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항소 금지' 폭로 … 지휘권 남용 논란정진우 지검장 사의 … 검찰 내부 파장 확산野 "정권 방탄용 항소 포기… 사법정의 붕괴"與 "법리 판단 따른 결정… 정치공세 도 넘어"
  • ▲ 정진우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등검찰청·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정진우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등검찰청·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을 둘러싼 검찰의 '항소 포기' 논란이 검찰 내부를 넘어 정치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지휘부의 부당한 지시로 항소장이 제출되지 못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의 표명과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사법 신뢰와 검찰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검찰 수사·공판팀은 8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달 31일 대장동 개발비리 관련자 5명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고 수사·공판팀은 항소 기한 내인 7일 항소장을 제출해 항소심 판단을 받고자 했으나 자정에 이르기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했다"며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부당한 지시와 지휘를 통해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항소 기한 만료일인 7일 자정까지 항소장을 내지 않음으로써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민간업자 5명(김만배·유동규·남욱·정영학·정민용)에 대한 항소를 사실상 포기했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은 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정영학 회계사에게는 징역 5년, 남욱 변호사에게 징역 4년,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38억 원, 추징금 37억2200만 원이 선고됐다. 피고인 측은 전원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 포기로 인해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상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됨에 따라 1심의 형량이 유지되거나 감경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검찰 수사·공판팀은 "1심 재판부조차도 '사안에 부합하는 대법원 판례가 없다'고 한 법률적 쟁점들은 물론 일부 사실 오인, 양형 부당에 대한 상급심의 추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중앙지검 및 대검 지휘부에 항소 예정 보고 등 내부 결재 절차를 이행했다"며 "6일 대검 지휘부 보고가 끝날 때까지도 이견 없이 절차가 마무리돼 항소장 제출만 남겨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모든 내부 결재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인 7일 오후 무렵 갑자기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사·공판팀에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며 "급기야 항소장 제출 시한이 임박하도록 그 어떠한 설명이나 서면 등을 통한 공식 지시 없이 그저 기다려 보라고만 하다가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를 함으로써 항소장 제출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수사·공판팀은 "마지막 순간까지 대검과 중앙지검의 지휘부가 적법타당한 대응을 할 것이라 믿고 내부 절차를 이행하며 기다렸다"며 "결국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는 부당한 지시와 지휘를 통해 수사·공판팀 검사들로 하여금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공소유지를 맡았던 강백신(사법연수원 34기) 대구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항소장 접수를 위해 법원에서 대기했으나 중앙지검 4차장검사로부터 대검이 불허하고 검사장도 불허해 어쩔 수 없다고 답변받았다"고 썼다.

    법조계에서는 항소 절차가 사실상 완료된 상황에서 지휘부가 결정을 뒤집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내부 반발이 커지자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지 하루 만인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대검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수사팀의 항소 추진이 법리적으로 정당했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은 사실상 '정권의 방탄 기제'라며 '이재명 대통령 방탄을 위한 항소 포기'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친명 좌장'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 대통령 방탄을 위해 대장동 재판의 검찰 항소를 막았다"며 "정치적 개입에 따른 사건 무마 시도"라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권력 외압에 굴복해 항소 포기를 선택했다면 사실상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날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 대통령 재판이 재개될 경우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공개적인 재판 불복 선언"이라고도 했다.

