다시 용산으로 이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네트워크 구축 133억 원, 시설 보수 65억 원, 화물 이사비 40억 원 등 총 238억 원으로 책정됐다. 즉 청와대·국방부 복귀에만 497억 원이 든다.

    국회예산정책처 집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용산 대통령실 이전에 투입된 예산만 832억 원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용산 간 이동에만 약 1400억 원이 쓰인 셈이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496억 원이면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국방부 이사 비용과 외교부 공관 리모델링, 경찰 경호부대 이전 등 추가 지출이 이어지며 예산 규모가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