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李 귀국하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추진야당과 법조계서는 모두 위헌 가능성 문제 제기대법원도 '사법의 정치화' 우려하며 반대 의견"피고인이 협조 안 해, 입법 목적 반하는 결과"
  • ▲ ⓒ정상윤 기자
    ▲ ⓒ정상윤 기자
    여당이 내란특별재판부 추진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법적 대응을 통해 이를 멈춰 세울 전망이다. 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재판부를 입법 권력이 만들어내려는 발상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3대 특검 정국을 2026년 지방선거를 넘어 개헌 논의에서도 유리한 패로 사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귀국과 동시에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면서 "대한민국 사법부를 독일 나치, 베네수엘라 차베스 독재 시대와 같이 권력 주구가 된 사법부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판결을 인위적으로 찍어내는 인민재판부를 만들어 사법부를 이재명과 민주당 발 아래 두려는 본심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면서 "사법부 독립을 지켜야 한다는 국민 명령에 귀를 닫는 이유는 오직 이재명을 지켜야 한다는 맹목적 방탄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내란특별재판부를 공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 내부의 별도 재판부를 입법을 통해 현실화 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오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 차질 없이 처리하겠다"고 했다.

    여권은 훨씬 오래 전부터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해 왔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당대표에 도전하며 전당대회에서 공약으로 내세우며 내란특별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 소속인 이성윤 의원도 지난 9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여당의 구상이 위헌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대법원은 국회 의견서에서 "특정한 사건을 심판하기 위한 영장전담법관, 특별재판부 설치는 헌법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위헌적 제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국정감사에 나와 "사법의 정치화를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이종현 기자.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이종현 기자.
    실제 법조계에서는 법관을 규정한 헌법 제 27조를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헌법 27조 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률이 정한 법관' 조항은 개별사건을 임의로 특정 법원과 특정 법관에게 맡길 것을 배제하기 위해 재판부와 법관을 법률과 법원의 사무분담 계획에 따라 확정해야 한다는 원칙이 담겨 있다.  

    군사법원만을 특별법원으로 둘 수 있다고 명시한 헌법 110조와도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 내부의 별도의 재판부를 입법을 통해 만들도록 규정한 것 자체가 사실상 특별법원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륙법계의 선구자로 불리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1997년 법률에 의한 법관을 정한 독일기본법 제101조를 해석하면서 개별 사건에 법관을 임의로 선임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회피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1985년 유엔에서도 사법부 독립에 관한 기본 원칙을 의결하면서 사건 배당은 사법행정 내부의 일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강행하면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미 당 소속 인사들이 기소돼 있는 만큼 위헌법률심판 청구 등을 통해 위헌 여부를 가려보겠다는 취지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어떤 판사가 이런 재판부에 배정이 된다면 모든 정치·인사 보복을 감수하면서까지 법적 양심에 따라 소신 있게 판결을 내릴 수 있겠느냐"면서 "권력자의 요구에 따라 답을 정해놓고, 원하는 판결을 내놓으라는 협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가 현실화되면 3대 특검으로부터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될 피고인들에게서 위헌법률심판 요구가 난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형사법정 피고인들은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위헌 여부를 따질 요건을 갖추게 된다. 오히려 재판 절차가 지연되고 계속해서 공전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대법원도 이같은 우려를 표해왔다. 대법원 측은 "피고인들이 재판부 구성의 위헌성을 문제 삼아 재판절차 진행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는 등 재판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해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에서는 결국 여권이 3대 특검을 다음 지방선거는 물론, 지방선거 이후 화두가 될 개헌 정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연 전략을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대 특검을 통해 속속 기소가 이뤄지고 3심까지 이뤄져야 하는 일정에 내란특별재판부 논란으로 헌법재판소 판결 과정이 수개월을 지체하게 되면 결국 야권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미 시작된 재판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재판을 쥐락펴락하고 싶은 것이 가장 크겠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 나더라도 시간을 더 보내 특검 정국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 아니겠느냐"면서 "지방선거 이후에는 개헌 논의가 불이 붙을 가능성이 높은데 민주당이 위헌 세력으로 야권을 낙인찍고 개헌 논의에서 3대 특검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