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수요 억제책 보유세 인상 군불 때기민주 "논의 안 해" … 지선 앞두고 표심 관리野 "슬그머니 입장 바꾸는 내로남불 말 바꾸기""여권 엇박자로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신호"박용진 "보유세 높이면 지방선거 악재"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안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안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로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더불어민주당이 거리두기에 나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를 우려해 신중론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이은 부동산 규제로 전세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당정 간 불협화음이 시장에 불안감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보유세 강화나 거래세 인하는 민주당의 오래된 방향이지만 이것과 관련해 당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얘기한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구 부총리는 지난 19일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유세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고가의 집을 보유하는 데 부담이 크면 집을 팔 것이고, 유동성이 생길 것"이라며 "미국처럼 재산세를 1% 매긴다면 50억 원 주택 보유자는 1년에 5000만 원씩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정부 고위 인사들은 부동산 수요 억제책으로 보유세 인상을 거론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5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보유세가 낮은 건 사실"이라며 보유세 강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 ▲ 서울 도심 아파트 전경. ⓒ정상윤 기자
    ▲ 서울 도심 아파트 전경. ⓒ정상윤 기자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까지 내준 문재인 정부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민주당은 대체로 보유세 인상에 부정적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보유세 강화에 대해 "당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재인 정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는 등 세금 규제 강화로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오히려 폭등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대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당시 늘어난 세금 인상분은 임대료나 전월세 보증금에 전가됐다"며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 시즌2'로 가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정부 기조와 달리 보유세 인상에 부정적인 이유는 내년 지방선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장 탈환을 노리는 상황에서 보유세를 인상했다가 서울 아파트값이 요동치면 수도권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용진 전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보유세를 하게 되면 강남3구에서의 국지전이 전국적 전면전으로 확전된다"며 "지방선거에는 진짜 악재"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노리고 있는 전현희 최고위원은 "보유세를 갖고 부동산의 폭등을 막겠다는 것은 사실상 어설픈 정책"이라며 "보유세나 세금으로 국민에게 부담 주는 건 자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보유세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정책위의장 출신인 진성준 의원은 지난 17일 YTN 라디오에 나와 "거래세, 취득세, 등록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리도록 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 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정부의 10·15 대책을 두고 "전세 난민이 대거 양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까지 옥죄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보유세까지 인상되면 '주택완박'(주택 완전 박탈)이 실현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정권이 출범한 지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정부는 더 심한 세금 인상 카드와 거래 규제 강화로 서민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길을 택했다"며 "결국 어느 날 갑자기 벼락을 맞은 건 국민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보유세 카드로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민주당은 '보유세를 논의한 적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며 "국민의 반발이 거세지면 슬그머니 입장을 바꾸는 내로남불식 말 바꾸기, 이중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과 정부가 보유세 인상에 이견을 나타내는 것을 두고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 시즌2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은 당장 내년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보유세 인상을 주도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당과 정부의 의견이 무조건 일치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여권 전체의 불협화음이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 출연해 "세금으로 집 값은 잡지 못한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강남 3구에서의 국지전이 전국적 전면전으로 확전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강남3구를 잡으려고 했던 어떤 국지적인 전투가 전국적인 전선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이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통제가 어려울 수도 있고, 지방선거에는 진짜 악재"라고 우려했다.

    박 전 의원은 세금 인상에 대한 부작용을 언급하며 "보유세를 높이면 집을 한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내가 뭘 잘못했다고 세금을 더 내야 돼?' 이렇게 나오고 집을 두 채, 세 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들은 세입자들에게 그걸 반드시 전가시키기 때문에 그 부분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