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력 무기로 불리한 조건 강요부동산 사업가 시절 협상 전략 무역정책에 활용한 듯다른 나라도 모호한 대규모 투자 약속 지킬지 '미지수'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협상 과정에서 한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연합(EU)으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를 요구하면서 관세 정책이 '글로벌 강탈 전략', 혹은 '수금 활동'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한 투자 약속이 실제 이행될 지는 미지수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 상대국의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역 상대국에 대미 투자 약속의 형태로 돈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현금 확보 전략으로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2기의 무역 협상은 투자 약속이라는 형태로 지출 가능한 현금의 규모를 제시하지 않으면 터무니없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 정부 협상단과의 면담을 예고하면서 "한국은 지금 당장 관세가 25%이지만 관세를 돈 주고 낮추겠다는 제안을 가지고 있다"면서 "난 그 제안이 무엇인지 듣는 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면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

    그 대가로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고 1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일본도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EU도 유럽 기업들이 최소 6000억달러를 투자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통상 전문가들은 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 파트너와 협상하는지, 교역 인질과 협상하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스콧 린시컴 카토연구소 부소장은 "이건 의심할 여지가 없이 일종의 글로벌 강탈(shakedown)"이라며 "트럼프가 그럴 의향이 없는 국가들에 이런 조건을 사실상 강제하기 위해 관세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니얼 에임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개발업자와 사업가 시절에 익힌 협상 전략을 무역 협상에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우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고, 구매 권유와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활용하며 협상 상대를 흔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임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도 헛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일본, EU가 투자 약속을 최종적으로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허영심을 이용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관세는 비교적 집행하기 쉽지만 투자와 구매 약속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EU는 자신들이 약속한 투자를 각 회원국에 지시할 권한이 없다. 일본이 약속한 투자는 대부분 대출 형태다. 한국의 투자도 대부분 대출 및 대출 보증으로 이뤄진다.

    에임스 교수는 그러면서 "나르시시스트와 협상할 때는 그들이 자기가 이겼다고 생각하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