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먼저 '예스'라고 말한 뒤 세부 사항 논의""트럼프, 원잠 합의서 상업적 이익 발생할 것으로 봐" 정부 발표와 달라…불확실성 우려 커져
  • ▲ 대한민국 해군이 지난 2015년 10월 17일 부산 오륙도 인근 해역에서 관함식을 진행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대한민국 해군이 지난 2015년 10월 17일 부산 오륙도 인근 해역에서 관함식을 진행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한미가 한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 건조에 합의한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했지만 구체적 내용이 담기지 않아 후속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도 원잠 건조 장소나 연료 조달 방안 등이 명시되지 않은 팩트시트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전날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팩트시트가 공개된 것과 관련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의) 원잠 합의에서 상업적 및 안보적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매력적으로 들리는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예스'라고 말한 뒤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것"이라며 원잠 건조 장소를 포함한 세부 사항을 논의할 때 진통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 대리도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원잠 건조와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의 문을 열었지만, 높은 비용, (중국·북한의 견제와 같은) 강력한 역내 반응, 핵확산금지조약(NPT) 관련 고려 사항 등을 감안해가며 그 열린 문을 얼마나 신속히 파고들지 신중하게 평가하는 것은 한국의 몫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국이 원잠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approval)했다. 미국은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번 협상을 통해 한미 양국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인,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 자산인 원자력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또 팩트시트에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과 관련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며 "미국 상선뿐 아니라 미 해군 함정 건조조차 대한민국 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원잠 건조의 시기와 장소, 원잠 원료로 사용될 저농축 우라늄 확보 절차 등 구체적 내용이 팩트시트에 빠진 것을 두고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미국 내 원잠 건조'를 주장할 경우 한국은 경제적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한국은 미국의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원잠을 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원잠) 건조 시기나 장소, 연료 확보 방안 같은 핵심사항은 하나도 명문화돼있지 않다"며 "원자력추진잠수함을 필리조선소가 아닌 대한민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부가 향후 협상에서 반드시 관철해야 할 과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미국 지지 역시 긍정적이나 원론적 수준 언급"이라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여론과 의회를 어떻게 설득할지 구체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한미가 한국에서 원잠을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합의했다는 입장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이 됐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위 실장은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문제에 대해선 "큰 줄거리가 합의됐다"며 "한미 양측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후속 협의를 어떻게 이행할지 진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