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출신으로 좌파 문화 심취한 이재명의 경제참모성장 말하지만 국가가 계획하고 기업에 요구하는 구조세제 공제 항목 없애 사실상 증세 … 기업 타격 가능성
  • ▲ 유종일 성장과통합 상임공동대표. ⓒ뉴시스
    ▲ 유종일 성장과통합 상임공동대표.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의 경제 공약을 총괄하면서 '경제 책사'로 불리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의 정책 방향이 벌써부터 정치권은 물론 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유 교수의 정책은 국민펀드를 중심으로 한 사실상 '국가주도성장' 전략으로 압축된다. 시장에서는 그의 정책이 문재인 정부 당시의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의 재판(再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국가가 자본과 정책의 중심에 서고 민간은 이를 실행하기 위한 일종의 '보완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분배 정책에 희생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출범한 이 후보의 대선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은 유 교수와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를 상임 공동대표로 임명했다. 

    유 교수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과 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장인 이언주 최고위원 등과 이 후보 정책 공약 개발에 컨트롤 타워로 꼽힌다. 그가 이끄는 '성장과 통합'은 성장 전략과 경제 국방·외교 분과위원장이 40여 명에 달하고 500여 명의 학자와 전직 관료들이 참여한다. 

    2014년 이 후보와 인연을 맺은 유 교수는 이듬해 성남시가 추진한 '주빌리은행장'을 맡았다. 주빌리은행은 비영리단체다. 장기 부실채권을 사들여 채무자인 성남시민의 부채를 탕감해 주는 역할을 했다.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도 공동은행장을 맡았다. 

    이 후보의 핵심 정책 총괄자인 유 교수는 3·4·5 전략을 제안하고 나섰다. 2030년까지 잠재 성장률 3%, 세계 4대 수출 강국,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이다. 분배를 앞세우던 좌파 진영에서 성장을 내세운 것이다. 외견상 '실용'이 핵심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분배의 색채가 훨씬 강하다. 유 교수는 기술·조직·시장 혁신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필수적 요소라고 본다. 

    여기까지는 일반 경제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방법론에서 그는 '기업가적 국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가 전략적으로 산업 전략과 계획을 짜고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이에 공감해 참여하게 한다는 뜻이다. 

    당장 인공지능(AI)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내세운 것이 바로 대기업과 금융권,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펀드다. 이재명 후보가 말해 논란이 된 'K-엔비디아' 구상의 골자가 바로 국민펀드다. 정부가 초반 투자를 진행하고 이후 기업과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방식이지만 이는 민간의 역할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이 반도체법에서 주 52시간 특례법안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AI 전용 칩 개발에 투자하겠다면서 정작 일을 할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대통령 예비후보는 "개발하고 싶어도 못 하게 해 놓고 어떻게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이냐"면서 "AI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이재명 후보 본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은 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이 일을 못 하고 막는 규제를 풀어주고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인프라는 깔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인 단체 간부를 맡고 있는 한 인사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말이 국민펀드지 어차피 기업들과 금융권 돈을 갹출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대통령의 말에 기업들의 희생이 강요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혁신이라는 좋은 표현을 쓰지만 결국 현재 기업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우려했다.

    유 교수의 과거 이력도 다시 소환되고 있다. 그는 과거 '재벌개혁 전도사'로 불렸다. 좌파 이념에 심취해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해 구속된 전력도 있다. 좌파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의 '전환 시대의 논리'를 자신의 인생 책으로 꼽기도 했다. 운동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반미와 친중의 교과서로 불린다.

    전환 시대의 논리는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을 중국 정신문화의 개조를 시도한 혁명으로 표현한다. 문화혁명 기간에는 사망자가 170만 명, 추정 사망자가 2000만 명에 달했다. 홍위병의 공개 비판을 서구식 민주주의와 일치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적극 반대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한 토론회에서는 "모든 국민이 다 잘사는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실현에 있어 한미 FTA는 커다란 장애물"이라며 발효 직전 한미 FTA 폐기를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겉으로는 성장을 주장하는데 내용은 사실상 성장이 불가능한 기업 때려잡기식 정책"이라며 "좌파 이념에 경도된 586 운동권 출신 경제 전문가를 데려다가 성장을 말하려다 보니 말로는 성장, 속은 좌파식 기업 핍박밖에 없다"고 평했다.

    조세 정책에서도 분배의 색채가 드러나고 있다. 

    유종일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성장 정책을 위한 세수 확보 방안에 대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세 기반 확대나 비과세 감면 정비,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만큼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본 뒤라고 전제했지만, 증세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조세 정의 차원에서 탈루 소득을 제대로 잡고 형평성 있는 과세를 얘기했다. 그러면서 비과세 감면도 손을 봐야 한다고 했다. 일견 보수 정부에서의 정책 방안과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비과세 감면 정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책은 확연히 달라진다. 

    예컨대 대기업들을 향한 임시투자세액공제 등을 완전히 없애는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은 일반 국민에게는 피부에 닿지 않지만 기업에는 엄청난 증세 요인으로 다가온다. 민주당이 '부자 감세'라며 비판하며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들 세제 항목이다. 

    이재명 후보와 유 교수의 이런 정책은 문재인 정부 당시의 '소득주도성장'과 큰 줄기에서는 맥이 닿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과 함께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를 경제수석으로 임명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을 정책 핵심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취임 이틀 만에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했다. 아울러 부동산 증세를 밀어붙이고 탈원전을 주장했다. 

    소주성 정책은 결과적으로 국가 부채를 천문학적으로 늘렸고 대한민국을 '부동산 공화국'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가 바로 전날 감사원이 발표한 문 정부의 부동산 통계 조작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우려하면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문 정부의 '소주성 2탄'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유종일 교수의 경제 정책은 위험할 수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에 최우선으로 필요한 것은 구조 개혁이고 섣부른 재정 정책과 국가주도정책은 경제의 체질을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