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민주, 좌우 두 마리 토끼 잡으려 안간힘 李,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하며 탈이념 강조극좌 진보당-시민사회 세력 끌어안기도 숙제진보당과 단일화 준비 … 진영 내 영향력 커진정성 의심 목소리 … "선거 만능주의 세력"
-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박찬대 원내대표, 김재연 진보당 대통령 후보가 3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야5당 공동 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며 우클릭을 이어간 가운데, 민주당이 진보당과 연대를 준비하고 있다. 반미와 반시장을 추구하는 종북 세력으로 불리는 진보당의 좌파 내부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 이유인데 이를 두고 이 후보의 중도보수론에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29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재명식 중도보수론과 실용주의는 이념과 관계없이 내가 대통령이 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라며 "선거만 이길 수 있으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고 바꾸겠다는 세력과도 손을 잡고 짝퉁 보수 세력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선거 만능주의"라고 했다.이 후보는 전날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서울 동작구 국립 현충원을 찾았다. 우파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은 물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묘역도 참배했다.그는 "모든 역사적 인물에게는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모두 가능하고 공과가 공존한다"며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양 측면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행보를 대선 구도에서 중도층을 선점하기 위한 우클릭이라고 평가한다. 좌우 1대1 구도로 대선이 흘러가면 결국 작은 득표율 차로 당선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데 이 후보가 중도보수성향의 표심을 얻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이 후보는 '보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선대위원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려놓고 영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윤 전 장관이 이를 수락해 상임 선대위원장 임명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하지만 민주당이 우클릭만을 바라볼 처지는 아니다. 전체 득표율에서 2~3%를 가져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진보당이 좌파 진영 내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후 "진보당이든 보수당이든 내란을 극복하고 헌정질서 회복하는 데 함께하는 분들은 최대한 힘을 합쳐야 한다"고 밝혔다.민주당은 오는 30일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후 진보당과 접촉에 나설 계획이다. 진보당은 이미 지난 19일 김재연 대통령 후보를 대선 후보로 선출하고 민주당과 논의 테이블을 기다리고 있다.김 후보는 대선 후보 선출 일성으로 "광장 연합의 압도적 승리로 내란 세력 청산과 사회 대개혁 실현을 앞당기는 대선을 기필코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사실상 민주당과 단일화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좌파 시민단체들도 지난 23일 이미 '광장대연합정치시민연대'를 꾸려 좌파 전체의 단일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을 띄우며 단일화 밑작업을 시작했다. 반미·종북의 원로 불리는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등이 주도한다. 진보당 등과 함께 민주당을 압박해 자신들이 원하는 이념 정책을 이 후보를 통해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높다.문제는 김 후보와 진보당의 이력이다. 김 후보는 통진당 출신으로 경기동부연합 세력으로 분류된다. 이석기 전 의원이 이끌던 경기동부연합의 종북 성향은 2014년 12월 통진당 해산의 빌미가 된다.당시 헌재 선고에 따르면 통진당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겠다는 목적으로 내란을 논의하고 회합을 개최했다. 헌재는 이들이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실질적인 해악을 끼친다고 봤다. 당시 통진당의 리더로 평가받던 이석기 전 의원은 2015년 대법원에서 내란 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
- ▲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가 2017년 7월에 게시한 게시물.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 SNS 캡처
진보당 대통령 후보인 김 후보는 이런 통진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 등 각종 반미·반체제 운동을 해왔다. 자신의 정치적 스승 격인 이석기 전 의원 석방 운동도 계속해 왔다.경기동부연합 세력은 해산 후 새로운 정치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접수할 타깃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민중당으로 정하고 묵묵히 자신들의 기반을 다졌다.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2018년 민중당 2기 지도부에 경기동부연합 출신 이상규 전 의원이 상임대표에 당선되며 당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당명을 진보당으로 개명했다. 진보당 1기 상임대표에는 김 후보가 선출됐다. 이후 경기동부연합 세력은 한 번도 진보당 당권을 내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민노총 간첩단에 지령을 보내 진보당을 대중정당으로 키우라고 독려했다.민노총도 비슷한 절차를 거쳤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 등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이 차츰 민노총을 잠식해 나갔다. 양 위원장은 이석기 전 의원의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후배다. 그는 2020년 민노총 임원 선거에서 위원장에 당선돼 지도부에 입성했다. 양 위원장은 민노총 직선제 도입 후 최초로 2023년 연임에 성공했다. 민노총 집행부 선거 과정에서 북한은 민노총 간첩단에 양 위원장 당선을 도우라고 지시했다.경기동부연합이 장악한 진보당과 민노총은 사실상 한 몸으로 불린다. 양 위원장이 2020년 출마 당시 러닝메이트가 전종덕 진보당 의원(사무총장 후보)이었다. 반국가 세력으로 해산된 통진당 세력이 좌파 진영 정당과 노조에 똬리를 틀고 부활한 셈이다.진보당의 강령은 반미와 친북·반시장으로 요약된다. 강령에는 '불평등한 한미동맹 해체' '초국적 자본 및 재벌의 독점경제 해체' '민족의 힘으로 중립적 통일국가 건설' 등이 명시돼 있다. 민노총도 주한미군 철수, 정권 퇴진 운동 등을 지속하며 사실상 반체제 운동의 최선봉을 맡고 있다.이들은 같은 생각을 가진 좌파 시민단체들과도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퇴진 운동 과정에서 진보당과 민노총, 좌파 시민단체는 장외 투쟁을 이끌었다. 이들이 주도하는 장외 집회에 민주당이 합류하면서 탄핵 찬성 여론이 높아졌다는 평가다.경기동부연합 세력의 부활에는 이 후보도 한몫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진보당은 민주당으로부터 많은 배려를 받았다. 민주당은 제22대 총선 과정에서 비례위성정당에 진보당 등 좌파 군소정당을 참여시켰다. 진보당이 비례정당에서 2석, 지역구(울산 북구)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진보당 후보가 당선됐다.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경기동부연합 세력과 인연을 맺어왔다. 2010년 이 후보가 처음으로 성남시장에 당선될 당시 민주노동당 성남시장 후보였던 김미희 전 통진당 의원과 단일화를 진행했다. 김 전 의원은 이 후보가 당선되자 성남시장 인수위원장을 맡았다.정치권은 좌우 '모두의 후보'를 노리는 이 후보의 외연 확장 전략이 대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후보의 우클릭을 두고 우파와 좌파 진영 모두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비명(비이재명)계로 불리는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보수가 이 후보를 의심하는 것보다 민주·진보 진영에서 의심이 훨씬 더 크다"면서 "민주당이 성의 있게 진보당과 시민사회를 상대하지 않으면 저들이 독자 노선을 갈 가능성도 있기에 이 후보가 아마도 머리가 꽤 아플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