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은행 모기업, 범죄조직 지정 후폭풍국제 제재에 신뢰도 급락하며 대규모 인출 사태
  • ▲ 프린스그룹이 운영하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프린스은행. 251017 ⓒ연합뉴스
    ▲ 프린스그룹이 운영하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프린스은행. 251017 ⓒ연합뉴스
    캄보디아 주요 은행 중 하나인 프린스은행에서 17일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사태가 발생했다.

    모기업인 프린스홀딩그룹이 미국과 영국 정부로부터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지정되고, 총수가 전격 기소된 데 따른 직접적인 후폭풍으로 분석된다. 현지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캄보디아 금융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매일경제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프놈펜에 있는 프린스은행 주요 지점에는 아침부터 예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긴 줄이 형성되는 등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지점에서는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예금 지급을 일시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뱅크런 사태는 14일(현지시각)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 영국 정부가 프린스그룹과 그 회장인 천즈(Chen Zhi)를 상대로 단행한 초강력 제재의 여파다.

    미국 법무부는 천즈 회장을 온라인 투자사기(돼지 도살 스캠), 강제 노동, 돈세탁 등 혐의로 기소했으며 이와 관련해 약 150억달러(약 20조5000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법무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산몰수 조치다.

    미국 재무부는 프린스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공식 지정하고, 그룹과 관련된 개인 및 법인 146곳을 제재명단에 올렸다. 영국 정부 역시 천즈 회장 소유의 영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 공동 제재에 나섰다.

    프린스그룹은 부동산, 금융, 레저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며 캄보디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거대 복합기업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동남아시아에 불법 온라인 사기 센터를 운영하며 전세계 수많은 피해자로부터 수십억달러를 가로채고, 인신매매로 감금한 노동자들을 사기 범죄에 동원하는 등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모기업의 충격적인 실체가 드러나자 자회사인 프린스은행의 신뢰도는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예금주들은 자신의 예금이 범죄수익과 얽혀 동결되거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불안감에 앞다퉈 현금 인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태가 악화하자 프린스은행 측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조치가 은행의 운영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고객 관계를 성실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예금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캄보디아 중앙은행 등 금융당국은 긴급 유동성 지원방안을 포함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이번 사태가 프린스은행을 넘어 캄보디아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프린스그룹은 한국 서울에도 사무실을 운영해온 정황이 포착돼 국내 파장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울산 울주군)은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미국과 영국이 자산동결 제재를 내린 프린스그룹이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옮겨 '킹스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라고 지적했다.

    프린스그룹의 부동산 계열사 '프린스 리얼이스테이트 그룹 코리아'는 2월부터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빌딩 16층에 '킹스맨 부동산 그룹(KINGMEN REAL ESTATE GROUP)'이란 이름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