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살인범' 차철남, 흉기구매 정황 … 경찰 "계획범행 드러나"

경기 시흥에서 둔기와 흉기로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중국교포 차철남(56)이 범행 약 10여일 전부터 흉기를 구입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정황이 경찰 수사 결과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시흥경찰서는 이날 오전 차철남을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차철남은 이달 초부터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정황이 확인됐다.

차철남은 지난 17일 오후 4시~5시께 자신과 '형·동생 관계'로 가깝게 지내던 중국교포 50대 A씨 형제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장소는 각각 차철남의의 시흥시 정왕동 자택과 인근에 있는 A씨 형제의 집으로 파악됐으며 사용된 도구는 둔기였다. 피살된 A씨 형제는 부검 구두 소견 결과 두부 손상에 의한 사망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나왔다.

경찰 조사에서 차철남은 A씨 형제에게 빌려준 3000여만원을 돌려받지 못해 화가 났으며 "변제 능력이 있는데도 돈을 계속 갚지 않았다"며 "그동안 이용당한 것 같다는 생각에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차철남이 A씨 형제 중 형인 A씨에게 먼저 술을 먹자고 유인해 살해한 뒤 이어 동생도 살해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경찰은 CCTV 영상과 금융자료, 통신수사 등을 통해 차철남이 사건 약 10여일 전인 이달 초부터 흉기를 구입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정황도 발견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번 사건이 우발적인 범행이 아닌 계획된 살인 예비 행위가 있었다고도 파악하고 있다.

A씨 형제를 살해한 차철남는 피해자의 SUV 차량을 훔쳐 이틀간 차 안에서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동안 차 씨는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에 좌절하고 있다가 평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다른 이들에 대해서도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된 A씨 형제 시신은 이틀간 방치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차철남은 이후 지난 19일 오전 9시 34분께 집 근처 편의점의 60대 여성 점주 B씨를 흉기로 찔러 다치게 했고, 같은 날 오후 1시 21분께 한 체육공원에서 자신이 거주하던 집의 건물주인 70대 남성 C씨를 잇달아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힌 혐의도 있다.

차철남은 B씨에 대해서는 "나를 험담해서"라고 말했고 C씨에 대해서는 "나를 무시해서" 각각 흉기로 찔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19일 오전 9시 36분께 "편의점 업주가 흉기에 찔렸다"는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1시 23분께 "체육공원에서 한 남성이 흉기에 찔렸다"는 112 신고를 추가 접수하고 두 사건의 용의자가 차철남임을 특정했다.

그 사이 A씨 형제의 시신 2구가 잇달아 발견되면서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한 경찰은 곧바로 수사본부를 편성하고 시민에게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하는 한편 오후 6시 30분께는 차철남을 공개수배했다.

경찰은 시흥경찰서를 비롯한 인접 경찰서, 형사기동대, 기동순찰대, 기동부대 등 총 534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차철남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차철남은 공개수배가 이뤄진 지 불과 1시간 만인 오후 7시 30분께 시화호 인근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그를 현장에서 긴급 체포하는 등 검거했다.

경찰은 지난 22일 구속된 차철남에게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면담을 진행하는 등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도 실시했다. 또한 그의 머그샷 사진과 이름, 나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검사 결과 차철남은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으로 진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