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 지난 5일 '무자본 M&A 세력' 경영진 교체2022년 무자본 M&A로 회사 망가져…소액주주들 3년 간 끈질긴 투쟁소액주주 연대 "전재산 잃은 소액주주들 회생 기대…뉴데일리 탐사 보도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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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자본 M&A 세력과 경영진들의 주가조작 및 횡령 의혹 등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내몰렸던 셀피글로벌의 경영권이 소액주주들에게로 넘어갔다.

    지난 2022년 8월 무자본 M&A 세력들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악화일로를 걷던 회사 경영이 정상화의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본보는 지난 1년여 간 '자본시장의 검은손' 시리즈 탐사 보도를 통해 셀피글로벌을 인수한 무자본 M&A 세력의 실체와 조폭 출신 건설사업가로 알려진 '철거왕' 이금열 회장 측이 인수에 연루된 점을 잇따라 밝혀냈다.

    특히 무자본 M&A 세력들이 한 때 건실한 기업이었던 셀피글로벌의 주가조작을 시도하고 막대한 회삿돈을 수차례 횡령해 회사를 나락으로 몰아간 사실과 이에 맞선 소액주주들의 기나긴 사투 과정을 추적 보도했다.

    수십여건에 달한 본보의 시리즈 탐사 보도는 재산권과 회사를 지키기 위해 사투에 나선 소액주주들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회사를 집어삼킨 '작전세력'에 맞서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인숙 셀피글로벌주주4호조합 소액주주 대표조합원은 본보 취재진에 "거대 자본세력에 대항할 길이 없어 피눈물을 흘리고 있던 소액주주들의 목소리에 가장 먼저 귀기울여 주고 끈질긴 탐사 보도를 통해 무자본 M&A 세력들의 불법 행위들을 찾아내 세상에 알려준 것에 너무 감사하다"며 "소액주주들이 똘똘 뭉쳐 회사를 반드시 정상화하겠다"고 전했다.

    ◆건실했던 상장사, '무자본 M&A 세력'에 인수된 이후 나락

    셀피글로벌의 전신은 1998년 김남주·강수향 씨가 대구에서 설립한 카드 제조업체 '아이씨코리아'다. 이 회사는 국내외 카드사에 플라스틱 및 메탈 신용카드를 공급하며 안정적인 매출을 올렸고 201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 회사에 검은 손이 드리운 것은 지난 2022년 8월이다. 이때 무자본 M&A 세력의 주축인 안모씨와 임모씨는 오름에프앤비 등 유령회사를 통해 회사의 지분 20.48%(728만9060주)를 인수했다.

    오름에프앤비는 '오름곰탕' 등을 운영하는 요식업 프랜차이즈로 카드 사업과는 관계가 없는 기업이다. 오름에프앤비가 인수한 지분은 15.83%(578만309주)로 인수에 들어간 자금 191억 원 중 183억 원은 대부업체 '케이엔제이인베스트'로부터 두 달간 월 이자 0.83%로 단기 대출해온 돈이다.

    오름에프앤비의 자기자본은 8억5600만 원에 불과했다. 전형적인 무자본 M&A 형태의 인수방식이다. 

    오름에프앤비는 케이엔제이에게 주식담보대출로 돈을 빌려오면서 담보로 잡은 주식의 가격이 대출금 대비 160%(190억 원) 이하로 떨어지면 반대매매를 할 수 있다는 조건도 걸었다.

    이 때 오름에프앤비가 인수한 지분이 아닌 전체 인수지분 20.48%(약 240억 원 어치)를 담보로 걸었기 때문에 회사는 주가가 조금만 떨어져도 반대매매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경영권을 인수한 안씨 등 일당은 이사진을 측근들로 교체한 뒤 사명을 셀피글로벌로 변경하고 탭투페이(Tap to Pay)와 이차전지 진출 등 현실성없는 허위공시를 남발하며 주가를 끌어올리려했다.

    이 과정에서 유화증권과 한양증권 등 유력 증권사가 셀피글로벌에 대한 매수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셀피글로벌의 주가는 단기간 급등세를 보이며 2022년 8월25일 장중 한때 517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발표된 사업들의 실질적 진척은 거의 없었고 점차 투자자 신뢰가 무너지면서 주가는 급락세로 전환됐다.
  • ▲ 셀피글로벌 주가 차트. ⓒ디자인=황유정
    ▲ 셀피글로벌 주가 차트. ⓒ디자인=황유정
    ◆'철거왕' 이금열과 대부업체의 반대매매

    주가 하락이 가속화되면서 2022년 9월19일에는 셀피글로벌 주식 450만 주(지분율 12.24%)가 대량 매도됐다. 주가가 떨어지자 인수 자금을 제공했던 대부업체 케이엔제이인베스트가 담보권을 행사해 주식을 반대매매한 것이다. 

    이 반대매매로 안씨측 경영진은 지분을 모두 잃었지만 경영진 등 이사진을 해임할 경우 20~30억 원의 거액의 퇴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이른바 '황금낙하산' 조항과 이사를 해임하기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80%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초다수결의제'를 악용해 경영권을 유지했다. 

    이후에는 본보 보도로 케이엔제이인베스트가 대출해준 돈 역시 로켓인터내셔널에서 투자된 돈 인 것으로 밝혀졌다. 안씨와 함께 셀피글로벌을 인수한 임씨는 자신의 회사인 로켓인터내셔널을 통해 새날씨앤피와 씨지주택으로부터 123억 원의 자금을 빌려왔다.

