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 꺼지면 美 가계 16조달러 손실 추산'美 경제 버팀목' 소비, 무너질라'서학개미' 등 해외 투자자도 미국 주식 18조달러 어치 보유"닷컴 때보다 위험 집중도 높아…충격 더 클듯"
  • ▲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연합뉴스
    ▲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연합뉴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연일 랠리를 펼쳤던 미국 증시가 '닷컴 버블' 당시 수준의 붕괴를 맞는다면 미국 전체 가계 자산의 8%에 달하는 약 16조달러(약 2경3000조원)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5일(현지시각)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2년 오픈AI의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 출시 이후 미국 증시는 약 71% 상승했다. 올해 2분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75%를 넘어섰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기업가치 5조달러를 달성했고, 오픈AI는 1조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등 AI 관련 기업이 증시를 이끄는 모습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양상이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당시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당시에도 S&P500 시총이 미국 GDP의 124%에 달했고, 상위 5개 정보기술(IT)기업 평가액은 2조달러로 집계됐다.

    그러나 버블이 꺼진 후 기술주 가치는 평균 76% 폭락했고, GDP 대비 S&P500 시총 비율도 53%P 하락했다. 이후 이전의 고점을 회복하기까지는 20년이 소요됐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국 일반 가계의 주식 보유 비율은 20%로, 닷컴 시절과 비교해 4%P 확대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 가계 주식 자산은 총 42조달러에 달한다.

    한국의 '서학개미'들을 비롯해 해외 투자자들 역시 18조달러에 해당하는 미국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80%가량의 시세하락이 발생하는 닷컴 붕괴와 같은 사태가 반복된다면 미국 가계 자산은 약 16조달러의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손실도 7조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이는 연금·보험 등 간접 보유분 20조달러는 포함하지 않고 산출한 금액이다.

    AI 버블이 터질 경우 전세계적으로 천문학적 피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미국 경제에 막대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미국 경제는 소비가 떠받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GDP에서 개인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이에 따라 AI 버블 붕괴가 현실화하면 미국 연간 소비의 약 8900억달러, 즉 전체 GDP의 2.9%가 증발할 수 있다고 경제학자들은 경고했다.

    특히 AI 중심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쏠림' 현상 탓에 2000년대 닷컴 버블 때보다 더욱 위험도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S&P500 전체 시총 대비 상위 20개사 시총의 비중이 52%에 달한다. 상위 20개사 중 절반 이상이 AI 산업과 깊이 연관돼 있다. 이처럼 구조적 집중은 과거보다 더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AI 기술이 기대만큼 실적을 내지 못할 경우 전체 시장과 수많은 투자자들이 일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닷컴 붕괴 이상의 충격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