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희 심판위원장, 2022년 8월 한 축구 대회에서 여성 심판 3인과 술자리축구협회는 사실 관계 파악하고도 아직까지 징계하지 않아심판위원회 구성 완료, 징계 없이 본격적인 활동 시작
-
- ▲ 2022년 8월 대회 중 여성 심판 3명과 술을 마신 문진희 심판위원장은 징계를 받지 않았다.ⓒ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음주 심판의 길'이 열렸다.축구 심판은 대회 중에 술을 먹을 수 없다. 당연하다. 대회 중 술을 먹으면 바로 징계를 받는다. 당연하다. 대회에서 즉시 퇴출당하고, 추후 징계까지 받는다. 지금까지는 그래왔다.그런데 이 당연함이 무너졌다. 당연한 것을 어기고도 징계가 없는 초법적 상황이 연출됐다. 이는 대회 중 음주를 해도 무방하다는 메시지를 한국 심판계 전체에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 심판계에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이런 기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 이유, 이 음주 사태의 한가운데 한국 심판계의 '절대 권력자', '심판위원장'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지난달 9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4기의 새로운 집행부 구성이 완료됐다. 심판위원장으로 문진희 위원장이 선임됐다. 그는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심판위원장을 역임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이번이 두 번째 심판위원장이다.문 위원장이 다시 심판위원장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퍼지자, 심판계에서는 하나의 '투서'가 돌았다. 사실 이 투서는 2년 전에 심판들 사이에서 돌았던 것이다. 문 위원장이 현직에 있을 때였다. 당시 문 위원장이 심판위원장을 2년 동안 하면서 저지른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투서는 A4 용지 4장 분량으로, 총 12가지의 비리 내용을 담고 있었다.문 위원장은 연임되지 않았다. 심판위원장에서 물러났다. 그러자 투서도 조용히 사라졌다. 그러다 2년 만에 다시 심판위원장 복귀 움직임이 보이자, 투서가 다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이 내용 중에 '음주 사태'가 포함돼 있다. 지난 2022년 8월 한 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문 위원장이 여자 심판 3명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투서에 적힌 고발 내용은 이렇다."2022년 한 대회 기간 중 누구보다 모범이 되어야 할 심판위원장이 대회 기간 중 밤늦게까지 여성 심판과 동행하여 술자리를 가졌고, 새벽에 만취 상태로 숙소에 귀가하는 것을 몇몇 심판이 목격했다. (술자리를 한) 여성 심판 한 명이 총책임자에게는 만찬이라고 보고 후 나머지 2명의 여성 심판들을 데리고 술자리를 가졌다. 공식적으로 만찬은 남녀 모든 심판들이 참석하여야 하는데, 남자 심판들은 숙소에, 여성 심판 3인만 만찬을 가졌다. 심판이 대회 기간 중 음주를 할 경우 즉각적인 철수 및 징계 처벌을 받아왔으나, 처벌해야 할 위원장이 동석하며 밤 늦게까지 음주를 하고 다음 날 배정에 관여하여 오후 타임에 대기심과 부심으로 배정하라고 음주 중 총책에게 지시했다."문 위원장은 시인했다."술 먹은 건 잘못이다. 대회 중에는 남성 심판이든, 여성 심판이든 술을 먹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술자리를 설명하겠다. 술을 먹기 위해서 간 자리는 아니었다. 대회를 가면 대회 관련 축구 단체와 대회가 열리는 지역에서 심판에게 식사를 한 번씩 사준다. 이번에도 단체 회장이 여자 심판들 와서 고생하는데 고기 조금 사 먹여도 되냐고 해서 그렇게 했다. 식당에 가 보니 축구 단체 관계자들 20여 명이 한 테이블에 있었고, 심판 테이블은 다른 쪽에 있었다. 식사하는데 회장이 맥주 한잔해도 되냐고 물었다. 참 불편했다. 못한다고 해야 했는데, 내가 (여성 심판들에게) 마실 줄 알면 한잔하라고 말했다. 그래서 마시게 된 거다. 나는 어느 정도 있다가 나왔다. 나중에 보니 내가 여성 심판들과 (따로) 술을 먹었다고 돼버린 거다. 내가 잘못했다. 공교롭게 내 처신이 그렇게 돼버렸다. 이유가 어쨌든, 여성 심판들과 동석에 있는 자리가 돼버렸다. 내가 잘못한 거다. 술을 많이 먹은 게 아니다. 내가 (술을 먹으라고) 말했고, 몇 잔 그렇게 먹었다. (징계를) 받으면 내가 받아야지, 내가 잘못한 거다. 술을 많이 먹고, 적게 먹고는 이유가 되지 않겠지만, 내가 잘못한 거다. 내가 거기서 '안 됩니다'라고 해야 했는데, 참 자리라는 게. 그다음부터 반성을 많이 했다. 내 잘못이다. 내가 지시를 한 책임이 있다. 내일 시합이 있으면 그 친구들도 안 먹었으면 더 좋았다. 그들이 마셨으니 내 탓이다."대회 중 음주를 했고, 문 위원장은 시인했고, 자신이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징계를 성립시키기 위한 모든 과정이 맞춰졌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문 위원장은 징계를 받지 않았다. 동석한 3명의 여자 심판들도 그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
