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4개 고등축구대회, 1월 말 개최 확정일반적으로 2월 개최, 설 연휴로 인해 일정 당겨져부상 위험, 경기력 저하, 준비시간 축소 등 현장 지도자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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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설 연휴 기간이 포함된 2월 12일부터 26일까지 합천군에서 춘계연맹전이 펼쳐졌다. 우승은 수원 매탄고가 차지했다.ⓒ수원 삼성 제공
2026년 초 주요 고등축구대회 일정이 확정되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춘계 고등학교축구연맹전(춘계연맹전)을 비롯해 백운기,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문체부장관배), 부산 MBC배까지 4개 대회 일정이 잡혔다.춘계연맹전은 2026년 1월 26일 개막해 2월 9일까지 경남 합천군에서 열린다. 백운기는 1월 28일부터 2월 11일까지 전남 광양시에서, 문체부장관배는 1월 28일부터 2월 11일까지 경남 고성군에서, 부산 MBC배는 1월 29일부터 2월 12일까지 부산 기장군에서 펼쳐진다.논란이 일어난 이유는 '개최 시기'다. 1년 중 가장 추운 '1월 말'에 4개 대회가 일제히 개최되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혹한'으로 내모는 셈이다.일반적으로 춘계연맹전을 비롯한 고등대회는 2월 중순 열린다. 2026년 이례적으로 1월 말로 시기를 당겼다.대표적으로 춘계연맹전은 "대한민국 고등학교 최고 권위의 축구대회다. 매년 2월 대회가 개최되며, 봄에 열리는 고등학교 시합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고 소개할 정도로 2월 개최가 정석이다.2월 개최를 따르지 않고 1월 말로 옮긴 핵심 이유는 '설날' 때문이다. 2월 17일이 설날이고, 앞뒤로 14일부터 18일까지 설날 연휴다. 이 기간을 피하고자 대회를 당겼다. 설날 연휴 전까지 대회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는 지난 10월 말 이런 일정을 현장의 지도자들에게 통보했다. 축구협회는 "현재 내년 설(2월 셋째 주) 이전에 대회가 종료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부득이하게 1월 말 동계대회가 시작될 예정이다. 팀 운영에 참고 바란다"고 전했다.1월 말로 개최 시기를 당기면서 현장의 지도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발하는 이유는 많다. 부상 가능성 증가, 경기력 저하, 열악한 환경, 대회 준비 시간 부족, 꼬여버린 일정 등이다.한 고등학교 감독 A는 '뉴데일리'에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 일반적으로 동계 훈련을 갔다 와서 조금 쉬다가 대회에 출전을 했다. 그런데 내년은 동계 훈련과 대회의 일정이 겹쳤다. 동계 훈련을 짧게 갔다 와야 하나, 대회와 붙여서 진행해야 하나 고민이 깊다. 동계 훈련이 짧으면 경기력이 떨어지고, 붙여서 하면 아이들 몸이 너무 힘들다. 날씨로 인해 부상 위험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이어 그는 "솔직히 말해 일정이 잘못됐다. 연습경기도 아니고, 입시가 달린 문제다. 현장의 지도자들은 불만이 많다. 1월 중순에 방학을 한다.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 지도자 입장에서는 설 끝나고 해도 되고, 3월에 해도 된다. 솔직히 말해서 축구협회 회장과 임원의 자녀가 지금 이 상황에 있다고 하면, 이 날짜에 대회를 열겠는가"라고 토로했다.그러면서 "이런 시기에 대회를 개최하면 경기력이 100% 나오지 않는다. 입시가 걸린 상황이고, 입시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져야 하는 거다. 아이들도 힘들다. 1년 농사의 결실을 맺는 건데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왜 이렇게 무리하게 일정을 추진하는지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 이런 건 지자체가 한다고 해도 축구협회가 나서서 막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A에 따르면 해당 지역 지도자들끼리 이 문제로 회의를 가졌고, 자체 투표도 진행했다. 투표 결과 설 연휴가 끝난 후 개최해 3월 초까지 진행하는 것에 찬성표를 던진 지도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다른 지역의 감독 B 역시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그는 "선수들이 회복하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빨리 대회가 진행된다. 팀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손해가 크다. 기존에 하던 대로 2월 정도에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 빨라져 스케줄이 다 꼬였다. 대회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이어 "대부분 고등학교 감독들이 같은 생각일 것이다. 대회 이름이 춘계연맹전이다. 그런데 가장 추운 한겨울에 경기하고 있다. 이름과 맞지 않다. 고등학생들은 이 대회를 통해 성적을 내야 하고, 입시 문제가 걸려 있다.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데 제대로 회복도 못 하고,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하면 어떻게 이들을 구제해 줄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현장의 지도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축구협회는 설날을 이유로 이 일정을 강행했다.축구협회는 "고등축구 4개 대회 일정이 1월 말로 확정된 것이 맞다. 내년도 설 연휴 일정을 피해 유치도시와 협의해 결정했다. 설 연휴 중이나, 그 직후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숙소, 식당, 운영요원, 지자체 구장 활용 계획 등 대회 개최를 위한 각종 제반 사항 검토 이후 개최지(지자체)와 종합적으로 검토 및 협의해 정해진 일정이다"고 설명했다.설 연휴 전에 끝내야 하는 이유로 축구협회는 "선수들이 미성년자다. 설 명절 기간을 보장해달라는 학부모가 많다. 학부모 민원이 다수 발생한다"고 했고, 설 연휴 이후에 해서는 안 되는 이유로 "대회가 3월로 넘어가면 학교가 개학을 한다. 3월에도 경기에 출전하는 학교가 생기면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민원이 발생한다"고 밝혔다.