    새날씨앤피는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고 씨지주택(구 이와소종합건설)은 이 회장의 부인 김모씨가 실소유하고 있는 두양종합건설의 자회사다. 

    임씨가 빌려온 자금이 케이엔제이인베스트로 투자됐고 케이엔제이인베스트는 다시 이 자금을 주식담보대출로 오름에프앤비에 대여한 것이다. 

    다만 이 회장은 이 사건에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이 회장이 로켓인터내셔널에 넣은 자금은 '대여금'이었으나 로켓인터내셔널이 이 돈을 케이엔제이인베스트에 넣을 때는 '투자금'이었기 때문이다. 
  • ▲ 셀피글로벌 무자본 M&A 구조. ⓒ디자인=황유정
    ▲ 셀피글로벌 무자본 M&A 구조. ⓒ디자인=황유정
    ◆주가조작 실패하자 회삿돈 횡령까지…'거래정지' 내몰려

    주가 부양이 실패하면서 안씨 등 일당은 투자금 회복을 위해 횡령 사건까지 저지르게 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셀피글로벌은 2022년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거래정지된다.

    안씨의 회삿돈 횡령 정황이 포착되면서 감사인이 회사 자금 집행에 대한 적정성 판단을 거부한 탓이다. 셀피글로벌은 이차전지 사업에 진출하겠다며 자회사 플러스메터리얼즈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에 40억 원이 투자됐고 이중 15억 원이 사업과 무관한 웹툰 업체 등에 흘러들어갔다. 

    셀피글로벌은 또 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납입일이 수십차례 이상 변경되는 혼란 끝에 누적 벌점 19.5점을 기록하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상장폐지 심사 벌점 기준선은 15점이다. 유상증자와 관련해 법원에 신협 명의의 '대출 검토 의향서'를 위조해 제출한 정황도 확인됐다. 당 서류를 신협 측이 발급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영진이 자금조달 능력을 허위로 포장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밖에 횡령 의혹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본격화하자 플러스메터리얼즈를 청산하려고 시도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결국 한국거래소는 5월 29일 셀피글로벌에 대해 최종적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거래소는 사유로 ▲지속적인 매출 정체와 수익성 회복 불확실성 ▲악화된 재무 건전성과 자금 회수 가능성 부재 ▲최대주주의 공백 및 실질지배자 A씨의 지배 구조 개입 ▲초다수결의제·황금낙하산 등 정관상 독소조항 ▲2024년 BW 인수를 통한 자금 유출과 회계상 '비적정' 판정 등을 제시했다. 
  • ▲ 셀피글로벌 본사. ⓒ뉴데일리DB
    ▲ 셀피글로벌 본사. ⓒ뉴데일리DB
    ◆'개미들의 반격'…소액주주 연대, 회사 정상화 첫 발

    회사가 상장폐지의 위기에 몰리자 소액주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정엽 대표조합원을 중심으로 '셀피글로벌주주연대모임'이 2024년 3월 결성됐고 같은 해 5월 9일에는 '셀피글로벌주주1호조합'이 회사 지분 11.29%(432만1503주)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6월까지 2~4호 조합이 차례로 설립되며 총 지분율은 21.91%까지 확대됐다.

    주주연대는 회사의 자금 유용과 회계 불투명성을 밝히기 위해 2024년 6월 17일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어 같은 달 25일에는 현 경영진 해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하며 본격적인 경영권 회수 절차에 돌입했다. 

    대구고법은 지난 5월30일 임시 주주총회 소집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정당한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해당 임시주주총회가 지난 5일 열렸다. 임시 주총에서는 유기종 현 대표이사 등 기존 경영진 3인과 감사 1인의 해임 안건이 올라왔고 원안대로 통과됐다. 윤 대표조합원 등 소액주주 연대측 인사 4명이 신규 이사와 감사로 선임됐다. 

    하지만 기존 경영진 해임과 신규 이사진 선임이 이뤄졌음에도 셀피글로벌의 경영권 분쟁은 끝나지 않았다. 무자본 M&A 세력 측이 임시주총 직전 급히 선임한 대표이사 등 이사 2명이 남은 것이다.

    기존 경영진은 임시 주주총회 개회가 예정되자 지난 7월 30일 기존 이사 2명의 사임을 공시하는 한편 빈 자리에 새 이사로 안모씨 등 2명을 선임했다.

    이어 임시 주주총회 개회 하루 전에는 기존 대표였던 유 대표와 안씨를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 그리고 임시 주주총회에서 유 대표이사가 해임되자 안씨를 단독 대표 체제로 재편됐다.

    개미들이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기까지는 아직 다소의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이사직을 유지 중인 안씨는 새롭게 선임된 소액주주 연대 측 인사들의 이사 및 감사 지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지난 8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에 윤 대표조합원 등 4명에 대해 이사 및 감사 지위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한 소액주주는 "소액주주들이 모신 신규 감사가 그 동안 처참하게 난도질 당했을 회사의 내부 회계를 잘 살펴봐 줄 것"이라며 "현 경영진이 임시주총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예상하고 있던 소송이고 잘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표조합원은 "주주들의 재산권이 송두리째 날아갈 상황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하나둘 모인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정상화 시키는 첫걸음"이라며 "반드시 불온한 세력들을 몰아내고 회사 경영을 정상화해 소액주주들의 소중한 재산권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