- ▲ 문진희 심판위원장의 비리를 고발하는 투서.ⓒ뉴데일리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는 지난 22일 "2025년 심판 분야의 선진화와 공정성 강화를 위해 새롭게 구성된 심판위원회 명단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문 위원장을 필두로 한 새로운 심판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는 발표였다.즉 이는 문 위원장이 어떤 징계도 없이 활동을 계속할 거라는 의미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지금 문 위원장 징계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아직 이 부분을 면밀히 조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핑계를 댔다. 다른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축구협회는 이 과정의 끝을 '두루뭉술 지나가기', '시간이 지나갈 때까지 버티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해왔던 식상한 방식으로. 축구협회는 또 당연함을 파괴했다. 신뢰와 도덕도 파괴했다. 음주 심판의 길을 활짝 열었다.심판위원장은 권력의 힘을 누리고 있고, 축구협회는 이를 용인했다. 또 여성 심판 3인 역시 심판위원장 권력의 힘을 누리고 있고, 축구협회는 이를 용인했다. 심판위원장이 아닌 다른 심판이 대회 중 술을 먹었다면, 심판위원장이 없는 자리에서 심판이 대회 중 술을 먹었다면, 100% 징계다.심판위원장이 포함되니 결과가 뒤집히는 것이다. 심판위원장이 중심에 있으니, 징계도 피해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심판위원장 옆에 붙어 있는 심판이 어떤 이익이 받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다. 지금 한국 심판계는 분열됐다. 파벌 싸움, 라인 싸움, 지역 싸움 등 지긋지긋하다.그런데 심판위원장이 최선봉에 나서 이런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과 함께 술을 먹은 심판들을 비호하며 특혜를 줬다. 죄를 짓고도 죄를 덮어주는 것이 신뢰인가. 이런 걸 '자기 라인 챙기기'라고 부른다. 자신도 죄를 지었지만 징계를 피해 가고 있다.이런 문 위원장이 전체 심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대회 중 술을 먹고도 징계를 피한 동료들을 보면서, 나머지 심판들은 자괴감이 들지 않을까. 심판들이 '공정'하다고 느낄까. 이런 심판들이 '공정'한 판정을 내릴 수 있을까. 공정하지 못한 심판들을 위원장이 교육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문 위원장은 새로운 위원회를 구성한 뒤 "심판의 신뢰 회복과 공정한 경기 운영의 확립, 그리고 지속 가능한 제도 개선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수렴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축구협회는 "특히 심판 활동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외부 소통 확대, 심판 존중 문화 확산을 위한 기반 마련을 위해 법률, 의료, 언론 등 다양한 외부 전문가들을 위촉했다. 이번에 확정된 심판위원회는 앞으로 정기 회의를 통해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고 거들었다.이미지 개선? 소통? 현장의 목소리? 음주 심판 사태를 일으킨 지금 상황에서 이런 소리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외부 이미지에 신경 쓰기보다 내부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시라. 심판 내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먼저다. 심판 내부의 상처와 좌절감이 크다. 이를 하나로 묶는 게 우선이다. '통합의 리더십'이 가장 필요하다.이런 역할을 신뢰를 잃은 문 위원장이 할 수 있을까.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는데, 심판들이 이런 수장을 믿고 따를 수 있을까. 징계 없이 넘어간다면 분열만 커질 뿐이다. 심판계가 내부 전쟁으로 망가질 뿐이다.정몽규 회장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정 회장은 4선 체제를 꾸리면서 유독 '소통'을 강조했다. 이것이 소통인가. 심판들과 소통은 해봤는가. 그라운드에서 묵묵히 뛰고 있는 이름 없는 심판들의 진심, 현장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어봤는가. 정 회장의 새로운 집행부는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정 회장의 새로운 소통은 시작부터 막히고 있다.방법은 하나다. 문 위원장과 여자 심판 3명의 '징계'다. 이것이 수반돼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축구협회 심판 규정을 보면 제20조(심판의 의무)로 '심판은 판정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의무를 준수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 '1번'이 심판으로서의 권위와 품위 및 도덕성을 유지할 의무다. 문 위원장은 심판으로서의 권위와 품위 및 도덕성을 모두 잃었다. 여성 심판 3인도 마찬가지다.축구협회 공정위원회 규정 제4조 징계 대상 행위의 성립과 처벌의 내용에 따르면 징계할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심의·의결하지 못한다. 이 음주 사태는 2022년 8월에 발생했다. 아직 3년이 지나지 않았다. 공정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축구협회는 문 위원장과 여성 심판 3인을 반드시 징계해야 한다. 문 위원장은 징계를 받은 후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 일단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진 후, 다음 일을 하는 게 순리다. 이것이 심판으로서의 잃어버린 권위와 품위 및 도덕성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징계 없이 넘어간다면, 안 그래도 침몰하고 있는 한국 심판계에 희망과 미래는 사라진다. 심판에게 가장 중요한 '공정'이 파괴된다. 엄청난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무엇보다 술 먹은 심판을 징계할 수 있는 '명분'이 없어진다.이후 대회 중 술을 먹은 심판이 발각됐다. 축구협회와 심판위원장은 그 심판을 징계할 수 있겠는가. 그 심판은 술을 먹고도 징계를 받지 않은 심판들을 분명히 봤다. 축구협회는 어떤 명분으로 그 심판을 징계할 수 있겠는가. '과거 심판위원장과 여성 심판 3인은 술을 먹고도 징계를 받지 않았는데, 왜 나만 징계를 받아야 하는가'라는 반박에 무슨 답을 할 수 있을까. 심판계의 규칙과 규율이 격하게 흔들릴 수 있다.한국 심판이 무너지면 한국 축구도 무너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