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행, 11일 연가 내고 출근 안 해…12일 출근길에는 '묵묵부답''대장동 항소 포기' 검찰 내부 반발 부딪히자 사퇴 고심"신중하게 판단하라 지시" 정성호 해명은 의혹만 더 키워대통령실, 민정수석실 개입 의혹에 "해명할 일 없어" 일축법조계 "꼬리자르기로 덮으려하면 더 큰 반발 불러올 것" 경고국민의힘 의원 40여명, 11일 법무부·대검 항의 방문"국정조사·특검으로 명확한 진상 규명 필요"
  • ▲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서울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서울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싸고 '검란(檢亂)'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의 책임자 가운데 하나인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지난 11일 돌연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고 12일 출근길에는 사퇴 여부를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노 대행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고심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번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대통령실까지 번지자 꼬리자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겠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노 대행 연가 내고 '두문불출'…'항소 포기 책임' 꼬리자르기하나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대행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사의 표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1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몸이 좋지 않아 하루 정도 쉬면서 여러 고민을 할 것"이라며 자신의 거취를 두고 심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 대행은 지난 10일에도 대검찰청 과장들과 가진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 사퇴 요구를 받은 뒤 "조금만 시간을 주면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노 대행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경우 지난 2012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놓고 촉발된 한상대 검찰총장 사퇴 이후 13년 만에 검찰 내부 반발에 부딪혀 물러난 검찰 수장이 된다.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단순히 노 대행 사퇴 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정성호 법무부장관 본인이 항소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힌 상황에서 윗선의 묵시적인 압박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다 항소 포기 결정이 대통령실에도 보고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결국 노 대행이 항소 포기를 지시한 배경에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입김이 작용했고 이들 기관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배경에 대해 "법무부가 항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는데 모두 항소 포기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며 사실상 윗선의 압박이 있었음을 시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측은 이번 항소 포기가 대통령실과 무관하고 입장을 낼 사안도 아니라며 관여 의혹을 일축한 상태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도 최근 법무부 소속 검사들에게 "대검에 항소를 포기하라고 한 적 없다. 대검이 알아서 정리한 것"이라고 개입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호 법무장관도 "이 차관 등에게 대장동 사건을 세 차례 보고받고 '신중하게, 종합적으로 판단하라'는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양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1차 책임자인 검찰총장 대행이 항소 포기 과정에 상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한 만큼 이번 사태의 경위와 배경을 낱낱이 밝혀 책임자들을 가려내야 할 것"이라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이번 항소 포기 사태를 일선 책임자들의 사과 몇 마디와 사퇴로 두루뭉술 넘어가려고 한다면 더 큰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소속 의원 40여명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 앞에서 항소 포기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장동혁 대표는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 비리 범죄가 일부 무죄가 선고됐는데도 항소를 포기했다"며 "8000억원짜리 개발 비리를 400억원짜리로 둔갑시켰는데도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고 날을 세웠다.

    국힘은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이번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제안하며 이재명 대통령 재판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법무부에 포진한 '대장동 변호사'들 입김 작용했나

    이런 가운데 이번 항소 포기에 반발하는 일선 검사들은 대통령실과 법무부에 포진한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겠느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번 항소 포기 과정에 법무부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해당 인사들이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 밑에 있는 비서관 4명 중 3명이 이재명 대통령 변호인 출신이다. 부장검사 출신인 이태형 민정비서관은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의 변호인이었다.

    이장형 법무비서관 역시 쌍방울 사건의 변호인 출신이다.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은 대법원이 지난 5월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인이었다.

    법무부에도 대장동 사건 변호인이 있다. 정성호 장관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조상호 장관 정책 보좌관이 대장동·쌍방울·위증교사 사건의 변호인 출신이다.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대통령은 전부 무죄라고 생각한다"고 한 조원철 법제처장도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이다.

    이처럼 정부 요직들에 대장동 사건 변호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상황 속에 법조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연루된 사건 재판에서 이례적인 항소 포기 결정이 내려진 것은 다른 이유가 숨어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법조계 인사는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이 그간 검찰이 보여 온 행태와 관례 등을 감안할 때 극히 이례적인 것이어서 다양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임은정 동부지검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항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검사장을 포함해 서울중앙지검 소속 누구든 징계 취소 소송을 각오하고 항소장에 서명해서 제출했으면 됐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 심우정 전 총장의 즉시항고 포기에 저런 반응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검찰 내부 반발을 직격하고 나섰다.
  •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 출근길에서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 출근길에서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의혹만 더 키운 정성호 해명…"사실상 항소 포기 압박한 것"

    여기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정성호 장관의 해명이 도리어 의혹만 키운 꼴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정 장관은 지난 10일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돼 항소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장동 피고인 일부가 검찰 구형보다 중형을 선고받은 점을 들어 "양형이 충분하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피고인 5명 중 3명은 구형보다 낮은 형이 선고됐고 뇌물죄 등은 무죄로 나왔다.

    이 뿐 아니라 정 장관은 총 세 차례 항소 의견을 담은 검찰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잘 판단하라"고 했을 뿐 "지침을 준 바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한 검찰청법 제8조를 의식해 불법 지시 논란을 피하려는 셈법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법무장관이 '신중한 판단'을 언급한 것이 사실상 항소 포기 종용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부장검사를 역임한 한 변호사는 "정 장관은 항소 포기가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재판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신중히 판단하라'는 말 자체가 항소를 포기하라는 얘기"라면서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 인사들이 대통령실 민정 라인과 법무부 등에 포진해 있는데 어떻게 의식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