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조건 충족 평가 속도·기준은 여전히 변수'현재' 문구 빠진 '주한미군 전력·태세 수준 유지'방산·MRO 협력 확대… 전투함정 국내 정비 추진
  • ▲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미 국방장관이 미래연합군사령부(미래연합사) 본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2026년에 추진하기로 합의하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일정이 한층 구체화됐다. 미래연합사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게 될 한미 연합지휘부다.

    국방부가 14일 공개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따르면,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이번 SCM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을 이행하기 위한 한국 측 추진경과를 검토했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은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조건1) ▲북한의 핵·WMD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대응 능력(조건2)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의 역내 안보 환경(조건3) 등으로 구성된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검증은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 평가 및 검증 단계를 거치는데, 현재 FOC 평가를 마치고 검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올해 공동평가 간 준비태세 및 능력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달성했다는 데 공감하고,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조건 충족 가속화에 필수적인 능력 획득을 위한 로드맵을 발전시키며, 2026년에 미래연합사 본부의 FOC 검증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양국이 합의한 COTP에 명시된 조건들이 모두 충족된 상태에서 전작권을 체계적·안정적·능동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도 재확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공동성명이 향후 조건 충족 평가의 속도·해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전작권을 전환할 수 있는 '최종 상태'의 정의와 양측의 합의된 평가 기준이 여전히 모호한 만큼, 정부가 추진하는 '임기 내 조건부 조기 전환'은 연합방위태세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안 장관은 한국의 법률적 요건에 맞춰 가급적 조속히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증액할 계획임을 설명했고 헤그세스 장관은 이를 높이 평가했다. 국방비 증액 계획과 전작권 전환 로드맵이 병행되면서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능력 확보 비용과 재원 배분 등 국내 정책 조정 필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북한 및 북러 협력에 따른 위협 평가도 이번 SCM의 핵심 주제로 다뤄졌다.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 고도화와 재래식 현대화를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양국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확장억제를 제고하기 위해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성과를 지속하기로 했지만, 전작권 전환 이후의 구체적 연합 지휘 구조나 연계 절차와 관련해 공개된 내용은 제한적이다.

    양측은 성명에 "주한미군의 전력 및 태세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명시했다. 다만 2008년 이후 대부분의 SCM 성명에 포함됐던 '현재(current) 전력 수준 유지' 표현은 '현재의'(current)라는 기존 표현이 빠진 채 '전력·태세 수준 유지’로만 기재돼 문구 조정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방산·조선·정비(MRO) 분야 협력은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진전이 있었다. 미 비전투함정에 이어 미 전투함정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MRO를 받게 된다고 밝힌 대목은 실무 협력이 본격화되는 조치로 평가된다. 조기경보위성 정보공유 체계(SEWS) 가동, 미사일 방어체계 공급망 협력, 차관급 국방과학기술협력위원회 신설 등도 단기 추진 과제로 담겼다.

    한미일 협력, 대만해협 안정,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공동 협력 구상도 강조됐다. 역내 역할과 활동 범위가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군 능력 확보와 전작권 전환 과정이 어떤 형태로 조정될지 향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