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전문가 김건, 李 정부 복합 위기 진단對美 관세 협상 교착 상태서 "정부 외교력 40점"李 지키려는 '김칫국 외교' '콩가루 외교'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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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절제된 문제 제기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국회에서도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가장 기피하는 의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뉴데일리는 1일 김 의원을 만나 산적한 이재명 정부의 외교 현안에 관해 물었다.1989년 외교부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31년간 치열한 외교 세계를 경험한 김 의원은 이번 관세협상을 '이재명 지키기 외교'로 정의했다. 외교부 북핵협상과장 주영대사,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요직을 거친 김 의원에게 이재명 정부 출범 후 120일의 외교 점수를 묻자 '40점'이라고 답했다.국익이 걸린 외교 무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리스크를 줄이려는 정치적 계산이 우선시되다 보니 정부의 '김칫국 외교'와 '콩가루 외교'가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이 대통령이 제시한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sation), 비핵화(Denuclearisation) 3단계 대북 비핵화 전략인 'E.N.D 구상'에 대해서는 '공허한 목소리'라고 평가했다.북한 김정은이 남한의 문물이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퍼주기 외교'를 공언하며 오히려 북한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로 표현하며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 이 대통령의 말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튼튼하고 긴밀한 한미 관계가 우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 ▲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교착 상태다. 대통령실은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된 회담'이라고 자평했다. 이후 별다른 상황 진전이 없어 보이는데."김칫국 외교의 후유증이다. 국민에게 이러한 브리핑을 한 것은 거짓말이다. 외교 협상의 대원칙은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지 어떤 것도 합의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미국과의 관세협상은 유례가 없다.결국 김칫국 외교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대통령실이 우리가 농수산물 시장을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든지, 자동차 관세를 15%로 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이렇게 발표했지만, 미국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는 8월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우리가 3500억 달러와 추가로 1500억 달러를 기업들이 투자한다고 발표하면서 미국이 가장 기분이 좋았을 때다. 당시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어떤 실익을 얻을 수 있다고 봤는데 전혀 없었다. 이 대통령이 기존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협상보다 낮은 수준의 딜을 가서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기대치보다 내려오고 대통령이 정치적 리스크를 질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칫국 외교를 하지 않았으면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타협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이 대통령의 리스크를 줄이려다가 외교적인 패착을 겪었다는 뜻인가."이 대통령이 외교를 하는 것을 보면 본인한테 가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 위주로 하는 것 같다. 벌써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이다. 동맹국과 아닌 국가는 다르다. 동맹은 우리가 공격을 받으면 피를 대신 흘려주며 싸워준다는 의미다. 동맹의 기초는 신뢰다. 여당에서 미국을 비판하는 이야기를 해서 미국 내부의 반한 감정이 생긴다면 적대 세력이 유혹에 빠진다. 동맹의 약점을 파고들 공작을 할 수도 있다.동맹 관계는 충돌하는 방식이 아닌 동맹 사이의 상호 조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성공적인 동맹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하는 것은 벌써 실패를 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잘 안 됐을 때 '내 책임이 아니라 저 놈이 나쁜 놈'이라는 책임 전가인 것이다. 벌써 이러한 현상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이재명 정부가 외교적으로 무능하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과 같다." -
- ▲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외교 협상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아쉽다고 생각이 들었나."대미 협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마이너스 외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가 야당이다. 야당과 초당적인 대표단을 꾸려 국익에 기반해 함께 목소리를 냈다면 미국도 민주주의 국가기 때문에 상당히 심각하게 현재 상황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야당을 사람 취급도 안 하고 입법 독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두 번째는 재계다.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도 많이 하고 네트워크도 강하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한몸으로 뛴다면 효과가 클 텐데, 정부·여당은 더 센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재계가 반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세 번째는 종교계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던 것이 미국의 기독교 세력이다. 한국 교계와도 긴밀히 연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당이 주도하는 특검은 종교계 인사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알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관세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축구와 마찬가지로 외교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빌드업'이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인 관세협상과 관련해서 이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에서 잠깐이라도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번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조금 더 정돈된 분위기에서 대화가 가능했을 것이다.해법은 미국을 납득시키는 것밖에 없다. 미국은 '일본은 하는데 왜 한국은 못 하느냐' 이런 자세다. 우리는 일본과 다르다. 우리 경제가 버틸 수 없다, 우리 경제가 못 버티면 미국이 더 불리하다는 설득을 해야 한다. 정부가 투자 방식과 비자 문제만 해결하면 우리 기업들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빌드업 자체가 없다. APEC은 그런 면에서 중요한 기회다. 이 기회를 절대 놓치면 안 된다."▲이재명 정부는 농산물 시장 개방을 막았다고 자평했는데."농업단체에서 국민의힘을 찾아와서 간담회를 한 적이 있다. 농업단체들은 개방에 반대하지만, 확실한 지원 체계가 있다면 논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정부가 대화 자체를 안 한다고 하더라. 정부가 먼저 농민들과 대화해서 애로사항을 확인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가지고 미국과 협상에 나섰어야 한다. 농민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지 않고 협상장에 가서 농산물은 무조건 안 된다고 하니 미국 협상자는 편할 것 같다. 한국의 아킬레스건이 농업이라고 생각하고 농산물 개방만 이야기하면 다 양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나."▲이재명 정부의 외교 라인은 어떻게 보나."문제가 심각하다. 자중지란 외교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이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한다. 예컨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이 말하는 '두 국가론'을 이야기하면 대통령실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 또 정 장관이 더 목소리를 높여서 '두 국가론'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엇박자가 나면 외교 상대국에서는 헷갈린다. 대체 한국 입장은 뭔지, 이게 개인 입장인지 정부 입장인지, 또 말이 바뀌는 것은 아닌지 하는 등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상실된다. 한마디로 국제 사회에서 콩가루 집안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E.N.D 구상은 어떻게 평가하나."공허하게 들린다. 김정은은 가장 큰 체제 위협을 주민들이 남한의 삶을 동경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북한과 남한은 한 민족도 아니고 서로 적대적인 국가일 뿐이라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꺼내든 이유라고 본다. 북한이 이렇게 교류에 대한 의지가 1%도 없는데 우리가 교류하겠다고 하면 현실성이 있을까. 교류를 하려면 북한이 교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는 이런 것 없이 북한이 원하는 것은 다 해주겠다는 말이다."▲김정은은 트럼프와의 대화에는 여지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북미 대화가 열린다면 우리는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과 바로 협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소외되지 않으려면 미국이 우리를 대신해서 우리의 입장과 같은 의견을 전달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E.N.D 구상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우리끼리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서 미국도 납득하게 해야 했다.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이던 '담대한 구상'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미국과 끊임없이 대화했고, 이 구상을 발표하자마자 백악관에서 지지 성명을 냈다. 대북 정책도 트럼프 정부와 협의하고 대북 정책도 공동 인식을 만든 다음에 발표했다면 훨씬 무게감 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