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 2025' 후속 버전 내놓는다 … '첨단기술 강국' 정조준

중국 정부가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면서 10년 전 발표한 '중국제조 2025(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계획에 이어 반도체 장비 등 첨단기술제품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산업전략을 최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조업 재건을 선언한 가운데 중국이 제조업을 둘러싼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계속 손에 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5년 발표 후 만 10년 된 '중국제조 2025'의 후속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5월 10대 주요 산업의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중국을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목표였다.

10대 주요 산업에는 △차세대 정보기술(IT) △항공우주 장비 △철도와 전력설비 △농업 기계장비 △신소재 △바이오 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등이 포함됐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드론과 전기자동차 및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일부 산업에서 세계시장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와 신소재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다른 선진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중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반도체 장비와 칩 등 AI에 필수적인 기술 등 첨단기술을 우선순위에 둘 예정이다.

다만 미국 등 다른 국가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기존 '중국제조 2025'와 같은 명칭은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이 구상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내부에서 논의 중인 단계라고 전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후 10년 계획을 통해 2035년까지 세계 제조업 강국의 중간 수준에 도달하고,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는 종합 국력에서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중국은 내년부터 시행할 중장기 경제성장 로드맵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을 마련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중국제조 2025'는 장기적으로 제조업을 고도화하고 외국 기술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며 5개년 계획은 인프라·환경·복지 등 국가 전체 발전을 포괄하는 청사진이다.

이 5개년 계획도 중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계획은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며 '중국제조 2025'의 후속계획은 그 전후로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이와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제조업을 둘러싼 중국의 이 같은 최근 움직임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무역 불균형으로 비판받은 기존 전략을 대부분 유지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뜻한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1월 백악관에 재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제조업을 재건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충격으로부터 안전한 미국을 만들겠다며 중국을 주요 표적으로 관세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를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철강·의약품·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디커플링(공급망 완전 분리)'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제조업을 안보와 고용 유지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소비는 GDP의 약 40% 수준으로, 50~70%인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반면 중국의 제조업 중심 투자는 GDP의 약 40%를 차지해 미국의 2배 수준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19일 허난성 뤄양 베어링그룹 공장을 찾아 중국이 세계 제조업 1위 국가로 발돋움했다며 제조업을 계속 잘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조업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핵심기술에도 통달해야 한다"며 "수준 높은 인재를 대거 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향후 10년간 반도체 분야를 집중 육성할 경우 한국과의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 매출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 2위 삼성전자가 이끄는 최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현재 중국은 상당히 뒤처져 있다. 첨단 반도체 장비를 국산화하지 못해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처지다.

때문에 아직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지만,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지속 확대할 경우 양국의 위상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