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명 지명이재명의 민주당 격분하며 법적 검토李 "한덕수, 자기가 대통령 된 걸로 착각"우원식 "인사청문회 요청 거부할 것"권한쟁의 심판 노리지만 당사자 적격 '글쎄'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2인 기습 지명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야당에서는 한 대행 탄핵을 거론하며 권한쟁의 심판 등 법률 검토에 나섰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을 지명한 것을 두고 국회가 나서 법적 다툼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공판에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한 대행이 자기가 대통령이 된 걸로 착각한 것 같다.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헌법재판소 구성은 선출된 대통령, 선출된 국회가 3인씩 임명하고 중립적인 대법원이 3인을 임명해서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대행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4월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를 언급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는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지명됐다. 

    이 밖에도 민주당이 임명을 하라고 압박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했다.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는 대법관으로 임명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 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을 두고 격분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된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다. 함상훈 부장판사는 민주당 소속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드루킹 의혹에 징역 2년을 선고한 인물이다.

    격분한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거론하고 나섰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 후 "한 권한대행의 헌법을 무시하는 행태가 개탄스럽다"면서 "스스로 탄핵을 유도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당 법률위원회는 즉각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것과 이를 중지하는 가처분 신청이 거론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이번 건은 내란 세력, 잔존 세력에 의한 헌재 장악 시도로 규정하고 있다"며 "위헌적인 권한 남용을 행사했기에 지명 자체가 원천 무효로 판단돼 이에 대한 법률 검토를 충분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한쟁의 심판은 민주당이 신청할 자격 자체가 없다는 게 법조계의 견해다. 한 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2인을 지명한 것에 권리를 주장할 당사자가 없다는 것이다. 한 대행에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인물은 파면되기 전 윤석열 대통령뿐이지만 이미 파면돼 전직 대통령이 됐다. 

    실제로 권한쟁의 심판의 당사자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 기관이다. 국회 지명 몫을 한 대행이 임명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몫을 임명한 상황에서 국회의 당사자 적격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권한쟁의 심판에서 당사자 적격이 인정되지 않으면 각하 결정이 나온다.

    여당에서는 이 대표가 이미 스스로가 대통령이 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태도라는 지적이다. 

    율사 출신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한 대행이 대통령이 된 줄 착각하는 게 아니라 이재명 대표가 스스로 이미 대통령으로 착각하는 것 아니냐"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에 대해서 이 대표와 민주당이 권한쟁의를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했다.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대행의 인사 청문 요청을 받지 않겠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법적 대응 대신 국회의장의 권한으로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우 의장은 "대통령 궐위 상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에게 부여된 고유 권한을 행사하려고 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국회는 인사청문회 요청을 접수받지 않겠다.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