    검사 출신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백한 탄핵 사유"라며 "이번 대장동 항소장 제출 방해에 관여된 사람은 모두 책임져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정성호 법무장관,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 그 누구도 성역일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공범 이재명은 국민을 빙자해 이미 '1심 무죄는 항소 포기하라'는 공개 지시를 했었다"며 "직권남용죄가 성립했다.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일부 무죄가 선고됐는데 검사에게 억지로 항소를 포기시킨 사건은 사상 최초"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항소 포기 관여자는 국가배상책임도 진다. 1심 판결은 '이재명 재판 중지로 피해는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피해액 산정 방법에 따라 추징금은 더 늘어날 수 있었다. 더 많은 범죄 수익을 국고로 환수할 기회를 고의로 포기했다"며 "어떻게 이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인데, 범죄자들이 이렇게 망치나"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대통령이 '자정발 비상계엄'으로 법무, 검찰의 기능을 멈춰 세웠다"며 "이 폭거를  뼈저리게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판사 출신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나라가 미쳐돌아간다"며 "입법과 행정을 점령한 민주당이 내란몰이로 군, 검찰, 법원 등 국가의 근간을 해체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검찰을 해체하고, 기업과 경제, 국가재정을 해체하고, 이제 법원과 군, 공무원조직, 게다가 보수야당까지 해산 해체하려는 국가해체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나 의원은 "기존질서의 완전해체, 군, 공무원 사회의 완장세력의 등장, '충성하지 않는 사람'을 색출하는 완장사회. 그리곤 내란청산의 붉은 딱지에 숨어들어가는 정치 언론세력, 바로 무서운 공포사회의 시작이다. 공포와 침묵이 일상이 되는 전체주의 통제국가,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종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급기야 이젠 이재명 대통령 범죄로 향할 대장동 개발비리 수사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라며 "충격적인 것은 대검과 중앙지검 윗선이 부당한 지시로 수사팀의 항소장 제출을 막았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아울러 "입법내란으로 검찰을 해체시키고 그에 굴종한 수뇌부가 대장동범죄의 수뇌부, 이재명 대통령으로 향하는 수사를 스스로 봉인한 것"이라며 "사법 정의를 암매장시킨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직무유기, 권력형 수사방해 범죄" "검찰농단"이라며 "즉시 수사해야할 감이다. 진상을 조사하고, 누가 왜 어떤 지시로 항소를 막았는지, 결국 대통령실 개입이 있었는지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법사위와 운영위 등 관련상임위에서도 긴급현안질의 개의를 요구해 철저히 추궁해야 한다. 나라가 무너진다. 범죄자대통령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은 그 벼랑 끝에 서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항소 포기라는 더러운 불법지시를 한 대통령실, 법무부, 대검, 중앙지검 관련자들은 모두 감옥에 가야한다"며 "다 끝나고 나서야 징징대는 현 담당 검사들도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며 "권력의 오더를 받고 개처럼 항소를 포기해주는 이따위 검찰을 폐지하는데 국민이 반대해줘야할 이유가 뭐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법무부, 대검의 불법 항소 포기 지시를 따른 서울중앙지검장이 뒤늦게 사표를 낸다고 하던데 다 끝나고 이러면 뭐하냐"며 "(지난해) 12월 3일 밤 젊은 계엄군들이 거부했듯이 불법 지시는 따를 의무가 없고 거부하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라고 충고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항소 포기를 법리적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규정하며 검찰의 무분별한 항소 자제 방침을 정치공세 수단으로 삼지 말라고 반박했다. 장윤미 민주당 대변인은 이에 "검찰의 항소 '포기'가 아닌 항소 '자제'를 국민의힘은 침소봉대하지 마시라"는 제목의 서면 브리핑을 내고 "검찰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한 건 법리 판단에 근거한 것이며 무분별한 항소 관행을 자제하기로 한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변인은 "검찰이 공소 유지에 성공해도 무분별하게 항소해 온 관행에 반성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미 4년에서 6년의 중형이 선고된 대장동 일당에 항소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대장동 일당 봐주기'나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때문에 '검찰이 권력 앞에 무릎 꿇었다'라거나 '대한민국 검찰이 자살했다'는 국민의힘 반응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라며 "특히 이 대통령을 걸고넘어지며 공개적 재판 불복 선언이라는 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러한 법원 판단에 눈감고 마치 이번 항소 자제가 이 대통령을 위한 것처럼 교묘하게 눈속임하려는 건 온당하지 않다"며 "국민의힘은 이번 검찰의 항소 자제를 정치적 공세 수단으로 삼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검찰 내부 갈등을 넘어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지휘부 판단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됐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순간, 검찰의 법리적 정당성과 독립성이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검찰 내부에서도 법리는 정치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 공방이 격화될수록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더 깊어지고, 사법 신뢰의 기반 또한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항소 금지' 논란은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와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검찰 권한 집중과 정치적 영향력 논란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 즉 '수사·기소 완전 분리'와 구조적으로 맞닿아 있다.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절차의 투명성과 내부 견제장치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