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준석, 내란 세력과 단일화 예측"이재명과 민주당, 이준석 공세에 대응 자제해와맞상대로 존재감 키워줄 필요 없다는 계산토론 후 온라인서 호텔경제학 조롱 패러디 확산우파 결집 … 민주, 단일화 시 승리 장담 못 해
  • ▲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에 모르쇠 전략을 추구하던 더불어민주당의 태도가 바뀐 모습이다. 이준석 후보가 첫 TV 토론에서 '호텔경제학'으로 존재감을 발휘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곤란하게 한 가운데 지지율 상승세까지 겹치자 민주당이 적극적인 견제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재명 후보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우파 진영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준석 후보는 결국 내란 세력과 단일화에 나서지 않을까 예측된다"며 "국민께서 내란 세력과 헌정 수호 세력 간 선택을 하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 입에서 이준석 후보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민주당은 공식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준석 후보를 철저히 외면해 왔다. 이준석 후보가 연일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비판하는 견해를 내놨지만 맞대응하지 않았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굳이 이준석 후보를 상대하며 몸값을 높여줄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 전환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게 조사한 대선 후보 지지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45%다. 전주 대비 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반면 김문수 후보 36%, 이준석 후보 10%로 나타났다.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각각 7%포인트, 2%포인트 올랐다. 

    우파 진영에서는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 이슈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들의 단일화가 선거 직전 성사된다면 민주당도 승리를 낙관할 수만 없는 상황이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를 상회하며 지지율 60%를 목표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던 민주당에서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민주당은 캠프 구성원들에게 오만한 모습을 최대한 자제하기 위해 상세 지지율 목표와 압도적 승리 등의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 ▲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뉴시스
    ▲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뉴시스
    민주당은 내부 단속을 넘어 김문수 후보에게 집중되던 공세를 이준석 후보에게도 꺼내 들었다. 민주당은 이날 함익병 개혁신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며 이준석 후보를 압박하고 나섰다. 

    함 위원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지귀연 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에 대해 "50대 이상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룸살롱을 안 가본 사람이 없다"며 "갔다는 게 자랑도 아니고 안 갔다는 게 자랑도 아니다. 우리 사회 문화가 한때 그랬다는 것"이라고 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신현영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23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가벼움을 참을 수 없다"며 "이준석 후보는 경박하기 짝이 없는 '또래 룸살롱' 발언을 개인적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대선 후보는커녕 학급 반장 선거에 나갈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를 향한 민주당의 태도 변화는 첫 번째 대선 주자 TV 토론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18일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언급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그의 호텔경제학 비판은 이재명 후보에게 뼈아팠다는 분석이 많다. 관광객이 호텔에 예약금 10만 원을 냈다가 취소해도 돈이 순환되며 경제에 활력을 준다는 호텔경제학은 이재명 후보가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거론했다. 

    이준석 후보는 "돈이 사라지지 않는 무한 동력이냐"라고 날을 세웠고, 이재명 후보는 "이해하기 쉬우라고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설명한 것인데 이준석 후보가 이해를 못 하고 있다"고 했다. 

    토론이 종료되고 호텔경제학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각종 밈이 만들어지고 패러디가 나오며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확산됐다. 

    이 후보의 최우선 공약인 인공지능(AI) 육성 정책도 표적이 됐다. 이 후보는 한국을 AI 강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100조 원 상당의 재원 투자를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묻는 이준석 후보의 질문에 "정부가 모태펀드 등을 만들어 민간 자본을 유치해 100조 원 정도를 투자하겠다. 세부 내역은 검토해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세부적으로 계획도 없는데 100조 원 넣겠다는 말씀 잘 들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에서는 애써 외면해 왔던 이준석 후보가 집요하게 이재명 후보를 깎아내리는 것을 두고 안이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많다. 언제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힘을 합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준석 후보에 대한 적당한 견제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어찌 됐든 저쪽(우파 진영)의 단일화 가능성은 있기에 저들이 내란 세력이라는 점을 계속 상기시켜 줄 필요성이 있다"며 "이준석 후보가 내란 프레임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특히 토론회에서는 간단하면서도 논리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제어할 방법은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