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미애, 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 없었다""'尹 킹메이커' 秋, 조희대에 레드카펫 깔아줄라"'윤석열 오빠' 발언도 빈축 … "나경원 존재감만 부각"
  • ▲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종현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추미애)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른바 '조희대 청문회'를 열기로 하면서 정치권에서는 '보수의 어머니 추미애'라는 별칭이 또 다시 회자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공개적 망신 주기에 불과한 청문회란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청문회가 종국에는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 때처럼 조 대법원장의 정치적 체급만 키워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3일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전날 민주당 주도로 의결된 '조희대 청문회'에 대해 "민주당이 이렇게 막나갈수록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면서 "추미애 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듯이 이번에도 대법원장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실시계획서와 관련 증인·참고인 출석의 건이 의결됐다. 청문회는 오는 30일 개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청문회 계획서에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특정 후보자(이재명 대통령) 재판과 관련해 절차적·법리적 규정을 위반한 불합리한 판결을 선고하고, 한덕수 등과의 '4인 회동'을 통해 사전 모의한 정황까지 드러나는 등 사법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법사위는 당초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를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추 위원장이 예고도 없이 조 대법원장 청문회 계획서를 안건으로 올리면서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국민의힘이 이에 반발하며 퇴장하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안건을 주도해 처리했다.

    집권당이 사법부의 수장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여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한민국 삼권분립의 사망"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당 지도부의 뜻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추 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않고 청문회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조 대법원장 청문회 계획서가 채택된 것에 대해 "사전에 상의는 안 됐고 법사위 차원에서 의결된 것으로 추후에 통보를 받았다"며 "상임위 차원에서 진행된 거여서 지도부가 해라, 하지 마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 위원장이 '청문회 드라이브'를 걸면서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되고 있다.

    이는 추 위원장이 과거 윤석열 전 총장과 대립을 벌인 끝에 결국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킨 '1등 공신'이란 평가가 퍼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추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 당시 윤 총장에 대한 직무 집행정지 명령 등 징계를 추진하면서 윤 전 총장과 수차례 충돌했다. 하지만 일련의 갈등이 오히려 윤 전 총장을 민주당 반대 진영의 아이콘으로 만들었고, 결국 대통령까지 오르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정치권의 평가가 제기됐다. 이후 추 위원장에게는 '보수의 어머니' '윤석열 킹메이커'라는 별칭이 따라붙게 됐다.

    추 위원장이 강행한 이번 '조희대 청문회'도 비슷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이 충분한 증거와 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며 압박할수록, 사법부의 수장인 조 대법원장이 '정치적 희생양'처럼 부각되고 체급이 높아지는 역설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에게 괜히 '억울한 피해자'라는 이미지를 씌워줄 필요가 있나"라고 되물었다.

    나아가 추 위원장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법사위 간사 선임안을 막으면서 도리어 나 의원의 존재감만 부각시켜주게 됐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추 위원장이 나 의원에게 "윤석열 오빠"를 운운하는 등 거친 언행도 여론의 빈축을 사고 있다.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언행으로 당에 부담을 안기고, 나아가 나 의원의 정치적 입지만 유리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렇게 하는 게 우리 당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본다"며 "나 의원이 민주당에 이렇게나 큰 위협이 된다고 자인하는 꼴이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민주당의 '조희대 청문회' 등 강경 드라이브가 결국 여권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 눈에는 집권당이 회동설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자꾸만 사법부를 건드리고 공격하는 것으로만 비칠 수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자주국방' 같은 위험한 발언 등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쌓이는 상황에서 사법부에 대한 여당의 공격은 중도층을 돌아서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