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임시예산안 불발…연방 공무원 일부 무급휴직항공-국립공원 등도 영향권…경제 피해-시민 불편 불가피고용보고서 등 경제 통계 발표 지연 전망…연준 시야도 '캄캄'
  • ▲ 셧다운 된 미국 연방정부. 251001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 셧다운 된 미국 연방정부. 251001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건강보험 관련 지출 등을 둘러싼 갈등 끝에 기한 내 예산안 처리에 실패함에 따라 미국 연방정부가 1일(현지시각)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가면서 경제 등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치열한 대치 속에 연방정부 업무 일부가 일시 정지되는 '셧다운' 사태가 1일 오전 0시1분(미국 동부시각, 한국시각 1일 13시1분)을 기해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1월20일) 이후 처음이다.

    연방정부의 2025회계연도 최종일인 전날(9월30일) 자정까지 의회에서 2026회계연도 예산안 또는 단기지출법안(임시예산안, CR)이 처리되지 않아 정부를 운영할 새로운 지출에 대한 법적 권한이 사라지면서 미국은 셧다운 사태를 맞게 됐다.

    상원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7주짜리 공화당의 CR을 표결(가결 정족수 60표)에 부쳤으나 찬성 55대 반대 45로 부결됐고, 민주당이 자체 발의한 CR도 마찬가지로 표결에서 부결됐다.

    미국에서 셧다운 사태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8년 12월(개시시점 기준) 이후 약 7년 만이다.

    이날부로 미국 연방정부의 회계연도가 바뀜과 동시에 정부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한 예산공급이 중단되면서 공공서비스영역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기관들은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 없어 공무원은 무급휴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가안보와 공공안전 등을 담당하는 필수인력은 업무를 계속하고, 셧다운이 해소된 뒤 급여를 소급해 받게 된다.


    연금, 장애인 복지 등 사회보장정책을 담당하는 사회보장국(SSA)은 사전에 밝힌 셧다운 대응계획에서 소속 직원 12%가 무급휴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다만 사회복지급여 등은 종전대로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200만명에 달하는 미군 병력 역시 필수인력으로 분류돼 자리를 지켜야 하지만, 국방부의 민간고용직원 74만20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무급휴직에 들어간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항공이나 공항, 국립공원의 경우 당장 며칠간은 운영에 지장이 없겠지만,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하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항공교통 관제사의 경우도 필수인력으로 분류돼 무급 근무를 하게 된다.

    그러나 2019년 1월 셧다운 당시 관제사 10명이 병가를 내고 업무를 중단하면서 뉴욕 라과디아 공항 등에서 항공편 운행이 일시 중단됐고 뉴저지, 필라델피아, 애틀랜타 등 다른 공항의 항공편 지연으로 이어졌다고 CNN은 보도했다.

    공항의 보안검색대 직원들도 필수인력으로 분류되지만, 급여를 받지 못하고 일하는 기간이 장기화하면 근무인력이 자연적으로 줄어 이용객들의 보안검색대 통과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미국의 인기 관광지로 꼽히는 국립공원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일부 운영이 중단되거나 방문객 대상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콴티코 해병기지에서 열린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50930 AFP=연합뉴스.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콴티코 해병기지에서 열린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50930 AFP=연합뉴스. ⓒ연합뉴스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데 근거가 되는 통계 발표도 셧다운 영향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노동부는 노동통계국(BLS)이 매월 펴내는 고용동향 등 보고서 발간이 지연되거나 인용되는 데이터의 품질 저하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방수사국(FBI)과 마약단속국(DEA), 해양경비대 등 법 집행기관들은 필수인력으로 분류돼 업무를 그대로 이어간다. 국경 관련 업무도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 정책인 만큼 대부분 정상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들은 예상했다.

    연방법원의 경우 각종 수수료 등의 예산을 통해 몇주가량은 정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연방우정청(USPS)은 연방정부의 일반 세금이 아닌 자체 수익으로 운영되는 구조인 만큼 우편업무를 평소대로 이어갈 전망이다.

    과거의 정부 셧다운은 공공서비스에 불편을 초래했을지 몰라도 미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지만, 이번에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셧다운을 계기로 연방공무원들의 '대규모 해고'를 벼르는 상황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아닌 부처를 중심으로 인력 감축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고용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대규모 연방공무원 해고까지 더해지면 소비 위축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현재의 불안정한 경제가 더 압력을 느낄 수 있고, 특히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중단되면 정책 결정자들이 경제정책 방향을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BLS는 3일로 예정된 9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고서는 신규 고용과 실업률을 포함한 핵심 지표로,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금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준은 민간 데이터와 지역 연준의 정보를 통해 노동시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지만, 공식 통계의 부재는 정책 결정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TD 증권의 게나디 골드버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연준과 시장 모두 시야를 잃는다"며 "이번 셧다운은 과거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보고서 이외에도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2일, 9일, 16일) △무역수지(7일) △소비자물가지수(CPI, 15일) △소매판매(16일) △생산자물가지수(PPI, 16일) 등도 이번 셧다운으로 발표가 지연될 수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8~29일 열린다.

    비영리기구인 미국 책임연방예산위원회(CRFB)의 마크 골드윈 수석 부위원장은 "경제가 안정적일 때는 셧다운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ABC방송에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 직전 셧다운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8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35일간 지속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원인이 됐다.

    이때 발생한 경제적 피해는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달했다고 의회예산국(CBO)이 집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