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원 의원실, 김어준 암살조 주장 보고서 작성"상당수 허구 가미" → "가능성 배제 못해" 선회"강성 지지층에 끌려가 … 김어준 권력자로 생각"
  • ▲ 유튜버 김어준 씨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1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비상계엄 관련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유튜버 김어준 씨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1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비상계엄 관련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유튜버 김어준 씨의 '계엄군 암살조' 주장에 허구가 가미됐다고 판단했다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꿔 눈총을 받고 있다. "김 씨의 주장을 거짓으로 몰아간다"는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해 입장을 선회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전날 김 씨가 진행하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 씨의 주장이) 허황된 사실, 거짓말 이렇게 돼 가지고 제가 좀 미안하다"고 말했다. 

    전말은 이렇다. 국가정보원 1차장 출신이며 민주당 국방위원회 소속인 박 의원의 보좌관은 김 씨가 지난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주장한 내용을 검증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김 씨는 '국내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며 "사실관계 전부를 다 확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비상계엄 사태 때 군 암살조에 부여된 임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선원 의원실이 작성한 문건에는 김 씨가 주장한 '북한 군복을 매립하고 이후 북한 소행으로 발표'와 '암살조가 미군 여러 명을 사살해 미국의 북한 폭격 유도', 그리고 '북한산 무기를 장착한 북한 무인기를 공격에 동원' 등에 대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일부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상당한 허구를 가미해 구성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아울러 '체포돼 이송되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사살', '조국·양정철·김어준이 호송되는 부대를 습격해 구출 시도하다 도주'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세부 내용 부족으로 판단 유보"라고 적시했다.

    이 보고서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민주당마저 김 씨를 손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김 씨에게 궤변의 장을 깔아주고, 이재명 대표는 김 씨의 주장에 대해 '충분히 그런 계획을 했을 만한 집단'이라는 등 동조 발언으로 판을 키웠다"며 "재미 볼 거 다 봤으니, 치고 빠지기 전략으로 노선을 변경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 문건이 '초도 보고서'일 뿐 '중간 보고서'에서는 김 씨의 주장에 대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유는 초도 보고서 작성 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계엄 사태에 개입한 사실이 알려졌기에 전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노 전 사령관을 "음모론에 심취한 자"라고 표현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이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입장을 바꿨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 의원이 말한 '초도 보고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후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왜 김어준을 허풍쟁이로 몰아가나"라는 항의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박 의원이 강성 지지층과 김어준에 끌려가고 있다"며 "김어준을 대단한 권력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 4·10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15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언주·안귀령·전현희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어준 씨의
    ▲ 4·10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15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언주·안귀령·전현희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어준 씨의 "차렷, 절" 구호에 맞춰 절을 하고 있다. ⓒ유튜브 딴지방송국
    실제로 민주당 내 김 씨의 위상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전현희·이언주 최고위원과 안귀령 대변인은 유튜브 방송에서 김 씨의 "차렷, 절" 구호에 맞춰 절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이를 두고 "김어준이 상왕 노릇을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2021년 김 씨의 부친상 장례식장에는 야권 유력 인사들이 줄지어 조문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 씨는 대표적인 친(親)민주당 인사로 야권의 스피커 역할을 해왔다. 특히 천안함 좌초설, 세월호 고의 침몰설 등 거리낌 없이 각종 음모론을 설파했다.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김 씨를 음모론으로 정치를 선동해 한국 정치를 타락시킨 '정치 무당'으로 규정했다.    

    최근에는 김 씨가 만든 여론조사 업체 '여론조사꽃'이 여론 조작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 업체는 지난 10월 부산 금정구청장 재보궐선거 전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보다 3%포인트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실제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22%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쯤 되면 여론조사가 아닌 여론조작"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설훈 전 민주당 의원은 20일 BBS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 나와 "김 씨가 상식적으로 봐도 말이 안 되는 얘기들을 막 한다. '솔직히 내가 잘못 얘기했다'고 사과를 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거기에 가서 아니니 하고 부인한다면 지금까지 자기가 했던 이야기가 다 근거가 없어진다"고 비판했다.