현장 지도자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고등부 지도자들의 의견이 모두 소중하다만, 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입장에서 100% 모든 이들의 의견을 만족시킬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어떤 이는 설 연휴라도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고, 어떤 이는 설인데 왜 명절도 못 쉬게 하고 대회를 진행하는지 항의할 것이다. 이는 지도자뿐 아니라 참여하는 선수와 학부모 모두 각자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혹한의 날씨, 경기력 저하, 부상 위험 상승에 대해서 축구협회는 "당연히 고려가 됐다. 하지만 올해는 부득이하게 대회 일정이 정해졌다. 현장의 지도자들은 설 이전 종료 희망자가 다수였고, 납득한 지도자들이 많았다"고 주장했다.축구협회와 현장 지도자, 학부모는 충분한 소통이 있었을까.축구협회는 "요즘은 학부모들이 대회 일정에 대해 예전과는 달리 매우 많은 관심을 두고, 사전 문의를 진행한다. 가족 여행 등의 계획을 미리 세우기 위함이며, 연휴에 진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직접 소통한 대다수의 학부모 및 지도자가 매우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문의를 받았던 모든 학부모 중 설 명절에 대회를 운영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고 확신했다.2월에 설날과 겹치는 건 몇 년 주기로 반복되는 일이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크다는 축구협회의 설명에도 과거 설날에 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최근 대회를 보면 대표적으로 2018년 춘계연맹전이 2월 12일부터 26일까지 경남 합천군에서 열렸고, 설날은 16일이었다. 설 연휴는 15일부터 18일까지였다. 당시 수원 매탄고가 우승을 차지했다.2018년과 2026년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그때 학부모들은 어떻게 설득한 것일까.축구협회는 "2018년 춘계연맹전이 해당 기간에 열린 건 맞다. 당시는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이 존재했던 시기로, 해당 일정은 고등연맹의 결정으로 이뤄졌기에, 명확한 해당 개최지와 어떠한 사유로 설 연휴에 대회를 개최했는지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
- ▲ 2025년 열린 춘계연맹전에서 부산 개성고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2025년 2월 13일부터 27일까지 합천군에서 진행됐다.ⓒ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협회의 해명을 종합해 보면 설날 연휴에 대회를 개최하면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하다는 게 핵심이다.이에 A와 B는 반박했다. A는 "대회가 설날에 열리지 않더라도 설 연휴 전후로 열린 적이 많다. 그렇게 되면 설날은 선수들은 쉬지 않는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훈련을 한다. 때문에 설날에 대회가 열리는 건 아이들에게 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B는 "명절을 쉬는 팀도 있고, 쉬지 않는 팀도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명절 전에도, 명절 후에도, 명절에도 훈련을 한다. 명절에 대회를 치르나, 다른 날짜에 치르나, 쉬지 못하는 건 똑같다. 프로를 꿈꾸는 아이들이다. 그들은 명절에도 실력을 키우고자 한다. 대회가 없더라도 명절에 훈련하는 건 일반적인 일이다. 학부모들도 다 이해를 해준다"고 설명했다.고등학교 축구 선수를 둔 학부모와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학부모들은 혹한의 날씨에 아이들을 열악한 환경에 내모는 것에 하나같이 반대했다.한 학부모는 "어른들도 피하는 시기다. 혹한의 날씨에 아이들이 경기를 한다. 햄스트링이 올라오고, 관절에 무리가 간다. 혹한의 날씨를 피해야 한다"며 호소했고, 다른 학부모 역시 "혹한기에 대회를 하면 부상을 많이 당한다. 근육이 굳고, 체력적으로도 버겁다. 기술, 판단력도 흔들린다. 동상을 당한 아이도 봤다. 부모로서 미안하고 죄책감이 든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축구보다 열악한 운동은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그러나 설날 연휴 대회 개최에는 의견이 갈렸다.한 학부모는 "1월 말 개최를 들었다. 조금이라도 더 따뜻할 때 하는 게 낫다. 또 준비 시간도 짧다. 설날 연휴에 대회를 하는 건 학부모 입장에서 전혀 상관없다. 대부분 2월에 대회가 열렸고, 준비하는 시간이 있다. 설날에 대회가 열리지 않을 때도 설날에 아이는 훈련을 하러 갔다. 그래서 설날에 대회를 하는 건 전혀 상관이 없다. 아이는 축구 선수고, 나는 축구 선수 부모다. 경기를 뛰겠다는데 설날에 하는 게 무슨 상관인가"라고 주장했다.다른 학부모는 "나는 설날에 대회를 개최하는 것에 반대한다. 아이도 명절에는 쉬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의견을 냈다.축구협회가 얼마나 많은 지도자, 학부모와 소통했는지는 알 수 없다. 축구협회의 확실한 입장은 대다수 지도자들이 1월 말 개최를 지지했고, 대다수 학부모들이 설 연휴 개최를 반대했다는 것이다. '뉴데일리'가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와는 분명 갭이 있었다.이에 한 고등축구 관계자는 "축구협회가 진행하는 일에 어떤 현장의 고등학교 지도자가 대놓고 반대할 수 있겠나.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하고 있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땅도 얼고, 잔디도 얼고, 선수들도 얼고, 혹한의 1월 말에 대회를 치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어른들이 아이들을 혹한으로 밀어 넣고 있다. 제발 아이들을 위한 대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어른들의 편의에 맞춘 대회가 아니라, 아이들 위주로 일정을 짜야 한다"고 일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