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이완규 후보자 지명에 강력 반발'인민노련' 마은혁 임명엔 '침묵' 유지與 "객관적 증거 없는 무지성 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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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완규 법제처장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서부지방법원 소요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완규 법제처장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두고 반발하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인사 기준이 들쭉날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며 종북 활동을 한 마은혁 헌법재판관에게는 합격점을 준 민주당이 5·18 유공자인 이 처장을 '내란 공범'이라며 비난하는 것이 헌정질서 가치에 맞느냐는 것이다.박찬대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이 이 후보자를 지명한 것에 대해 "정치적 야심에 빠져 대한민국의 역사를 퇴행시키고 헌법 파괴를 주도하고 있다"며 "당장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지난 8일 한 권한대행은 오는 18일 퇴임을 앞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후임으로 이 후보자를 지명했다. 한 권한대행은 동시에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임명했다.민주당 내에선 이 후보자를 향해 '암 덩어리'라는 표현도 나왔다.박지원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저는 만약 이분(이완규)이 헌법재판관이 된다면 헌법재판소에 암덩어리 하나를 이식 수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민주당이 이토록 이 후보자를 반대하는 이유는 한 권한대행의 이 후보자 지명에 윤 전 대통령이 배후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이 후보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고 윤 전 대통령 취임 직후 법제처장으로 임명됐다.이 처장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저녁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회동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지점을 가장 불만스럽게 보고 있다.추미애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배후에 윤석열과 교감을 계속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윤석열이 애초에 이 후보자를 임명하기 위해 여러모로 틈새를 보고 있다는 게 계엄 전부터 정가에 있었다"고 주장했다.공교롭게도 민주당이 비판한 이 처장은 민주당이 성역으로 여기는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출신이다. 민주당은 5·18 광주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5·18 정신을 '민주주의 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 처장은 서울대 법대에 재학 중이던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됐다. 이 후보자는 이 일로 2008년 5·18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받았다.민주당은 비토를 넣는 이 처장과 달리 마 재판관에 대해선 관대했다. 지난 석 달에 걸쳐 하루에 한 번 마은혁 임명을 촉구하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했다.마 재판관은 종북 이력으로 줄곧 논란이 된 인물이다. 1987년쯤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인민노련'은 남한의 사회주의 실현을 통한 남북통일을 목표로 삼은 좌익혁명단체다.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운동을 전개하는 이 단체에서 마 후보자는 이론 교육과 선전 활동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에게만 관대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정작 반체제 운동 인사는 치켜세우고 상대 진영 인사는 무조건 깎아내리고 본다는 것이다.이 처장이 내란 공범이라는 민주당의 주장도 지나친 정치 공세라고 본다. 좌파 단체의 고발로 인해 수사 기관에서 한 차례 수사받은 이력을 두고 죄인 취급을 한다는 지적이다.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미 본인들이 마은혁을 지명한 이상 헌법재판관 검증 허들이 낮아졌다고 본다"며 "이 후보자를 향한 공세는 이념, 성향을 따질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무지성 트집 잡기"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