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트럼프와 이념적 유대감 등으로 관계 재설정 노릴 듯"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 주목…"최우선 과제는 美·日 무역합의 이행"
  • ▲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 ⓒ연합뉴스
    ▲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 ⓒ연합뉴스
    미국 언론들이 4일(현지시각) 일본의 차기 총리 자리를 사실상 확정한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를 "열렬한 민족주의자"로 평가하면서 한국·중국과의 마찰 가능성을 지적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카이치 총재가 "故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같은 멘토를 뒀다"며 "그의 승리는 세계 주요 경제권에서의 보수 세력의 승리 흐름에 또 하나를 더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아시아 이웃국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WSJ은 "그는 일본의 전몰자를 추모하는 야스쿠니 신사를 자주 방문했다"고 상기하면서 "현직 일본 지도자들의 이런 참배는 중국과 한국 모두에 도발적 행위로 간주된다. 그곳에서는 제국주의적 팽창 기간 일본이 저질렀던 잔혹행위에 대한 기억이 깊게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 신사는 전몰자 위령을 위한 중심적인 시설"이라며 "어떻게 위령을 할지, 어떻게 평화를 기원할지는 적시에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은 또 "다카이치는 중국에 대해 강경하고, 대만의 자치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외교 노선에서 강경우파성향의 '일본 우선주의'를 내세워 한국, 중국과 역사·영토 등의 문제로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도 "다카이치는 2022년 암살된 아베 전 총리의 측근인 만큼 한·중 등 주변국들과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면서 다카이치가 야스쿠니 신사를 정기 참배하는 등 '강경한 민족주의' 노선을 취한다고 지적했다.

    NBC방송은 다카이치 총재가 "자신의 영웅이 영국의 전 지도자 마가렛 대처라고 말하는 강경보수주의자이며 일본 최장수 총리였던 아베 전 총리의 동지였다"고 보도했다.

    특히 다카이치 총재의 집권이 일본에서 "아베 시절로의 회귀"로 받아들여진다면서 "그녀의 민족주의적 역사관이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이웃들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다카이치는 일본 최장수 총리이자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 구상의 설계자인 아베 전 총리의 후계자"라며 "미국과의 강력한 안보동맹을 지지하면서 국익을 최우선하는 '일본 우선주의' 외교정책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본이 지정학적으로 심각한 변동성에 처한 시기 총리에 오른다"며 "다카이치의 민족주의 입장은 중국과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최근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 노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재의 집권 후 최우선 과제는 미·일 무역협상의 이행이 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예상했다.

    다카이치 총재의 정치적 성향 측면에서는 미·일 동맹의 강화를 추구하지만, 최근 체결된 협상이 일본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WSJ은 "재협상의 가능성도 있다"는 다카이치 총재의 최근 기자회견 발언을 조명하면서 "(합의 내용이) 미국의 최우방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파트너로 여기는 일본에 아직 편치 않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NBC도 "차기 일본 총리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7월 트럼프 행정부와 체결한 무역협정의 이행이 될 것"이라며 "다카이치는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포함한 그 협정에 대해 재협상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다만 NYT는 아베 전 총리와 닮았던 점을 주목하면서 "단기적으론 아베 총리와 친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기업 '재팬 포사이트'의 토비아스 해리스 창립자도 "아베에 대한 공통된 애정, 이념적 유사성, 개인적 미국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일종의 관계 재설정을 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다카이치 총재는 4일 자민당 총재선거 결선투표에서 185표를 얻어 156표에 그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29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그는 15일 예정된 국회 총리지명선거를 거쳐 총리로 당선될 공산이 크다. 취임시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다.

    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다카이치의 외교적 수완이 곧바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