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개발부담금 축소·증거인멸 혐의…특검, 재청구 검토할 듯법원 "주된 혐의가 의심을 넘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강압·회유 양평 공무원 사망 잊었나…특검 피로감 누적
  • ▲ 김건희 여사 오빠 김진우씨.ⓒ뉴시스
    ▲ 김건희 여사 오빠 김진우씨.ⓒ뉴시스
    경기도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 오빠 김진우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3대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되면서 과잉·부실 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두 차례,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영장도 기각됐기 때문이다. 특검 수사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성과'를 내려고 영장 청구를 남발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김진우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후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주된 혐의가 의심을 넘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나머지 혐의들에 대해선 피의자(김씨)가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거나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본건 혐의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참작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한마디로 수사가 부실하고 영장도 무리하게 청구했다는 얘기다. 

    김건희 특검팀은 보완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특검팀은 지난 14일 김씨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업무상 횡령·배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모친 최은순씨와 시행사 ESI&D를 차례로 경영하며 2011∼2016년 공흥지구에 35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건설해 8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허위 서류를 꾸며 개발부담금을 축소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ESI&D가 개발부담금을 면제받는 데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는 최씨의 동업자 김충식씨도 지난달 31일 특가법상 국고손실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사업 당시 양평군수였던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오는 26일 소환을 통보했다.

    하지만 지난달 김건희특검에서 수사 받던 양평군 공무원이 강압과 회유를 받았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특검의 무리한 수사가 재차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해당 사건은 양평군 공무원 A씨가 지난달 2일 김건희특검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은 후 지난 10일 양평군 양평읍 소재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특검 조사를 받은 직후 A 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필 문서에는 특검이 '과잉 수사'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성재·황교안 구속 영장 동시 기각…특검 수사 피로감 누적

    최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영장도 기각되면서 3대 특검이 성과를 내려고 영장 청구를 남발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 전 장관은 계엄을 정당화하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문건을 추가로 포함해 영장을 재청구했으나 실패했다. 같은 사안의 연장선에서 구속의 실익이 뚜렷하지 않은데도 영장을 청구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3대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 23명을 구속했지만 영장 기각도 17명에 달한다. 특검이 '구속이 곧 성과'라는 기존 수사 관행과 조급증에 빠졌다는 법조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내란 특검이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추경호 의원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특검은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를 근거로 들었지만 이미 주요 증거가 확보됐고 추 의원은 일정한 주거와 직업을 가진 현직 의원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특검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면서 "특검의 영장이 기각될 때마다 법원과 판사들을 공격하는 여권의 반법치 행태가 사라져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