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지층, 조국당 향한 시선 곱지 않아친명, 공동선대위 구성에는 부정적인 목소리 조국당, 호남서 재선거·오픈프라이머리 공세 대선 후 민주 전대, 조국당+비명 연합 가능성친노 전략으로 민주당 장악 시나리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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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4년 9월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조국혁신당이 대선 후보를 내지 않고 더불어민주당에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자고 제안한 가운데 민주당 주류인 친명(친이재명)계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를 주장하며 선거 주도권을 쥐려는 조국당이 다양한 방식으로 야권 재편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모델'로 향후 정국을 이끌어 가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1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우선 대선 경선이 끝나면 당에서도 구상하고 계획하던 시스템에 따라 선대위 방향이 결정되는 것"이라며 "조국당과 공동선대위를 구성하는 것은 우리 당 당원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 정권 교체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하지만 다른 정당이 모여 선대위를 같이 꾸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밝혔다.앞서 황현선 조국당 사무총장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무위가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위해 독자 후보를 선출하지 않고 야당의 유력 후보를 총력 지원한다는 결의를 했다"면서 "민주당 후보가 선출되면 민주당-혁신당이 공동선대위를 꾸릴 방안을 협의하고 각종 정책 공약에 대해서도 협의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조국당은 직전까지 줄곧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해 왔다. 민주당 소속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당내 비명(비이재명)계가 호응하며 민주당 친명계를 향한 공세가 시작됐다.하지만 지난달 8일 구속 수감됐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오픈프라이머리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야권의 모든 관심사가 탄핵으로 쏠렸기 때문이다.이후 다시 조국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제안하고 나섰으나 민주당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당원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여기에 진보당을 비롯한 야권 정당들도 자체 후보를 내겠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결국 오픈프라이머리 카드가 소멸하며 입지가 줄어든 조국당이 대선 후보를 내지 않고 공동선대위 카드를 민주당에 내민 모양새가 된 것이다.민주당은 조국당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다. 조국 전 조국당 대표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황에서 유의미한 대선 후보가 없던 조국당이 궁여지책으로 대선 후보를 내지 않고 공동선대위를 제안한 것으로 본다.향후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조국당의 요구 사항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원내교섭단체 요건 완화에서 내각 지분 요구 등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전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조국당과 공동선대위 구성에 절대 반대하는 이유다.선대위 과정에서 당내 보안 사항의 과도한 유출도 우려한다. 민주당의 내부 정보가 고스란히 외부로 향할 수 있는 데다, 대선 후 정국을 고려하더라도 민주당의 속살을 조국당이 알아서 좋을 것이 없다는 분위기도 강하다.제22대 국회 출범 후 이어진 전남 영광군수와 담양군수 선거에서 조국당의 행보가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조국당 때문에 애를 먹었다. 윤석열 정부 공세에 총력전을 펴던 민주당을 향해 텃밭 호남에서 조국당이 강력한 도전을 걸어왔다. 조국 전 대표 등 조국당 지도부가 영광에 상주하며 선거 유세에 나섰다. 민주당이 신승했지만 선거 끝까지 고전했다.지난 2일 펼쳐진 담양군수 선거에서는 결국 민주당이 고배를 마셨다. 장철원 조국당 후보가 이재종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두 정당의 맞대결은 민주당에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왔다.이 전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아무리 정권 교체를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지만 전혀 다른 식구가 한데 모여 선거 방향을 의논하면 오히려 산으로 갈 위험이 있다"면서 "조국당이 중요한 정국에서 민주당을 괴롭게 한 적도 많기에 공동선대위 제안에는 순수한 의도보단 아무래도 정치적 의도가 더 많다고 많은 당원이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대선 후 민주당의 당권 경쟁도 공동선대위 구성을 가로막는 요소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차기 민주당 당권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구심점인 이 전 대표가 사라진 친명계가 비명계만큼 조직력을 보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
- ▲ 2012년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제18대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서울 지역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수락연설을 마치고 내려와 손학규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경선 투표에서 13연승을 했다.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친명계는 향후 조국당이 민주당 내 비명계와 합세해 민주당의 차기 당권을 노리는 것이 아닌지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 이 전 대표와 결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민주당을 포위하는 이른바 '입체적 당권 탈환' 시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민주당에서는 2011년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주도해 민주당 외부에서 야권 통합을 주도했던 '혁신과 통합'이 모델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민주당은 당시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이 당대표를 맡고 있었다. 손 고문과 정동영 의원·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계파를 형성하며 빅3 구도였지만 문 전 대통령을 위시한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외부에서 치고 들어오며 당을 완전히 잠식했다.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던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 외부에서 혁신과 통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분열돼 있던 좌파 진영을 통합해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2012년 대선과 총선이 겹치는 해인 것을 감안해 우파 진영과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이다.'혁신과 통합'은 민주당을 장악하고 인사들에게 당내 모든 기득권을 양보할 것을 요구하며 여론을 만들어갔다. 여기에 민주당 비주류로 남아있던 친노 인사들이 이에 호응하고 나서며 야권 통합이 공론화됐다.통합이 성사되며 민주통합당이 출범하자 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노 세력은 빠르게 당을 장악했다. 2012년 1월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당선되며 당권을 거머쥐었다. 4월 민주통합당의 총선 패배로 한 전 총리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다음 전당대회에서도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당대표로 당선됐다. 모두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친노계로 불렸다.같은 해 제18대 대선을 앞둔 민주통합당 경선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56.5%의 압도적 득표율로 손 고문(22.2%)을 따돌리고 대통령 후보가 됐다. 이후 문 전 대통령과 함께한 친문(친문재인)계는 줄곧 민주당 주류로 당을 장악했고 문 전 대통령도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